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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농군의 국산 와인 만들기 열정

여행과 미디어/여행길 만난 인연

by 한방울 2004. 6. 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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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도 출신 권혁준 씨의 국산 와인 만들기의 열정

국내산 포도로 새 와인 시대를 여는 농민 공동체를 찾아


“내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계절//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돚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이육사, ‘청포도’ 중에서)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이다. 청포를 입고 올 그 푸른 임 기다리다가 못 견딘 그리움이 터져 아픔이 터져 허공에서는 이 빗줄기 쏟아지는 걸까? 지난 날 열정으로 살아온 농부며 모든 작물들 위에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이 빗줄기. 그렇게 성환읍에서 진천으로 달리는 신작로에 비바람이 흩날렸다. 작게 여문 포도송이들이 주절이주절이 짙푸르게 출렁였다. 그 포도원 사이로 얼마를 더 이어 달리자 우리 민족 공동체의 상징인 ‘두레’에서 이름을 따서 만든 이 마을 농민들의 영농법인 ‘두레양조’에 이르렀다.


신두리 농민들 49명이 뜻을 모아 만든 이 영농법인의 대표는 권혁준씨. 그이는 이곳 토박이로서 단국대 농대를 졸업한 마흔 두 살에 이르도록 대대로 흙과 부대끼며 희망을 일구어온 농군의 아들이다. 야심에 가득 찬 지식인 농부인 그이는 지금 세계적인 한국산 와인시대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농민들이 뭉쳐야 우리 농촌이 살고 뭉친 연후에는 늦더라도 차근차근 경쟁력을 축적하여 질 좋은 농업으로 세계적인 농촌의 모습으로 바꾸어나가야만 한다는 점을 역설해왔던 그이다.


입장면 신두리 농민들의 야심 찬 계획, 한국산 와인 만들기

그러던 어느 날 천안시청에서부터 25년 동안 농업 문제에만 매달려온 공무원 김충구 씨를 만나 해외연수 제의를 받았다. 평소 농업 활로를 찾고자 백방으로 뛰던 그이에게 이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프랑스 포도농장과 와인 공장을 견학하게 되었다. 농촌지도소에서 7년여 동안 근무하기도 했던 그이는 오래 전부터 거봉포도를 이용한 품위와 경쟁력을 갖춘 선진 농촌 만들기에 부단히 고민해왔었다.


틈틈이 유럽과 일본을 오가며 해외 농업정보와 경험을 두루두루 쌓았다. 자신이 졸업한 단국대 농대에 가서 교수들과 토론하고 논문을 뒤적이면서 지식인 농사꾼으로서 서서히 자리를 굳혀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이가 예상하던 대로 농림부는 96년 6월 농업 개방 방침을 밝혔다. 그이는 바로 2개월 후부터 이를 예견하고 준비해온 대로 포도원과 와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그 길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 포도로 우리 와인을 만들어 수출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입장면의 상징이기도 한 거봉 포도. 거봉은 나무의 모양이 강하고 포도송이의 모양이 원통형으로 다른 포도와는 달리 무게가 500~1,000g으로 큰 과실이다. 열매 당도는 17도로 높은 편이고 육질이 연하고 과즙이 많은 게 특징이다. 


그이는 이 거봉포도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무기로 와인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이미지를 깊게 심어주기 위해 총 21톤가량의 포도원에 100% 포도봉지 씌우기로 했고, 농약대신 석회보로도액을 살포하여 농약잔류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토양 개선을 위하여 화학비료는 절대 사용치 않고 퇴비만 사용했다. 친환경농업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당도 높이기에 주력했던 것.


와인의 품질은 포도의 품종 및 상태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으므로, 좋은 포도의 선택은 바로 와인의 품질을 결정한다. 와인은 포도를 짜서 만들거나 씨나 줄기를 넣기도 하고, 살짝 짜기도 하고, 아주 진하게 진국 우러나오도록 짜내는 방법도 있다. 겉절이 보졸레 누보처럼 만들자마자 바로 마시는 것도 있고, 오랜 기간 숙성시키는 펀더멘탈이 튼튼한 것들도 있다.


짜서 발효를 거친 와인은 한겨울 땅 밑에 독을 묻고 겨울을 나는 김장김치처럼 발효와 숙성을 위해 지하 셀러에 넣어 숙성 과정을 거친다.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의 공통된 특징은 와인 품종을 라벨에 기재하는 것이다. 이 라벨만 보아도 와인의 맛을 예측할 수 있다. 생산지와 재료, 수확연도, 숙성 기간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좋은 와인은 생산지의 토양과 기후에 따라서 그 특성이 좌우된다. 수확연도(vintage)는 기온과 강우량 그리고 일조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한 포도의 특성상 그 해의 일기조건에 따라 품질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강우량이 비교적 적어야 당도가 높고 신맛이 적어지며 색깔도 짙다.


