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등대기행 28-돌산도
돌산도 사람들의 애환과 함께 해온 갓 김치의 내력
갓은 장군도 등대 빛처럼 돌산주민 삶의 뿌리
돌산도는 여수 남쪽 끝자락에 나붙은 섬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으로 84년 연륙교 돌산대교가 개통돼 승용차로 바로 건널 수 있다. 밤에 이 대교 아래 있는 장군도 등대와 돌산대교 불빛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비롭다.
남해 섬들을 오고 가는 여객선은 늘 이 장군도를 지나 돌산대교 사이를 건너 운항한다. 여객선에서 바라보는 대교와 돌산의 운치는 참으로 이색적이다. 돌산도에는 유독 마을 포구마다 등대가 서 있다. 남해군도 작은 섬들을 오고가는 배들이 많은 탓이다. 그런가 하면 대미산 소미산 수죽산 천마산 봉황산 두산 천왕산 금오산의 무려 여덟 개의 명산이 둥그런 아치형태로 솟아있기도 하다.
돌산대교를 지나 만나는 돌산공원에서 올라 이들 포구와 암자를 내려다 볼 수 있고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여수시 풍경과 여유롭게 미끄러져 가는 배들이며 배꼬리에서 퍼 올리는 포말 그리고 이를 따라 나서는 하얀 갈매기들의 하늘에서 나래짓 하며 푸른 바다와 조허ㅏ를 이루는 군무도 빼놓기 아까운 감상 포인트이다.
평사리 굴전의 고니도래지와 해를 향해 묵상하는 향일암
다시 승용차를 몰고 천마산 아래께 평사리로 가면 돌산 굴전이 나온다. 이곳은 고니도래지. 하얀 고니 떼가 비상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고니들은 매년 입동 무렵에 찾아와 돌산에서 겨울나기를 한 뒤 이듬해 정월 보름께 이국으로 떠난다.
봉화산 끝자락 해안가에는 굴구이 거리도 있다. 바다를 앞에 두고 가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처럼 여유를 찾아 자연산 굴을 구워 먹는 맛과 멋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돌산 바닷가의 추억꺼리이다. 다시 승용차를 몰고 돌산도 맨 끝자락으로 달리면 금오산 자락이다.
으악새가 갯바람에 우는 산길을 얼마쯤 달렸을까. 해를 향해 선 암자, 바로 향일암이 있다. 이 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막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지형을 타고 난 곳이다. 그 모양새가 금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다. 향일암을 에워싸는 동백 숲길 또한 장관이고 바로 아래 갯바위는 강태공들이 몰려드는 낚시 포인트.
이밖에 방죽포와 무술목 해변도 청정해역을 앞에 둔 푸른 해변의 정취가 빼어난 곳이다. 이처럼 타고난 자연 풍광과 함께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이다 보니 돌산에는 각종 설화와 전설, 민요, 민속놀이 등도 풍부하게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사는 포구마다 평화롭고 정겨운 운치가 가득하다. 포구마다에는 삼치와 갈치, 멸치, 전복을 퍼 내리는 어부들의 광경이 늘 살아 파닥인다. 돌산 앞바다에서는 감성돔, 볼락, 농어가 등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돌산의 특산품 갓김치의 참맛과 추억
돌산은 이러한 어촌 풍경과 함께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반농 반어촌이다. 아무 집에 들어가도 식탁에는 싱싱한 생선도 생선이려니와 갓김치가 올라온다. 돌산의 독창적인 맛 가운데 하나가 갓김치와 고들빼기 맛이다. 특히 갓김치는 돌산의 특산품이자 대명사이다.
어릴 적 고모 삼촌 할머니 등 온 가족이 토방에 둘러 앉아 감자와 고구마에 얹혀 먹던 그 갓김치. 인절미의 밑반찬으로도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얼마 전 중학교 때 은사님을 27년 만에 찾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여수에서 살고 계셨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 선생님이 운전대를 손수 잡으시고 돌산 유람을 시켜준 뒤 밤차로 서울로 돌아가려던 제자 손에 쥐어준 것이 바로 돌산 갓김치였다.
이러저런 갓김치에 대한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월암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 평생 갓 농사를 지어온 농민이 그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 조상 대대로 갓을 재배해온 박해동씨는 이 마을 이장이기도 했다. 채소농사를 주로 짓는데 갓을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다.
