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의 섬 이야기] 조도군도
방송 2008.5.9 15:40~55
진행: 김경미 아나운서
구성: 김수희 방송작가
진행: 강명옥 프로듀서
Q: 오늘은 조도군도를 소개해준다고요? 조도군도는 어디에 있는 섬입니까?
- 전남 진도에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명랑대첩을 펼쳤던 울돌목이 있는 곳이 진도인데요. 조도군도는 이 진도 팽목항에서 여객선으로 40여분 정도 가야 합니다.
Q: 울돌목이라 함은 조류가 센 바다인데 조도군도도 역시 그렇겠군요?
- 예, 그래서 조도에는 유난히 등대가 많습니다.
Q: 그렇군요. 왜 조도군도라고 부릅니까?
- 마치 새떼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조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4개가 있는데, 이들 섬의 공통점은 새를 닮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조도군도는 섬이 하도 많아서 새들이 바다에 모여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Q: 섬이 몇 개가 모여있습니까?
- 모두 154개입니다. 이 가운데 유인도가 35개, 무인도가 119개입니다.
Q: 이번 여행에서 그 많은 섬을 모두 둘러본 셈이네요?
- 저희 연구소 답사팀과 함께 70개 섬 사이를 비집고 다녔습니다. 도리산 전망대에 오르면 나머지 섬을 한눈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조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데요. 북쪽 섬을 상조도, 그 아래쪽을 하조도라 부릅니다. 두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 큰 섬을 중심으로 작은 섬들이 연달아 이어져 있습니다.
바다 좌우 끄트머리쯤에 신안군과 완도군 섬들이 보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제주도의 한라산 줄기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Q: 섬 주민들은 주로 어업을 하며 삽니까?
-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섬입니다. 그래서 섬 안에는 밭이 참 많습니다. 특히 특산품인 무와 대파가 많습니다. 밭일이 없는 날에는 바다에 나가 멸치와 낙지, 매생이 등 해산물을 잡고, 전복과 김 등 해조류 양식도 합니다. 그러니까 농업과 어업을 병행하는 셈이죠.
Q: 조도의 섬과 바닷가 풍경이 무척 궁금한데요?
- 동구리라는 마을에는 문화재로 등록된 성터가 있고 바닷가는 갯돌과 모래, 갯벌이 섞인 특이한 해변이 펼쳐집니다. 또한 그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습니다.
조도군도는 마치 분재를 다듬어 바다에 놓은 것처럼 푸른 빛의 작은 섬들이 모여 출렁이고 있는데요. 대부분 바다 안쪽 풍경은 호수처럼 잔잔합니다. 그러나 유인도 밖으로 나가면 울돌목처럼 조류가 급속하게 돌아가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많은 섬들을 적시며 노을이 지던 모습은 환상적이었습니다.
Q: 엔진고장으로 표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 낚시를 한 후 배에서 횟감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다음 섬으로 이동하려는데 어선의 엔진이 고장났습니다. 한동안 조류가 거센 바다 한가운데 어렵게 정박해 있었는데요. 다행히 바람 없는 날이어서 무사했습니다. 이런 날씨가 1년에 5일 정도 있다는데. 운이 참 좋았던 셈이죠.
다시 우리는 섬 일주를 떠나 청등도 신의도 죽도 맹골도 서거차도 동거차도 내병도 외병도 등 기암괴석으로 출렁이는 무인도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Q: 낚시하면 주로 무슨 물고기를 낚을 수 있습니까?
- 감성돔과 숭어가 많이 잡힙니다. 봄철 남해안에서 숭어와 아나고로 불리는 작은 장어 맛이 일품입니다. 배낚시로도 많이 잡히고 섬 곳곳이 갯바위 낚시터입니다. 저희들이 도착하기 전날에는 낚시꾼들이 각흘도라는 섬 앞에서 참돔을 60마리 잡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섬에는 소라와 해삼, 멍게 등이 참 많습니다.
Q: 아름다운 섬에서 아주 특별한 만찬도 있었다고요?
- 섬 여행은 홀로 조용히 다니는 경우와 주민들과 대화하며 색다른 경험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번 여행은 마을사람들과 바닷가에서 밤새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민들이 해초류를 양식하는 작업장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요. 파도소리를 들으며 섬마다 저녁불빛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그런 밤바다에서 잊을 수 없는 만남이었습니다. 마을 이장, 청년회장, 부녀회장 등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발전시켜 세계적인 청정 해역 섬 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가 대단했습니다. 섬마을 사람들의 대단한 애향심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Q: 섬에는 주민들이 얼마나 살죠?
- 섬은 꽤 큰 편입니다. 면소재지로써 1998년 2만명이던 인구는 현재 3740명입니다. 제가 찾아갔던 마을은 200여명 가량 살구요. 주민 정훈(48)씨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난 것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규제정책 때문”이라고 말하더군요.
Q: 섬에 가서 주민들과 대화하며 지내는 여행도 아주 색다를 것 같네요?
-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그 섬과 바다의 모든 것은 아니죠. 첫날밤 주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들은 것은 또 다른 삶의 공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첫날밤은 잠 못 이루며 민박집에서도 뒤척이다가 이른 아침 방파제로 나갔는데요. 방파제 아래서는 82세의 문대림 할아버지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Q: 팔순의 할아버지가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하고 있었다고요?
- 할아버지는 볼락 몇 마리를 잡은 상태였는데요. 새벽잠이 없어 해 뜰 무렵이면 이곳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할아버지는 낚은 고기를 다시 바다로 놓아주고 속이 텅 빈 대나무 낚싯대를 메고 집으로 향했는데요. 할아버지 삶이야말로 버리고 비우면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한국판 ‘노인과 바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 없이 사는 할아버지 인생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Q: 그곳에 색다른 등대가 있다면서요?
- 예, 하조도 등대입니다. 비포장 산길을 4km 가다보면 섬 모퉁이 끝자락에 하조대 등대가 있습니다.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등대인데요. 하조도 등대 아래는 계곡물이 쏟아지듯이 해류가 뒤틀리는 곳입니다. 배들이 지나가기에 아주 위험한 곳이죠. 그래서 48m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하얀 등대가 설치돼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돕고 있습니다.
조도군도는 섬 사이에 조류가 세고 해무가 자주 끼는데요. 그 때마다 무적(霧笛)이라는 나팔소리를 통해 뱃길을 안내합니다. 김영철(60) 항로표지관리소장은 “이곳은 서남해 연안해역에서 유속이 가장 거센 지역이고 특히 해상교통요충지로서 해상교통관제서비스를 위한 레이더 기지국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등대에는 돌고래상 동상이 있고 등대 위에는 섬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등대 주변은 아주 경관이 빼어난 곳입니다.
Q: 조도군도로 가는 길 좀 안내해주시죠?
1. 고속버스: 강남터미널→진도 버스터미널→팽목항(40분)→조도(어류포항)
2.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2번 국도)→영산강하구언→삼호면 용암사거리(49번 지 방도)→금호방조제→해남문내면(18번 국도)→진도대교→팽목항→조도(어류포항)
3. 배편문의: 해진해운(팽목항 061-544-0833/어류포항061-542-5055). 1일 5회 운행
박상건(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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