친환경농법의 포도로 ‘두레랑 와인’ 첫 출시 소비자 반응 뜨거워

천안 전지역을 돌며 좋은 포도를 선별한 후 ‘두레앙 와인’을 선보이게 되었다. 돌다리 두들기듯 신중에 신중기하며 10여년의 세월을 투자하여 첫 생산되던 날에 그이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프랑스 와인과 ‘두레앙’을 섞어 놓고 마시게 했다.


반응은 의외였다. 소비자들이 우리 입맛에 맞는 와인이라며 선택한 것은 대부분 그이가 생산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시판 전에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의 검증을 받고 있다. 시판한 와인은 바로 동이 났다. 그래서 내년에는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중부권을 넘어 국내 포도원의 생산량을 다 소화하는 명실상부한 우리 손으로 생산한 포도로 새로운 와인 시대를 열겠다는 생각이다.


마을 사람들과 2만병을 생산하는 소규모 가공공장으로 시작했지만 첫 출시에 성공한 만큼 현재 21톤 규모에서 100톤 생산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수지타산이 잘 맞아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확신했다. “초기 농가의 출자가 적어 고전했는데 요즈음에는 마을 사람들의 자긍심이 높고 투자와 판로도 빠른 속도로 확대돼 매출 규모도 월등히 늘어날 것 같다”라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이는  마을 사람들과 작목반을 운영하며 무농약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포도원에서 여러 방식으로 시험을 시도 중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게 작물과 더불어 호흡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해주었다.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된 것. 옹골찬 포도송이를 원료로 한 새로운 와인시대를 개척 의욕이 그래서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것이다.


그이의 당찬 포부를 듣고 있던 김충구 씨는 농업전문 공무원답게 이런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생산자는 그러한 소비자 흐름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예측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간혹 보면 우리 농민들은 내수시장이 좋다고 수출 계약을 끊곤 하는데 이는 국제적 신뢰의 문제이죠. 당장 이득이 높다고 해서 판로나 소비자를 마음대로 바꿔 가는 것은 좋지 못한 관행이죠. 그런 전철은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영세 농민들 사업하는데 걸림돌인 세금 문제 해결돼야 

전문 행정가와 의논하며 농사짓는 풍경이 더 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가운데 잘 나가는 와인장이 권혁준 씨에게도 정부에 대한 바람이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인 주세문제였다. 일본의 경우 200톤 이하를 생산하는 업체에게는 국세를 30% 감면해주고 소규모이냐 대규모이냐에 따라 포도주에 매기는 종가세가 다른데 우리의 경우 2만 원짜리 포도주나, 10만 원짜리 포도주나 일률적으로 30%를 적용하고 여기에 다시 교육세 30%를 적용해 소규모 소액 와인을 생산하는 영농조합에게는 너무 가혹한 세금체계라는 것이다.


좋은 술, 세계적 와인 생산에 도전하는 농가의 희망을 위해 주세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프랑스산 로브 등 유명 와인을 옆에 두고 늘 품질을 비교하며 획기적인 한국산 와인 개발에 골몰하고 있는 그이. 그이의 대단한 꿈은 점점 현실화 되는 느낌을 받았다.


성서 창세기에서 등장할 정도로 포도는 인간이 재배한 과일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다. 코카서스 지방과 카스피해 연안이 원산지로, 전 세계적으로 6천만 톤 가량을 생산하는 포도는 세계 과일 생산량의 1/3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본격적인 재배는 1906년 서울 뚝섬 원예모범장 재배에서 비롯되었다.


포도는 당분(포도당·과당)이 많이 들어 있어 피로회복에 좋고 비타민이 풍부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그밖에 칼슘, 인, 철, 나트륨,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도 들어 있다. 이뇨작용, 생혈 및 조혈작용을 하여 빈혈에도 좋고 충치 예방, 항암 효과도 있다. 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포도는 날로 먹을 수도 있고 건포도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병조림, 주스 잼, 젤리, 식초, 술 등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좋은 포도 좋은 와인 선별하는 법과 포도의 효과

이밖에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는 해물잡탕, 생선회, 훈제연어, 갈비찜, 민물장어, 대구, 고등어, 냉면, 김치, 빈대떡, 튀김 종류 등이다. 달콤한 와인은 짠 음식에 곁들이면 좋고, 신맛 나는 와인은 기름기 있는 음식,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은 은은한 맛이 나는 음식이나 예민한 음식을 압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와인 원료인 포도를 보관할 때는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것이 좋고, 보관할 때는 포도 봉지에 쌓인 상태로 보관하시거나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는 것이 좋단다. 이때 야채와 함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고 먹을 때는 가볍게 물로 씻은 다음 아래쪽부터 먹는 것이 좋다. 아래쪽 알맹이들은 단맛이 강하므로 주스, 젤리, 셔벗, 잼 등과 같은 과자 재료에 적합하기도 하다.


아무튼 와인을 예술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음식의 궁합을 리드하고 생산자의 정성에 따라 맛과 품질이 좌우되기 때문. 그런 예술 작품으로서 와인. 우리 농민들 손으로 정성껏 만든 그런 와인을 우리 식탁과 술 문화 그리고 세계적인 애주가들의 손에서 빛을 발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음이리라.

포도원, 거봉, 박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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