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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친구들 가을 산행기…산은 우정이다

여행과 미디어/여행길 만난 인연

by 한방울 2009. 9. 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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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가을 도봉산....

 

가을이다. 모처럼 불혹의 팔부능선을 넘는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가을산행에 나섰다. 바삐 바삐 살면서 잊고 지낸 여유와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 가장의 무거운 어깨에 오늘은 도시락과 간식, 담근 술 한 병이 배낭에 울러맨 채로 푸른 산을 향했다.

 

1호선 망월사역에서 출발해 지장사, 포대능선, 포대정상을 탔다. 자동차로 치면 중고자동차에 해당하는 육신은 연속 산행에 버거움을 느꼈다. 30분 단위로 쉬면서 물 한 모금에 휴식과 출발을 반복하는 산행은 2시간여가 지나자 제대로 시동이 걸렸다.

 

짧은 듯, 짧지 않은 중년의 문턱을 넘어선 친구들은 쉼터에서 자연스레 교육, 건강 문제를 소재로 삼는다

  

모내기 새참 펼치듯 산길 아래 숲에서 펼친 우리의 일용할 양식. 푸른 상추쌈과 고추 그리고 한 모금의 약주를 주고받으며 아이들 교육 문제, 우리들 건강 문제 등 메뉴로 삼았다. 잠시 휴식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정상을 향했다.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산을 오르며 고요, 겸허, 곡선의 미학을 깨닫는다

 

산은 마음의 고요와 고상함이 절정을 이루는 곳이다. 산은 모든 자연 풍경의 시작이요 끝이다. 거기에 우리네 삶의 그림자가 젖어들곤 한다. 산은 굽어 내려가는 겸허함으로 산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길이다. 산은 정직하다. 도시락 까먹으면서 걸친 반주 한잔의 여진 때문인지 내 걸음이 작은 모래알에 살짝 미끄러진다. 자연이 울리는 경고음이다.

 

살다보면 일탈의 자유를 꿈꾸고 궤도를 벗어날 즈음에 제어장치가 있게 마련이다. 도봉산 산행의 묘미이자 어느 정도 긴장감을 불어 넣는 구간이 Y계곡이다. 철제 빔을 잡고 오르는 순간, 바위는 또 하나의 거대한 산이고 그 위로는 청량한 하늘이다.

 

산은 서로에게 믿음주는 공간이다. 길 가던 여성 산악인이 함께 포즈를 취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의와 격려 메시지를 던지며 거대한 바위를 오른다. 그렇게 산에는 우정이 있다. 숲은 숲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어우러져 산다. 우리도 그렇게 암벽과 하나가 된다. 신선봉을 거쳐 내려오는 길에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오늘 무사 산행을 함께 기뻐하고 격려와 조크를 던지며 서로의 삶에 에너지가 된다. 그렇게 산은 우정의 결정체이다.

 

산은 서로에게 가지를 내밀고 길을 내어주며 우정을 나눈다. 한 영혼, 한 봉우리로 살아가는 산처럼 우리네 우정도 친구 팔과 마음을 휴식처로 삼는다. 산이 계곡마다 자유로운 물길을 틀며 흐르듯이 참된 친구 역시 자유롭게 흉금을 털며 세월의 물줄기가 된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사계절을 창조하고 지키는 산. 우정 또한 모험과 좌절마다 인내의 힘줄이 되며 변함없이 사랑을 지속해주는 버팀목 같은 것이다.

 

도봉산 산행 초고 묘미, Y계곡 구간...힘겨운 만큼 정상의 가을바람과 풍경이 일품이다

 

자연은 역시 하느님이 쓴 위대한 책이다. 단테는 이런 자연을 신의 예술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이런 자연에서 나를 반추하고 우정을 다지기 위해 매월 산행에 나선다. 철학자 볼테르는 취미는 바꾸더라도 친구는 바꾸지 말라고 했다. 아름다운 가을 산행에서 생각해본다. 나는 취미도 안 바꾸고 친구도 안 바꾸겠노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행 중 내내 슬프고 이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새 소리 한번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자연은 인간이 사는 거리와 멀리 떨어져 혼자 있을 때 가장 번영하는 존재인가. 새들은 사람이 없는 더 깊은 어느 숲에서 자기들의 둥지를 틀고 있었을 터이다.

 

이 한 컷을 위해 우리는 오르고 또 올랐나 보다~~~

 

또한 정상에서 찍는 사진마다 선택의 여지없이 배경에 걸려든 것이 토끼장 같은 아파트촌이었다. 빈 공간이라도 생기면 들어서는 콘크리트 망령. 그만큼 산이 신음하고 있다. 자연으로 가는 후손들의 길도 좁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백만물짜리 노송과 암벽의 조화이다. 서울도시멩 이런 풍경이 있다는 자체로 기쁨이요 행복이다 

 

도심 풍경만큼 사람들의 정서도 그만큼 각지고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기쁨과 여유를 두 배로 전해주는데 우리는 자연의 슬픔만 배가시키고 있다. 우리네 기쁨 뒤에 서린 저 슬픔의 그림자를 누가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

 

정상에서 우리는 모교의 깃발을 앞에 하고 한 컷 찍는다. 파이팅을 외치면서 우정도 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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