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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등대기행 29] 거문도 등대

섬과 등대여행/남해안

by 한방울 2004. 8. 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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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박상건, 박상건

 

[섬과 등대기행 29] 거문도 등대

역사의 아픔이 서린 거문도 등대와 등대지기의 애환


여수항에서 111.7㎞ 해상에 거문도가 있다. 가막만을 지나 좁은 해협인 백야도 등대 아래를 지나 다시 초도를 거쳐 뱃길로 2시간 달려 당도한 섬 거문도. 거문도에 이르는 고만고만한 섬과 바다에는 갈매기와 어부들이 참 사이좋게 어울리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고 평화롭기만 하다. 문득 거문도 사람들의 애환이 묻어난 ‘거문도 뱃노래’ 한 곡조 뽑아보고 싶어진다. 섬사람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가거나 만선이 되어 돌아올 때 부르는 거문도 뱃노래 말이다. 400여 년 전부터 전해와 지금도 불리워지고 있는 우리 가락으로 북과 꽹과리, 장고를 두들기며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쁨과 편린이 묻어 있다.


거문도에는 590여 가구에 14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배가 처음 들어설 때 왼쪽 방향의 작은 섬이 동도, 오른쪽 섬이 서도이다. 여객터미널이 있는 섬이 고도이다. 거문도 등대로 가기 위해서는 고도에서 서도를 잇는 타원형 구름다리 삼호교를 건넌다. 서도 양 끄트머리에 등대가 있는데 거문도 관문인 서쪽에는 음달산 끝자락에 녹산 무인 등대가 있고 반대로 동쪽 끄트머리 수월산 절벽에 유인 등대가 있다.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은 ‘목넘어’ 또는 ‘무넘이’로 불리는 섬모퉁이에서 일단 멈추게 된다. 땅 길이 끝나고 바닷길을 건너서 등대로 가는 수월산 줄기를 타야하기 때문. 밀물이 오면 이 길은 막혀 갯바위를 뛰어 넘으며 가야하고 썰물이나 조금 때면 곧바로 해안을 거닐어 산길를 탈 수 있다. 일단 이 길에 들어서면 환상의 동백 터널이 이어진다. 동백도 동백이지만 형형색색의 야생화도 볼만하다. 이곳은 풍란 자생지이기도 하다. 동백 사이로 잣나무 밤나무도 많다. 해안가로 나부끼는 시누대 이파리 서걱이는 소리도 풀뿌리 소리 못지않게 상큼하게 와 닿았다.


자리 권하던 빈 의자와 늘 비우며 사는 노을바다

등대로 가는 길은 오른편 절벽을 타고 이어진다. 절벽 아래는 바다. 그 바다로 때마침  노을이 떨어지고 있었다. 고기 잡는 목선도 어부도 모두가 이 노을빛에 물들어 갔다. 절벽 바로 아래 보는 각도에 따라 합장하는 부처 모양이기도 하고 남성의 상징으로 도드라지기도 하는 선바위 모양새가 참 이채로웠다.


수월산 동백숲 길이는 4㎞. 이제 등대까지는 1㎞ 남짓 남았다. 지친 나그네들일랑 쉬었다가 가라며 숲길 군데군데에는 빈 나무벤치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중가요 가사처럼 “한 사람이 와도 괜찮소~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라며 넉넉하게 자리를 내어주던 빈 의자. 네탓보다는 내탓이요, 한번쯤 누군가에게 너그러이 마음 열어 등받이가 되어주는 삶을 일러주는 듯 의자는 편안하게 나그네를 받쳐주며 숲 사이로 툭 트인 바다를 창문 열 듯 열어 놓고 있었다.


거문도 등대 앞 일몰 색깔은 은빛에 가깝다. 깊은 바다일수록 이런 특징을 보인다. 자월도 이작도 대청도 앞 바다 노을빛이 그랬다. 대신 일출 때는 붉은 바다를 풀무질하는 색깔이다. 뜨겁게 데피어 동백 꽃잎이 나부끼는 그런 바다의 모습이다. 동백 터널을 빠져나와 이윽고 등대에 들어섰다. 제일 먼저 맞아준 것은 두 마리의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등대 사무실로 향하는 이방인을 계속 따라 붙었다. 숙소에서 밤이 깊어지도록 강아지는 문 밖에서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오징어 다리를 던져주자 녀석은 반갑게 받아먹는다. 눈이 참 선하다. 복스런 눈동자에 복스럽게 꼬리를 흔들었다.


