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장)
여가는 문명의 꽃이다. 시장 규모는 21조원. 7년전 문화부 조사에서 국민들이 희망하는 여가는 여행(20.2%), 등산과 낚시(10.3%)였다. 2년전 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는 주말 여가활동으로 여행과 탐사(32.6%)가 1위였다. 여행은 일상을 털고 자연에서 한가함을 찾는 일이다. 한가함은 철학의 어머니이다. 루소는 1700년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괴테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진 만큼 병과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은 바다사상이다. 한 방울의 물이 계곡으로 흘러 들판의 젖줄이 되어 마침내 바다에 이르는데 이를 도(道)라 불렀다. 바다는 낮게 흘러온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다’. 그래서 ‘바다’라 부른다.
섬 여행의 매력은 나를 반추하는 일이다. 섬에는 삶의 기호들이 무수하다. 노을 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헤밍웨이의 “해는 다시 떠오른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섬사람들은 만선이거나 빈 그물일지라도 기쁨과 슬픔을 반반씩 버무려 살아간다. 바람 거센 날에 파도는 숱한 절망에도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섬은 스스로 파도를 불러 채찍질한다. 해산물은 그 채찍질로 자라고 다양한 상록수림도 공존한다. 그 섬의 등대는 비바람과 물보라를 뒤집어 쓴 채로 누군가에게 등불이 되어주는 지극한 모성애의 절대고독의 상징이다.
섬은 반도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듬고 있다. 한 사람이 삿대질하고 한사람이 키를 잡듯 공동체 문화는 둥글둥글 해안선을 닮았다. 앞서간 파도는 뒤 물결에게 엎드려 길이 된다. 가을 운동회 뜀틀 뛰듯 등을 내밀어 새 바닷길을 열어간다. 버거울 때는 어깨동무하고, 접힌 것은 반드시 펴며 물결쳐 간다. 노자는 무엇을 접고 싶다면 반드시 그것을 펴주라고 했다. 저 파도처럼 배려의 정신으로 말이다.
그렇게 부대끼고 아우성치며 밀려온 파도는 이내 백사장에서 자기성찰 마친 듯 하얗게 부서진다. 자연은 영원하고 삶은 유한하다. 그렇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삶이라고 웅변한다. 우리는 자연친화적 반도국가의 후예들이다. 국내 육지 해안선은 6,230㎞, 섬은 5,320㎞이다. 연안인구는 전체인구의 27.1%인 1,300만 명. 인천 해안선은 880.30㎞, 경기도는 303.57㎞이다. 전국 해안선 10%를 차지한다. 이 연안에서 양식, 가공 등 조합 50개(인천 19·경기 31)가 활동 중이다.
또한 서해안 갯벌은 전국 갯벌의 83%(1,980㎢)를 차지한다.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는 우리나라 갯벌의 연간 가치를 16,480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전국 강과 호수 생태계 가치와 맞먹고, 갯벌 면적 3천배에 달하는 숲과 초지의 가치보다 2배 많다. 섬은 인류의 마지막 보루이다. 산업화와 이성에 함몰된 현대인들에게 도전정신과 감성의 욕구를 분출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섬이다. 21세기는 체험 경제시대이다. 갯벌체험 등 여가 수준이 곧 국제 경쟁력이다.
2005년 문화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1개 관광지 중 인천은 2개, 경기도는 14개로 전국에서 하위이다. 수도 서울의 근접성이 가장 뛰어난 지역인데도 서포리 외에는 산, 강, 호수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 수도권 관광단지는 용유도(무의도) 1곳 뿐이다. 우리나라 3,153개의 섬중 수도권에는 211개(인천 152, 경기 59개)가 있다. 또 섬의 신호등이랄 수 있는 등대 등 항로표지시설이 여수 420개에 다음으로 인천이 330개로 많다.
그러나 인천시가 해양체험기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자치단체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섬 매도와 모래채취에 눈독을 들인다. 인구 90만에 불과한 두바이(Dubai)가 인공 섬을 만들어 세계적 반도국가로서 브랜드를 창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도 역시 내륙 산악과 수변, 역사문화에 집중하고 있다. 섬과 연안으로 가는 좋은 교통여건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수도권 자치단체와 언론의 섬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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