실상사 가는 길
2004.02.12 by 한방울
눈물젖은 은사님의 편지
연인산의 눈발
눈 덮힌 북한산
그해 양수리에서
밤 기차여행
시골 빈 집
낭만을 찾습니다
실상사 가는 길 박상건(계간 '오크노' 발행인) 저 산자락에 자욱한 이내처럼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슬픔 자욱했다. 제삿날 사립문 밖 이슬비 내리듯 내 마음의 슬픔이 잔주름 지고 있었다. 서울을 떠날 때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인월을 지나 지리산 속 깊이 들어설 때까지 차창에 한 뼘도 물러서지 않고 ..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2004. 2. 12. 11:08
그해 겨울 퇴근 무렵이었다 대학 은사님의 연하장을 받았다 교수신문 사장으로 있는 이 은사님과는 참으로 깊은 정이 들어있다 386세대인 나에게는 최루탄과 방황의 시절이 있었고 이 분은 당시 몇 안되는 시국선언 교수였다 고민할 때마다 나는 그이를 찾아갔고 대포집에서 벨터벤야민을 이야기하며 ..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2004. 2. 12. 11:07
올 1월에 용문산을 올랐드랬습니다 1157미터의 산에는 온통 눈이었습니다 1100년전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용문사 은행나무를 거쳐 산길을 오르는데 엉덩방아를 수없이 찍으며 정상을 향했습니다 내려는 길은 더 심했습니다 온통 바위산이었고 바우 틈에는 고드..
아침 일찍 베낭을 둘러메고 북한산을 향했다 1차 집결지는 평창동 북악파크 호텔 앞이었다. 먼저 온 만고산악회 일행 옆에서는 등산장비를 파는 아저씨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었다 주택가를 가로질러 오르는 길은 빙판길이었다 음지 쪽인 동쪽 방향 북한산에는 온통 흰 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형제봉..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2004. 2. 12. 11:06
동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없다는 소식에 기차여행 길을 접고 청량리에서 양수리 가는 버스를 탔다 2001년 12월 31일 밤 여행은 그렇게 눈발 휘날리는 양수리행으로부터 시작됐다 눈은 계속 내리고 춘천가도엔 차들이 빙판길을 나뒹굴고 내가 탄 버스도 공회전을 몇번씩 되풀이했다 어느 외진 마을..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2004. 2. 12. 11:04
5시 퇴근하자마자 서울역으로 가렵니다 행여 외로운 사람들 가슴이 답답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들 모두들 서울역 대합실을 배회하고 있을 터입니다 가끔 이렇게 일일 기차여행을 떠나는 일 가슴에 시원한 밤공기를 펌프질해 주어서 좋습니다 가다가 내리면 거기가 저의 종착역입니다 아무..
요즈음 시골에는 빈집들이 많습니다 외딴 섬 외딴 산 깊이 처박힌 빈집은 그런대로 생각할 여유와 깊이를 주어 좋습니다 그 빈집 처마위로 포물선을 그으며 올라가는 홍시감이 있다면 그 운치 또한 그만일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 달동네 빈집들은 다 타고 남은 연탄재 구르듯이 어쩐지 마음 한 구석 쓸..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2004. 2. 12. 11:02
점심 기간에 대웅전 앞에서 연합뉴스 선배를 만났습니다 벤치에 앉아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놓고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무거나 먹겠다는 나에게 선배는 네가 좋아한 것을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나원참 내가 좋아한 것이 무엇인지 그토록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맨처음 알았..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2004. 2. 12.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