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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초등학교와 겨울 바다의 추억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2. 11. 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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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님이 교장으로 있는 시골학교
상서초등학교에 갔었드랬습니다

전날 술에 찌들린 머리와 가슴이었지만
학교 급식실에서 맛 있는 점심을 해장 삼아
밑바닥까지 다 훑고서는
방과 후 어린이들과 마을 창고 뒷편 햇살 따사로운
공터에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했드랬습니다

서울 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보면
반사적으로 줄행랑 치는 것과는 달리
하나 둘 모여 들더니
아저씨는 누구에요?
너는 물고기가 좋으니 새들이 좋으니?
니그 동네에 시냇가 잇니?
예...
너는 몇 학년이니?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잘 다음어진 정원을 돌며
겨우살이에 들어가는 나무들의 움직임을 보고
운동장 한켠에서는 돼재 한마리 잡아두고
인근 주민들 선생님이 모여서 배구 게임을 합니다
나와 동행한 사진작가 친구는 바베큐를 굽다가
한잔 걸치면서

한적한 시골 학교에서 봄날씨처럼 햇살이 눈부신
평일 하오를 즐겼습니다

어린이들은 따로 발야구를 하고
간간히 제네들끼리 고기를 구워먹고
자기 학교 선생님 응원도 하고
한쪽 잔디밭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다시 이 충청권 시모임 회원들과
나 시인님이 정례모임을 갖는 대천항으로 동행했드랬습니다
모처럼 만난 대천 앞 겨울바다는
가슴 설레이게 하기 충분했었드랬습니다

상서초등학교에서부터 발동걸린 술잔은
밤이 깊어가면서
겨울바다에서 더욱 축축히 적셔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뵌 분들인데도
시를 쓰는 동류의식 탓인지
경계가 쉬이 무너지고
어찌 어찌 하다 취해 자고 일어나니 아침이었습니다

먼저 일어나신 나태주 시인님과
거실에 앉아 시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가 끓여준 커피 한잔을 걸치며
베란다 쪽으로 펼쳐진 솔숲 건너 대천 앞바다는
찌들린 영혼을 씻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
해변을 거닐어도 보았습니다
멀리 무창포 석대도가 보였습니다

피곤한 일정 탓에
대천 여객터미널 식당에서 아점을 겸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늘 정 깊어짐을 느끼게 하는
나 시인님은 설중매 한병으로 해장 술이라며 한잔 권합니다
술을 그리 잘 하시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게 일행은 다시 문학기행으로 떠나고
나 시인님과 저희 일행은 서울로 향했습니다

선생님은 학교에 일이 있아 돌아오시는 도중에
학교 앞에서 하차했고
우리는 서울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1박2일간 보낸
상서초등학교와 대천 앞바다의 추억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고요하기 그지없는 그 시골학교의 눈부신 햇살
순백한 사람들의 눈빛과 그 마음
그 여울에 밀려가고 밀려오던 대천의 파도소리
꼭 다시금 달려가고픈 겨울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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