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영방송 등 필리핀 전역에 펼쳐지는 ‘한국 춤’
관객눈물 쥐어짜는 천명선의 춤 100번째 해외공연
필리핀 참전용사, 불우청소년, 교포와 현지인 대상 춤사위
6.25 전쟁 기념일을 맞아 세계 여러 나라의 참전용사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전통 무용가가 당시 우리나라에 유엔군 일원으로 보병 1개 대대 등 병력 7,420명을 투입했던 필리핀 참전용사들을 찾아가 감사공연을 준비중이서 화제를 낳고 있다. 필리핀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6월12일을 독립기념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참전용사, 필리핀에 거주하는 10만 명의 동포위문공연, 현지 불우청소년들을 위한 공연 계획 등으로 기획돼 위로와 감사,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류 기류를 타고 기지개를 펴는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대외에 알리고 동포와 아시아 우방들과 하나 되어 한국 음악과 무용을 향유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주인공 무용가 천명선(50)은 ‘천명선 예술아카데미’와 함께 한국의 마리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걸스타운에서 먼저 자선공연을 펼친다. 걸스타운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4천여 필리핀 학생들을 위한 배움과 삶의 터전이다. 천명선 무용가는 우리가락의 평온함과 아픔을 극복한 한국적 삶을 전통공연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용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본 공연은 6월29일 저녁 7시 필리핀 국립리잘파크 콘서트홀에서 막이 오른다. 이날 공연의 공식 명칭은 "필리핀 초청 '천명선의 춤 세계로 향한 디딤' "이다. 특히 이 공연은 필리핀 국영방송(ch4)과 16개 케이블방송을 통해 필리핀 전역에 방송된다. 이어 하와이 등에도 녹화 방송돼 현지교민들에게 향수어린 전통음악과 무용의 여울이 전해질 예정이다.
화제의 무용가 천명선은 누구인가?
이번 공연을 이끄는 무용가 천명선은 대구 출신으로 일곱 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했다. 당시 작은 사업을 하던 아버지는 유난히 몸이 약한 소녀 천명선을 위해 무용을 권했다. 그렇게 창극단 박초양 선생 아래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시절에는 무용단을 직접 창단했다. 스물다섯 살 때 재일동포와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고향을 잊을 수 없어 대구에 전통무용연구원을 설립해 일본과 대구를 오갔다. 그러던 중 남편이 세상을 떴다. 홀로 춤에 빠져 젊은 날을 헤쳐 가던 천명선은 일본 교포들과 문화예술인들로부터 “당신은 일본에 남은 유일한 보석이다”, “민단에서 계속 활동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결국 그렇게 일본에 남게 된 천 무용가는 민단과 함께 일본에서 재일한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과 후학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방학 때면 고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천명선 무용을 배우고 되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2세들에게는 “우리 것을 아는 것이 타국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자신감과 주체성을 심어준다”는 확신을 가르쳐 나갔다. 그러면서 그는 2000년부터 민단 카나가와현 본부 문화사업추진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게 되었고, 지난해 7월부터는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등에서 무용 예술아카데미 회장겸 지도교수로 이론과 실무를 병행해 나갔고 전통무용의 계승운동이라는 3박자 인생을 항해하고 있다.
무용가 천명선은 1997년 전주 대사습 전국대회 무용부 장원, 전국 국악 전통예술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국악계에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던 그는 전주대사습 전국대회 무용부분 심사위원을 10년째 맡아오고 있고, 95년 이후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독일, 헝가리, 러시아 등 해외공연을 무려 100회 이상을 소화해냈다.
동양적 한과 부드러운 소통을 갈구하는 곡선미의 춤사위
천명선의 춤사위는 관객 가운데 특히 주부들의 눈물을 쥐어짠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공연 가운데 한 대목인 일본공연의 경우 일본 주부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현지 방송에 방영된 것. 한국 전통무용의 독특함 가운데 하나인 가늘고 긴 곡선의 운율이 연출하는 동양적 메타포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는 일본인들도 재일 교포들도 동시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일제 강점기의 서러움을 딛고 살아나는 춤사위인가 싶으면, 한편으로는 모진 세상을 헤쳐 가는 중년여성들의 모성애의 표현 같기도 하는 그런 한국 춤, 천명선의 춤사위가 갖는 매력이다.
