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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아래서......

섬과 문학기행/시가 있는 풍경

by 한방울 2004. 2. 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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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아래서 몇 척의 목선 심호흡을 한다늑골에 나붙은 파래도 온몸 뒤흔들며파랑을 채찍질한다어망에 꽂힌 깃발이 배턴 이어받아 나부끼고파도는 풀무질하여 온 바다 휘몰이친다이쯤 뜨거워지면 바람도 깨금질하며 달려가는저 편 섬들의 이마에는노을이 환장하게 불붙는다그 불씨들의 열선이 바다의 구들장 다 데우고 나면등대, 불꽃 퉁겨 달아오르고점멸할 때마다 파도는 숨을 고른다밤새 곧추뜬 등대가 부르튼 두 눈 접고 잠들 무렵다시 아침 바다는 뜨거워지기 시작하는데어부의 녹슨 닻에 스파크 긋는 금빛 바다에푸른 고등어 지느러미질이며허공에 불빛 터는 학꽁치의 저 부산함파도는 섬으로 돌아가 포구를 열고다시 먼 바다로 떠나는데,뜨거운 불꽃 방전을 꿈꾸는 등대의 어깨 위에백구 몇 마리가 젖은 깃을 털며 창공을 겨누고 있다 - 박상건의 시집《포구의 아침》에서 -

♬ A Love Affair - Steve Barak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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