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새떼들의 섬, 조도를 가다
[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60] 조도군도와 하조도 등대를 찾아서
조도전경
상조도와 하조도를 잇는 조도대교를 중심으로 한 조도군도
동구리 방지구리해변, 갯돌과 모래, 갯벌 그리고 섬의 조화
섬문화연구소 조도군도 답사팀은 지난 4일 밤 11시에 프레스센터를 출발했다. 새벽 4시경 목포에 도착하여 모텔에서 잠깐 눈을 붙인 후 다시 진도로 향했다. 진도 팽목항에서 아침식사 후 7시30분 첫배를 타고 조도군도로 향했다. 조도는 진도 팽목항에서 40여분 소요됐다.
눈을 제대로 붙이지 못한 일행들만큼이나 해무 속의 섬들은 서서히 눈곱을 벗으며 그 실체를 보여주었다. 올망졸망한 섬들의 실체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도리산 전망대였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조도라는 이름의 섬이 네 군데 있다. 모두 새를 닮았다는 뜻이지만 전남 조도는 섬들이 마치 새떼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북쪽 섬이 ‘상조도’, 그 아래쪽이 ‘하조도’이며 두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좌우 바다 끄트머리쯤에 신안군과 완도군의 섬들이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제주도의 한라산 줄기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선착장이 있는 어류포에서 마을로 들어서자 밭이 참 많은 편이었는데 밭에서는 특산품인 무와 대파를 캐고 있었다. 밭일 없는 날에는 바다에 나가 멸치와 낙지, 매생이 등 해산물을 잡고, 전복과 김 등 해조류 양식도 한다. 문화재로 등록된 동구리에는 성터가 있고 동구리 방지구리해변은 갯돌과 모래, 갯벌이 함께 산수화 같은 신비의 바닷가 풍경을 보여준다.
동고리해변
뱃머리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답사팀의 모습
엔진고장으로 표류하다가 다시 섬 여행에 푹 빠지고
다시 어선을 빌려 타고 조도군도 70여개의 섬들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조도군도는 총 15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 유인도가 35개, 무인도가 119개이다. 이따금 포구에 당도해 어민들이 갓 잡아 온 싱싱한 감성돔과 숭어 그리고 소라와 해삼, 멍게 등으로 갑판에서 식사를 대신했다. 이 일대는 감성돔 배낚시와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1년에 5일 정도만 갈 수 있다는 추자도 위 병풍도 일대 무인도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어선의 엔진이 고장 나서 한 동안 조류가 거센 바다 한 가운데 어렵게 정박해야 했다. 연안통발어선 남해호 선장 박영규씨(46)는 “섬들이 모처럼 맞은 서울 손님들을 오래도록 잡아두고 싶었던 모양이다”라고 씨익 웃으면서 엔진을 손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청등도 신의도 관매도 죽도 맹골도 서거차도 동거차도 내병도 외병도 병풍도를 거쳐 기암괴석으로 점점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무인도를 돌았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흐르는 조류를 지나면 다시 아담한 호수처럼 평온한 바다가 이어지고, 다시 소담한 섬으로 이어졌다. 적당한 바다와 적당한 거리에 사람이 사는 섬이 있는 조도군도는 그렇게 외유내강의 섬이었다. 섬에 내려 잠시 해변을 거닐다가 포구에서 작은 밤처럼 생긴 특이한 성게와 해삼을 사들고 다시 배를 타고 우리는 한 잔의 술을 건넸다. 바다는 노을로 채색되어 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들의 유혹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다가 이내 민박집이 있는 신전리 백사장 해변으로 돌아왔다.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
앞바다에는 양식장이 펼쳐진 두개의 섬, 소섬
섬사람들의 깊은 애향심에 잠 못 이루고
