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① (이성부-벼)
시가 있는 풍경 ① 벼는 서로 어우러져 산다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 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이성부, '벼' 전문 태풍 매미 여파에도 용케 버티고 선 벼. 풍년, 흉년타령에 세상을 뒤흔들기도 하는 한해살이 풀인 벼. 그 다사다난함만큼이나 이 시가 등장하던 70년도 격..
섬과 문학기행/시가 있는 풍경
2004. 2. 12. 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