이처럼 천명선의 춤은 한국 전통문화가 지니고 있는 끈끈한 한과 자연과 교감하면서 우려내는 서정성에서 그 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도 예술도 서로 밀착되었을 때 인간의 심금을 울리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삶을 한국 전통 서정과 한의 가락에 잘 호흡시켜 온 ‘천명선의 춤’은 무용가 자신은 물론 관객도 하나로 신명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강대국으로부터의 외침과 질기디 질긴 가난의 극복 과정이 전통적 소재로 등장하는 그이의 춤사위 장면 속에는 정녕 한국인의 심상을 넘어서 똑 같은 자연환경 속에서 유목민의 삶을 살아온 아시아와 유럽 변방 소시민들에게 가슴 찡한 동질감을 갖게 한다. 그러한 정서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이 춤사위의 포인트이다. 이심전심으로 이어지는 잔잔한 울림과 역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며 관객의 가슴에 던지는 메시지는 사뿐사뿐 건너뛰는 춤사위마다 저마다의 역사와 삶의 파도가 출렁여 온다. 제각기 파란과 굴절의 역사이지만 그것은 결코 격정적이지 않고 산경진수의 세계에 천착하는 삶의 극복의지와 예술승화의 동질감이 일치한다.
전통춤을 한국 대표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
여성적 곡선미를 두루 갖춘 춤사위는 끈끈한 서정의 가락을 타고 우리가 살아온 그 뒤안길을 따라 능선의 풍경을 반추하며 산허리를 넘는다. 때로는 한 줄기 강물처럼 무심히 흘러간다. 결코 절망과 좌절이 아닌 극복의 의지로 승화하는 카타르시스이다. 이러한 창조적인 율동과 멜로디는 만인의 예술이 갖는 특징임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모든 이에게 가락과 춤사위 하나로 동질감을 갖게 한다. 이윽고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곧 한강의 기적, IT강국, 한류의 본거지 대한민국 서울을 떠올려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천명선은 곧 한국의 문화상품인 셈이다.
특히나 구름 속에서 춤추는 선녀춤은 한국적인 풍경과 민요, 설화 등 동양의 신화적인 요소들이 가득해 서사적 환경을 십분 연출해주는 대표적인 춤이다. 5천년 역사라는 긴 한민족의 삶이 춤사위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따뜻하고 정겨운 옛 이야기가 오솔길처럼 무지개처럼 실개천처럼 흘러가는 영상과 음악은 전통문화를 은유하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례야말로 예술을 통한 위대한 소통의 문화이고, 위대한 사랑의 문화이다. 전쟁과 아픔, 강대국과 식민지문화, 한국사와 아시아 문화, 대륙과 섬의 문화, 반도와 유목민문화 간을 잇는 아름다운 상징어이자, 기표로써 매우 의미심장한 가락이요 춤사위이다.
아무튼 무용가 천명선의 공연은 이러한 함의를 보듬고 지속적인 순회공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통문화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국외에서 더욱 한국적인 모습으로 각광받고 나아가 국가 이미지와 문화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드높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29일부터 필리핀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
그런 면에서 무용가 천명선은 자의든 타의든 본의 아니게 한국 홍보대사 형식을 취한 셈이다. 실제로 현지 총영사관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고 교포와 현지 정부기관의 요청으로 양국 문화교류 차원으로 공연 초청을 받고 있다. 어떻든 간에 천명선 무용가는 일본은 물론 아시아 세계 각국을 무대로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을 숙명처럼 삼고 살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본에서 잠시 귀국한 그를 지난 23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공연의 의미를 묻자, “아시아는 물론 세계와 공유하는 우리문화의 전도사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길은 스스로 좋아서 했고 한국적 서정과 끈끈한 한의 예술이 신명나서 춤으로 풀어왔을 따름이다”고 말했다. 물론 그 길이 힘에 겨울 때도 있었다. “솔직히 지난날은 험난한 춤의 긴 터널이 있었고 이제 조금이나마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 들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해외 순회공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국내외에서 후학 양성에 비중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번 필리핀 공연에서는 교방무, 산조춤, 무무춤, 천녀춤, 김명순의 경기민요, 남성춤의 백미인 이우호의 한량무, 한국 최고의 연주자라는 찬사를 받아온 문동옥의 대금산조, 이형환의 거문고산조 등 한국 전통음악의 백미가 선보이는 것을 비롯해 화관무(군무), 가야금병창, 기악합주, 사물놀이 등 한국 전통문화의 다양한 스타일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 필리핀 공연에서 선보일 한국전통 음악과 무용
1. 대금독주: 산조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악독주곡이다. 한국의 주요 악기들의 산조가 있지만 대금으로 부는 산조가 산조의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김동진류 대금 산조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계면조과 우조의 조화가 잘되어 있는데, 강한 호소력과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귀신이 곡할 정도의 귀곡성(鬼哭聲)이 일품인며 또한 오동추야 대목을 으뜸으로 여긴다. 전체적인 구성은 진양조-중모리 -중중모리-자진모리로 되어있다.
