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단풍산행에 나섰다. 등반 하루 전 연인산 아래 계곡께 주말농장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고교시절 친구들과 추억의 뒤안길을 더듬어 봤다.
다음 날, 당일치기로 참석한 후발대 친구들이 도착한 후 과일과 음료 등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운악산으로 향했다.
운악산(雲岳山)은 해발 935.5m. 경기도 가평군 하면 하판리와 포천군 화현면 화현리 일대 숲과 능선에 약 13km 등산로를 실핏줄로 깔아놓고 산악인들 심금을 울려준다. 구름 속에 기암과 우거진 숲 봉우리로 솟은 운악산은 그 아름다운 산세 때문에 소금강으로 불리어 왔다.
만경대를 중심으로 우람한 바위들은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이며 동양화이다. 기암 위에 솟은 소나무, 산길과 계곡마다 단풍 등 색색의 활엽수림이 가을의 절정을 연출한다.
운악산은 크게 봄에는 진달래와 목련이 자지러지게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가락 삼아 소리 없는 울림으로 온산을 뜨겁게 절창한다.
운악산에는 유적지로 궁예성터, 만경대, 신선대, 병풍바위, 미륵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있고 주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산세가 험하여 기암절벽으로 산을 이루는데 그 경치가 절경이다.
그 위엄과 곳곳에서 보여주는 산의 매무새 때문인지 10월 셋째 주 운악산 산길은 만원을 이루었다.
운악산 홈페이지에서 권하는 정상적인 산행코스는 매표소→미륵바위→병풍바위→철사다리→만경대→남근석바위→코끼리바위→현등사→민영환 바위→백년폭포 순이다.
그러나 역순으로 등산을 하는 별난 산악회 때문에 한 길로 올라가야 할 병풍바위→철사다리→만경대 구간이 위로 가는 산악인과 아래로 내려오는 산악인들과 엉켜 모처럼 가을 산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차제에 가평군은 이 구간을 도봉산 V계곡처럼 일방통행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많은 산악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철학자 베이컨은 인간은 우선 자연에 복종하라고 했다. 그 다음에서야 자연을 정복한다는 것. 물론 자연은 신의 영원한 장식품이고 가없는 사랑의 하늘이 맞닿은 그 감정의 기복이 산으로 굽어지고 다시 펼쳐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니 인간은 자연을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이고 오류가 없는 그 자연에서 우리네 오류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로리가 “산은 왜 오르는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산은 그대로 마음의 고요와 고상함이다. 그래서 팔만대장경에서는 큰 산은 높은 덕으로 솟아 있다고 표현한다. 대부분 종교는 산에서 시작되었다. 은자와 목자의 청빈함과 겸허함이 그대로 산에서 배우고 익혔고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산으로 가는 것은 우리네 마음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가 태어난 원초적 고향,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산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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