거문도 등대는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소속으로 1905년 4월에 처음 불을 밝혔다. 내년이면 등대가 생긴 지 100년째를 맞는다. 남해안 최초의 등대로 숙소, 사무실 등 전체 규모로는 동양 최대이다. 이곳 등대는 연와조로 만든 하얀 색상이다. 높이는 6.4m, 해수면으로부터는 69m에 이르는 절해의 고도에 서 있다. 절벽 아래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깎아지른 벼랑이다.


열강에 짓밟힌 아픈 역사의 거문도 등대

벼랑을 타고 푸른 모시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저만치 등대 아래 외딴 섬 배치바위에서는 강태공들이 낚시에 여념이 없었다. 이따금 고기잡이 어선들이 포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어선들의 깃발이 노을을 감싸안은 채 마지막 밤 분위기를 재촉하고 있었다. 등대 옆에는 ‘관백정’이라는 이름의 팔각정 쉼터가 있었다. 두 연인이 끝없이 펼쳐진 해원을 바라다보며 침묵한다. 저 바다를 일러 손짓만 한 뿐이다. 하긴, 이 광활한 바다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곳에서는 날씨 좋은 날에는 한라산과 절대고독의 상징인 백도가 보이는 전망 포인트이다.


등대 내부를 들여다보니 2층 구조로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등대지기들은 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불빛을 쏘아대는 등명기 등을 손질하거나 먼 바다의 기상을 체감하곤 한다. 외부에도 수직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거문도 등대는 15초마다 한번씩 불빛을 깜박인다. 23마일(42km)까지 불을 밝혀준다. 비바람이나 안개 자욱한 날에는 에어사이렌을 50초마다 한번씩 울려서 이곳 거문도 등대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 소리는 5초 동안 울리다가 다시 45초마다 울린다. 사이렌 소리가 가 닿는 거리는 6마일(11km)에 이른다.


거문도 등대는 여느 등대처럼 아픔이 배여 있다. 1885년부터 2년 동안 영국해군의 점령을 받았던 거문도. 이후 1988년 강대국과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거문도에 진을 설치하고 거문도 세 개 섬인 고도, 동도, 서도를 수비토록 했던 것이다. 거문도 등대는 현재 오륙도, 영도 등대 그리고 대마도 앞까지 연락이 가능한 위성항법장치 GPS를 설치해놓고 있다. 안테나 탑이 하늘을 찌를 듯 수월산 정상과 키를 재듯 높게 솟구쳐 있어 그 규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24시간 남을 위해 헌신하는 등대지기는 영원한 휴머니스트

밤이 되어 한봉주 등대장과 김계인 등대원 그리고 동행한 이 지역 신문기자와 밤새 등대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 등대에는 항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집배원이 오지 않는다. 등대원은 우편물을 직접 가지러 여객터미널이 있는 섬 고도를 오고간다. 가로등이 없는 이 산길을 밤길에도 무사히 걷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백꽃이 절정에 이른 날은 오솔길에 동백꽃 잎이 수북하게 쌓여 온통 붉은 빛인데 그 동백꽃 차마 밟지 못하고 비켜 걷는 일이 버릇이 되어 있단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랑해야 하는 등대원의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한 단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그러나 아니러니 하게도 등대원은 자연과 싸워 나가야 하는 업보를 타고 났다. 여수에서 뱃길로 6시간 걸려 닿는 섬 소리도 등대원 시절에는 지게에 배터리를 짊어지고 등대로 가는 산을 오르는데 배터리 수은이 터져 그 독성으로 인해 런닝구가 펑크 나고 피부가 다 벗겨졌단다. 피곤에 지쳐 잠자리에 들었는데 얼마나 독했으면 이불이 불에 탄 듯 구멍이 나더란다.


그런가 하면 태풍주의보가 내려 보급선이 오지 않으면 나무를 베어서 군불을 지피었고 집배원이 섬에 올 수 없어 늦게 도착한 전보 탓에 가정 대소사를 놓치기 일쑤였다. 초도라는 외딴 섬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사람의 시체를 가마니에 쌓아서 바람에 썩히는 ‘풍장’이라는 풍속이 있었는데 밤길에는 이 풍장 탓에 도깨비 혼령에 떨어 머리끝까지 땀범벅이 되어 줄행랑을 치기 일쑤였다. 어느 깊은 밤에는 할아버지가 혈육의 주검을 쓰다듬고 있는 모습과 마주치기도 했다.


