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제주로 날아갔습니다
온몸이 피곤에 절여있었드랬습니다
일주일 내내 날밤 지새우며
정신적 피곤함을 주체하지 못했었드랬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지인들이 기둘리는 서귀포로 갔었드랬습니다
화가 이중섭 생가 맞은 편 카페에서 그동안
그리움을 동그맣게 둘러 앉아 찻잔에 풀었드랬습니다
밤이 가고
새벽달이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달빛을 따라
서귀포항으로 나갔드랬습니다
밤을 비추우던 등대도
이제 마악 잠자리에 들었드랬습니다
문섬과 섶섬 사이로 갈매기들이 날아올랐습니다
파도는 두리둥실 해를 끌고 밀려오고 있었드랬습니다
제주의 아침바다는 상큼하고 싱싱한 바람으로 다가왔었드랬습니다
제주여 제주여
겨울 바람 몰고 문주란 가로수길을 달리던 제주여
바람 부는 모슬포항에서 사진을 찍고 방어회에 성게국을 먹습니다
바람에저녁을 갈치회에 소주잔으로 채웠드랬습니다
다시 밤이 오고
제주의 바람은 물갈이를 하고 있었드랬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드라이브를 시작했습니다
영화박물관에서 잊혀진 추억의 날들을 영사기에 돌려보았습니다
삶의 잔상들이 스치웁니다
야자수 도로를 달려
밀감 내음 자욱한 일주도로를 달려
성읍에서 막걸리에 돼지고기를 먹습니다
후식으로 밀감을 푸짐하게 싸주는 주인의 손길이 아름답습니다
다시 비자숲으로 갔습니다
비자숲에 나란히 누워
시인들은 하늘의 자유의 노래를 불러봅니다
산 숲에서 하늘을 향해 누워본다는 것
그것보다 더 자유로운 세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맨발로 그 숲길을 걸어나옵니다
시인의 맨발이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자연과 맨몸으로 부딪치고 싶었을 겁니다
다시 오름을 거쳐
억새숲 우거진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좌우 푸른 벌에는 말들이 뛰어 놉니다
제주는 어디로 보나 곳곳이 아름다움의 천지입니다
북제주군 북촌 앞바다에 있는 콘도에서
하룻밤을 묵습니다
바로 앞에서는 무인 등대가 있었고
등대가 뱃길을 비추는 사이
철새들이 하늘에 포물선을 그으며 갑니다
푸른 해초를 흔들어쎃는
해조음이 아름답습니다
그 바다를 벗삼아
우리는 모듬회를 먹으며
제주의 마지막 밤을 지새웠습니다
이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조천읍 노래방에서 밤새 노래를 불러제꼈습니다
자 떠나자 제주바다로
삼등삼등 제주열차.....
아침이 오고
늘 정든 우리들은
헤어짐이 아쉽습니다
동문 시장 비닐로 쳐진
빙떡집에서 할머니가 부쳐진 빙떡을 먹습니다
어깨를 비에 젖어 있습니다
제주의 마지막날은 빗줄기가 하염없이 내렸드랬습니다
점심을 갈치국으로 먹고
공항에서 각자의 숨터로 날아갑니다
아쉬움은 얼굴에 노을빛으로 묻어 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이담에 만나면 더욱 뜨거워지자며
손을 흔듭니다
그렇게 비행기는 이륙했었드랬습니다
* 지금 저는 다시 광주공항을 거쳐 무등산 아래로 와 있습니다. 이곳에서 또 한 분의 시인을 인터뷰하고 서울로 갑니다. 무등산...고교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민주의 성지 예향의 고장 광주...아 광주에도 빗줄기는 멈출 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