바다가 보이는 산행리 배양실 작업장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주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추억의 밤으로 깊어갔다. 이장 김상현씨(39)와 청년회장 정홍복씨(45)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다 보니 조도가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섬이지만, 마음대로 민박집 하나를 지을 수 없는 정책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털어놨다. 진도의 신비의 바닷길과 홍주만 홍보하다보니 여행객들이 진도읍에서 조도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도 했다. 전라남도는 세계적인 섬 풍경을 자랑하는 조도군도를 국제적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유람선을 띄우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펜션 등 숙박 편의시설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규제를 어떻게, 어디까지 풀 것인가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정작 아름다운 섬에서 태어났지만 갖가지 규제 때문에 주민들을 서서히 고향을 떠났다. 1998년 2만명이던 조도면 인구는 현재 3,740명이다. 이곳이 고향인 정훈씨(48. 광화문 유전참치 주방장)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진 것은 규제로 인해 돈벌이가 난감하기 때문이다”면서 “섬 주민도 도시 사람들도 모두 편하게 쉴 수 있는 다도해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도지킴이인 장용선씨(48)도 “마을에 조도발전센터를 만들 정도로 청년회와 부녀회 등이 섬을 지키고 있는데 모두가 공존하는 정책이 자치단체와 정부가 하루빨리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조도의 노을
신전포구. 맞은 편으로는 하얀백사장이 펼쳐진다
그렇게 첫날밤은 잠 못 이루지 못했다. 민박집에서 뒤척이다가 이른 아침 방파제로 나갔다. 양식장을 주변에 끼고 선 소섬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방파제 아래서는 82세의 문대림 할아버지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볼락 몇 마리를 잡은 할아버지는 새벽잠이 없어 해 뜰 무렵이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공무원인 아들 내외와 사위가 내일 모레 내려오기로 했다면서 기다림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면서 “저기 저 각흘도는 화가들이 자주 찾는 섬이고 어제 낚시들이 그 앞에서 참돔을 60마리나 잡았다”고 전했다.
한국판 ‘노인과 바다’, 그리고 거센 물살 위 하조도 등대
할아버지는 낚은 고기를 다시 바다로 놓아주고 속이 텅 빈 대나무 낚싯대를 메고 집으로 향했다. 문득, 버리고 비우면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살면서 숱한 파도를 넘었을 할아버지는 한국판 ‘노인과 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인생살이만큼이나 4km에 이르는 비포장 산길을 굽어 돌아간 창유리 산1번지 끝자락에 하조대 등대가 있었다.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이곳 등대는 조도의 특징을 잘 집약하고 있다.
물길이 계곡물 쏟아지듯이 뒤틀리며 흐르는 장죽도 수로 위쪽으로 48m의 깎아지른 절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백색원형의 등대가 서 있다. 노을이 지면 불을 밝히고 10초마다 1번씩 39Km 해상까지 불을 비추면서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 특히 해무가 자주 끼는데 그 때마다 무적(霧笛)을 통해 바다를 향해 나팔소리를 울린다. 김영철 항로표지관리소장(60)은 “이곳은 서남해 연안해역에서 유속이 가장 거센 지역으로 등대는 선박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면서 “특히 해상교통요충지로써 해상교통관제서비스를 위한 레이다 기지국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길이 휘어도는 수로에 위치한 무인등대
아름다운 하조도 등대와 돌고래상
이곳에 오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율돌목 조류의 흐름을 이용하여 왜선을 격침시켰던 그 원리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빼어난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여객선에서는 아스라이하게 보이는 이 등대를 꼭지점으로 하조도의 산등성이가 그려지고 다시 바다를 건너 상조도로 이어져 조도군도는 올망졸망 섬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출렁인다.
○ 조도군도로 가는 길
1. 고속버스: 강남터미널→목포버스터미널→진도 버스터미널→팽목항(40분)→조도(어류포항) 2.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2번 국도)→영산강하구언→삼호면 용암사거리(49번 지방도)→금호방조제→해남 문내면(18번 국도)→진도대교→팽목항→조도(어류포항)
3. 배편문의: 해진해운(팽목항 061-544-0833/어류포항 061-54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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