물론 어민들의 이러한 풍습에 서서히 젖어가는 것은 등대원의 인지상정. 오히려 이 섬의 집집마다 생업에 어려움이 없도록 안개가 낄 기미가 보이면 앞서 등대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발전기가 고장 난 날에는 발전기를 대신해 직접 등명기를 돌리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등대지기는 영원한 휴머니스트이다. 우리나라에서 24시간 근무하는 유일한 공무원인 등대지기가 아니던가.


그런 보이지 않는 등대지기들의 헌신을 상징하듯 동백숲은 더욱 깊게 거문도 등대를 에워싸고 있는 것일까? 동백 역시 인내의 상징이며 고기 잡으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정조를 지키기 위해 벼랑에 몸을 던진 여인의 전설을 가진 꽃이 동백이 아니던가. 다음 날 일찍 등대를 나왔다. 그리고 등대처럼, 등대지기처럼 고독하게 깊은 바다에 발목 묻고 선 백도의 자태를 확인한 후 먼 남해바다 뱃길을 빠져나와 서울로, 서울로 향했다.           



● 미니상식/최첨단의 군사용 선박들


거문도에 영국 해군이 2년간 점령한 바 있어 차제에 군함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선박은 기원전 6천년~4천 년경 출현했다. 처음에는 사람이 단순히 물길을 따라 이동하거나 강을 건너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으나 요즈음에는 상선과 구축함, 항공모함, 순양함 등의 군함, 그리고 여러 가지 수산물을 잡는 어선 등 그 용도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 군함은 가장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선박 중의 하나이다. 국경이 없는 오늘날의 현대전에 있어서 광활한 대양을 누비며 첨단무기를 탑재하고 운항한다. 영화 ‘탑건’을 보면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항공모함이 등장하고 미국과 이라크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항공모함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본격 개발됐다. 외국에 주둔기지 없이 세계 전역에서 독자적인 전력을 확보하고 공격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2만톤 미만 경항공모함에서부터 90대이상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형 항공모함까지 다양하다.


기뢰함은 기뢰 부설함과 소해함으로 나눈다. 기뢰는 육상에서의 지뢰와 같이 바다 속이나 바다 위에 설치해 지나가는 배로부터 발생하는 음향이나 전자기 또는 접촉에 의해 폭발하는 장치다. 잠수함은 핵추진 기술의 발달에 따라 물속에서의 속도가 30~40노트로 대폭 높아졌으며 무제한 잠수능력을 갖추게 됐다. 최근에는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잠수함의 추진장치 등 각종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수상함은 연안방어와 항만방어에 주로 이용되고 대잠수함전 및 대함전 능력이 우수하고 연근해 초계임무를 띤 초계함도 있다. 순양함은 독자적인 전투능력을 갖고 있으며 군수품을 싣고 대서양을 왕복 항해하면서 작전할 수 있는 1만 톤급 이상의 군함이다.

(출처: 한국해양연구원 간행 ‘선박의 이해’)



● 거문도 등대로 가는 길


1. 항공

김포공항→여수공항→여수항

항공 문의(아시아나 061-682-2626/대한항공 061-683-7502)


2. 기차

용산역→여수역(무궁화 새마을호 1시간 간격 운행. KTX 2시간 단위 운행.)→여수항

철도 문의(1544-7788/여수역 061-663-7788)


3. 고속버스

서울 강남터미널→여수버스터미널(30~40분 간격 운행. 5시간 소요)→여수항

(여수시외버스터미널 652-6877)


4. 승용차

서울 한남대교에서 여수 460Km. 성수기 6~7시간, 비수기 5시간 소요.

- 경부고속도→천안 · 논산고속도→호남고속도→순천I.C→여수17번국도→여수항

- 경부고속도→대진고속도→진주 I.C→남해고속국도→순천I.C→여수17번국도→여수항


5. 배편

여수항 →거문도(소요시간:1시간 30분/요금:1등석 20,400원, 우등 25,400원)

여수항여객터미널 : 061-663-0117

(주)온바다 : 061-663-2191~2

(주)청해진해운 : 061-663-2821~4


6. 거문도 내 교통수단

승합차 택시(1인당 6천원~1만원), 오토바이, 자전거, 유람선



박상건(시인. 계간 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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