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복숭아 농부 이야기
경남 함안군 경등산 자락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배종욱(76) 이봉연(71) 부부. 복숭아 과수원 앞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배씨 부부는 산비탈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기르면서 선산도 지키고 있다.
배씨의 아들 배한봉씨는 농사짓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이는 99년 11월 창원에서 잡지사 기자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돌아온 생명시인이다. 대대로 농사꾼의 피를 그대로 이어간 셈이다. 배 시인의 유년시절은 온통 경등산과 낙동강의 추억뿐이라고 했다. 그이는 강에서 조개를 캐고 메기와 붕어를 잡고 강둑에서 소먹이하며 자랐다고 했다. 그렇게 성장해서 다시 자기가 태어난 땅에서 향토적 서정의 시를 짓고 그 시의 진정한 힘을 기르기 위해 부모님처럼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어린 시절에 작은 형은 백혈병으로 이승을 떠났다. 그런 삶의 편린이 낙동강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며 향수와 함께 그 무언가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물결들이 낙동강 물결로 다가서곤 한다.
복숭아가 사랑받는 이유
배종욱씨는 “여름 내내 복숭아밭을 땀방울로 다 적시고 나서 창고에 보관하여 가을 복숭아로 제값을 다할 때 자식처럼 애지중지한 복숭아가 그리 예쁘고 소중해보일 때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숭아는 장을 부드럽게 하고 식욕을 돋아요. 특히 한방에서 야맹증에 특효라고 할 정도로 좋은 과일.”이라고 말했다.
한방을 중심으로 한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복숭아꽃이 만발한 것을 봄철의 따뜻한 양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복숭아에는 음기를 좋아하는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신령스런 기운을 담은 것으로 복숭아를 보았기 때문에 부적에 찍는 도장을 복숭아나무로 만들었고 무속인들이 굿을 할 때 복숭아 가지를 이용했다고 한다.
돌잔치 때는 복숭아 모양을 새긴 돌반지를 아기 손가락에 끼워주곤 했는데 이는 무병장수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는 것. 우리 조상들은 복숭아를 모든 잡귀를 물리치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이를 대대로 전수해온 것이다.
실제로 복숭아 껍질은 해독작용에 좋고 니코틴을 제거, 독성을 없애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디어 상품으로 여러 분야에서 호평 받고 있다. 그런 탓에 배종욱 씨는 “여름에 다 내다 팔지 않고 창고에 저장해두면서 온 가족의 건강 과일로 먹고 있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여름 한철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즈음 가공용이 꾸준히 나가고 저장 기술 발달로 가을 식탁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경에 등장하는 ‘복숭아’와 좋은 과일 고르는 법
복숭아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으로 전해져 17세기에 아메리카 대륙까지 퍼져나갔다. 중국 ‘시경’에 ‘복숭아나무(桃夭)’라는 시가 등장한다. “싱싱한 복숭아나무에 화사한 꽃이 피었네/시집가는 아가씨여! 온 집안을 화락케 하라/싱싱한 복숭아나무에 탐스런 열매가 열렸네/시집가는 아가씨여! 온 집안을 화락케 하라/싱싱한 복숭아나무에 푸른 잎새가 무성하네/시집가는 아가씨여! 온 식구를 화목케 하라”
싱싱하게 푸른 복숭아나무에 화려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무성한 잎이 열렸다. 이를 통해 시집가는 신부가 집안을 화평을 기원하고 있는 작품이다. 복숭아를 집안의 화목과 행복을 상징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복숭아는 1906년 국내에 원예모범장이 설립되면서 상품용 개량종 위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세계에 약 3,000종의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창방조생·백도·백홍․대구보·천홍 등을 재배한다. 주요 생산지는 영덕·영천·청도·경산·김해 등 경상도 일대와 장호원·음성 등 충청도 일부 지역을 꼽는다.
대부분 복숭아 과원이 산지대에 많이 있는 것에 대해 배종욱씨는 “완만한 경사지여야 동해를 방지할 수 있고 배수가 잘되며 내습성에 약한 복숭아의 생육을 도울 수 잇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좋은 복숭아를 고르는 법에 대해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고 육질이 단단하면서 연하고 과즙이 많은 것이 품질이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과일 복숭아. 특히 배씨 집안은 온통 복숭아에 푹 빠져 사는 셈인데 배한봉 시인은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느낀 생각을 이렇게 한편의 작품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시는 2003년 농림부가 추천한 ‘아름다운 농촌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해 실농(失農) 하고서야 솎는 일이
버리는 일이 아니라 과정이란 걸 알았네
삶도, 사랑도 첫 마음 잘 솎아야
좋은 열매 얻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
나무는 제 살점 떼어내는 일이니 아파하겠지만
굵게 잘 자라라고
부모님 같은 손길로 열매를 솎는 오월 아침
세상살이 내 마음 솎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알았네"
- (배한봉, ‘복숭아를 솎으며’ 중에서)
박상건(시인. 계간 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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