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⑦ 섬
- 파도에 깎이며 삶지키는 사람처럼 다가와
스스로의 生 지키기 위해
까마득히 절벽 쌓고 있는 섬
어디 지랑풀 한 포기
키우지 않는 섬
눈 부릅뜨고
달려오는 파도
머리칼 흩날리며
내려앉는 달빛
허연 이빨로 물어뜯으며……
끝내 괭이갈매기 한 마리
기르지 않는 섬
악착같이 제 가슴 깎아
첩첩 절벽 따위 만들고 있는 섬.
- 이은봉, '섬' 전문
외로운 섬이 아주 선명해 다가서면서도 물결이 애잔하게 출렁여오는 느낌을 준다. 허연 이빨로 눈 부릅뜨고 달려드는 파도. 그 파도에 깎이는 섬. 그런 섬이 생을 지키는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기울어가는 생애처럼 파도를 맞으며 속울음 꺼이꺼이 울며 자라는 섬.
풀 한 포기와 괭이 갈매기 하나 기르지 않는 섬이라면 얼마나 고독한 섬인가. 고독 속에 갇혀 살아본 사람만이 제 가슴 깎아 기른 상처를 켜켜이 쌓고 쌓아 절벽으로 올연히 일어서는 푸른 섬이 될 터.
저마다 축 처진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이란 가능성에 대한 정열이라는 그런 대상으로써 섬 하나 품어봄직 하다. 답답한 마음 철썩철썩 파도에 헹구고 넉넉한 갯바람에 흔들어대는 억새풀 혹은 해송처럼 드넓은 해원(海原)을 향해 우리 춤 한 판 덩실덩실 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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