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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풍경 ⑧ (나태주-기쁨)

섬과 문학기행/시가 있는 풍경

by 한방울 2004. 2. 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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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진=섬문화연구소DB)

 

[詩가 있는 풍경] ⑧ 기쁨

- 아웅다웅 세상에 흐르는 난 향기의 의미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 나태주, '기쁨' 전문

난은 우아·순수·절개·지조·깨달음·숭고함의 상징이다. 나태주 시인은 산골 선생으로
산골 시인으로 사십 평생을 살아오고 있다. 그런 시인이 바라보는 난은 "귀띔해 주지 않아
도 어디로 이파리를 뻗어야 하고 어떻게 꽃을 피워야 좋은지를 안다. 스스로 법이요 길이
다".

난이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은 난의 등받이가 되어주고 난은 허공의 지렛대가 되어준다.
아름다운 동행이다. 난의 순수, 난의 여유만큼이나 삶을 관조하는 시인의 눈과 마음은 비어
있어 아름다운 것. 여백끼리의 아름다운 조화. 그것이 우주의 질서, 균형, 절도이다.

심미적 형이상학적으로 난을 대하는 시인은 난이야말로 인간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진정한
지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을 안으로 채우면서 무심히 살아가는 그런 삶을 난
을 통해 젖어가고 있는 것이다.

외진 산골 학교에서 천천히 사는 법을 터득한 시인처럼 난은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스
스로 만족하고 기다릴 줄 안다. 이런 난의 숭고함과 교감하는 시인은 자본주의와 이기주의
가 만연한 아웅다웅 세상에 잔잔한 물결로 난 향기 흘려 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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