2. 교방무: 말 그대로 교방(敎坊)에서 춘 춤이다. 교방무는 동작이 복잡할 뿐 만 아니라, 즉흥성을 겸비하고 있어 고도의 기량을 갖추어야 제대로 출 수 있는 춤이다. 또한 한국 춤의 네 가지 요소인 한. 흥. 멋. 태를 고루 갖춘 춤으로 차분하면서도 끈끈하고 섬세하며 애절한 춤태가 볼 만하다. 천명선의 교방무는 정. 중. 동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무아지경으로 이르게 하는 매력을 갖추고 있는 춤이다.
3. 경기민요: 서울과 경기도지방에서 전승되는 민요이다. 경기민요는 서양의 장조와 비슷한 평조로 된 가락이 많아 깨끗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들이 많다. 가락과 악절이 분명하고 음 빛깔 또한 부드럽고, 유창하며 서정적이다.
4. 가야금병창-사랑가: 가야금병창은 가야금이란 악기를 타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한다. 가야금과 소리 둘 다 능통해야 가야금 병창을 할 수 있다. 병창은 주로 판소리를 하는데, 판소리 춘향가 중 가장 유명한 대목 소리인 사랑가를 노래한다. 사랑가는 이몽룡과 춘향이가 서로 정담을 나누는 것을 노래한 것이다.
5. 무당춤: 무당이 굿을 할 때 추는 춤이다. 대개 신을 맞이하거나 보낼 때, 잡귀를 몰아내거나 넋을 위로할 때 춘다. 무가(巫歌)를 부르는 사이사이에 춤을 추기도 하고 때로는 음악을 반주로 하여 의식의 일종으로 춤을 추기도 한다. 한국의 의식무용(儀式舞踊) 중 가장 원시적 요소가 짙으며 지방마다 춤사위가 다르다.
6. 경기민요: 서울과 경기도지방에서 전승되는 민요이다 경기민요는 서양의 장조와 비슷한 평조로 된.가락이 많아 깨끗하고, 경쾌하며 가락과 악절이 분명한 도시풍의 노래이다. 음 빛깔이 부드럽고, 유창하며 서정적이다.
7. 천녀무: 동양의 전설에 의하면 옥적은 하늘의 여인에 의해서만 불리워 졌다고 한다. 옥적에 의해 광채 찬란하고 우아한 음율이 천상에서부터 내려와 들려 올때, 지상에서는 시적분위기가 넘쳐 흐르는 춤을 천명선에 의해 창작 되어진 춤이다.
8. 거문고 독주: 거문고산조는 수수하면서도 웅장하고 막힘이 없는 남성적인 절제미가 돋보이는 음악으로, 우조와 계면조를 섞은 빠르고 느린 리듬이 조이고 풀고 하면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9. 사물놀이 타악: 사물놀이 연주에 여러 대의 북을 곁들여 변화를 준 일종의 변이형 타악합주 형태이다. 사물의 다소 자극적인 가락을 포용력있는 북의 울림으로 감싸안음으로써 타악기의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성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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