그이는 밀짚모자를 쓰고 아내와 아들 셋이서 뙤얕볕에서 온몸에 송글송글 땀방울을 흘리며 채소밭을 일구고 있었다. 그렇게 그이가 애지중지하는 돌산 갓은 약 40여 년 전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돌산에서 재배한 것이다. 그이는 “돌산 갓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알칼리성 사질토에서 재배돼 다른 지역 갓에 비해 섬유질이 적어 부드럽고, 매운맛이 적고 쉽게 시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농사꾼의 자존심 지켜주고 자식 농사의 뿌리 역할을 한 갓 농사
갓은 섬유 성분이 적어 조직이 부드러우며 단백질 함량이 다른 채소류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주식인 곡류에 부족한 무기질, 비타민을 많이 보충해주어 아낙들이 식탁에 자주 올리는 밑반찬이다. 갓 김치는 칼슘이 발효에 의해 생긴 젓산과 결합해서 젖산칼슘이 되어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이에 따르면 “갓에는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과 B1,B2및 C의 함량이 높아 야맹증, 결막염 및 감기 예방에 좋고 맛깔스러운 탓에 주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이는 “소금농도가 높으면 오히려 고혈압 환자에게는 해롭기 때문에 싱겁게 담아 보존기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잘못 조리하거나 섭취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하긴 어릴 때부터 들어온 어른들의 삶의 지혜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음식이든 사람이든 잘 쓰면 약이요 못쓰면 독이 된다는 말이 말이다. 만고의 진리인 듯 하다.
뒤돌아보면 그이에게도 가난한 농사꾼의 시절이 있었다. 섬으로 뛰쳐나갈 수도 그렇다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섬지기를 돈 안 되는 섬 땅에서 섬지기로 살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꾸역꾸역 돈 안 되는 것이 농작물 재배이고 마지못해 농사라도 지어야한다는 푸념어린 세월 속에서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흔하디흔한 값싼 채소였던 푸른 상추 갓과 돌산 명품의 갓이 지금의 그이 삶의 종자돈 노릇을 하고 자식들 모두 대학 보내고 성장시킨 뿌리 역할을 했음을 뒤돌아보게 한다. 더없이 귀중한 효자 중의 효자라고 웃음 지었다.
초근 들어 부쩍 채소가 몸에 좋다고 알려지고 웰빙 바람이 불면서 갓을 심지도 않았는데 예약 주문부터 몰려온다면서 “요즈음 같이 농산물 값을 높게 쳐주고 이런 수확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한평생 농사 지어온 농사꾼으로서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면서 이제는 후손에게도 자랑스러울 농민이 되었다고 함박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행복한 섬지기로 보였다.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 개발해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
그런 한편으로 돌산 갓의 대중화로 가격이 떨어지고 다른 지역에서도 갓이 많이 생산되어 어려움도 따를 것 같다는 우려 섞인 질문을 내던졌는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돌산 갓은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다양한 반찬거리를 개발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 돌산 갓 물김치, 돌산 갓 된장국, 돌산 갓 나물, 돌산 갓 김치전 등 다양한 밑반찬과 다양한 맛을 내는 브랜드 개발로 농협을 통해 판로를 전국적으로 넓혀왔다는 것.
또한 돌산 갓은 인이 박히는 음식이라서 찾는 사람들이 늘 찾는다는 장점도 있단다. 돌산 갓은 강하게 쏘는 매운맛이 덜하고 섬유질이 적어 잎과 줄기에 잔털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일반 갓이 적갈색인데 비해 돌산 갓은 연녹색을 띠면서 독특한 향을 풍긴다.
갓김치에는 실파, 고춧가루, 멸치젓, 굴, 밤, 배, 잣, 마늘, 생강, 통깨, 실고추, 굵은소금, 계란, 양파 등 다양한 영양 소재가 어우러진다. 갓김치를 담금 때 배추김치나 무김치에는 붉은 갓을 쓰는 게 좋고, 갓 애호가가 아니라면 푸른 갓을 쓰는 게 좋다고 한다.
갓김치는 2.5kg 한 상자에 1만8천원에서부터 12.5㎏짜리 5만7천원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15kg 이상을 주문할 경우는 택배비를 현지에서 부담해 전국으로 보내주고 있다.
임진왜란 때 외적을 물리친 진검승부의 돌산. 그 돌산이 지금은 갓으로 명실상부한 농업과 삶의 명승부를 걸고 있는 셈이다. 톡톡 쏘는 갓처럼 돌산 멧부리마다 포구마다 희망의 파도소리가 영원히 울리는 아름다운 섬으로 남기를 빌었다. 그 돌산 앞바다에 의좋게 출렁이는 형제섬을 바라보며 몽돌해변에 앉아 졸시 한 편을 지어 보았다.
전생에 무슨 인연 있었을까
동백꽃 피고 지며 그리움으로 깊어간 바다에
두 개의 섬 어깨 나란히 겯고 있다
조약돌은 파도에게 씻겨 마음 다스리고
파도는 제 가슴 울려 하얀 포말을 흔든다
터지는 함성 참깨처럼 흩날리는 햇살들
이제 행진이다
하늘엔 갈매기, 바다엔 부표들
더 이상 떠돌지도 흔들리지도 말자
눈보라 속 꿈꾸는 복수초처럼
섬 기슭 동백꽃 생꽃 모감지로 떨어져도 이 악물고 살자
산다는 건 두 가슴이 한 마음으로 집을 짓는 것
하 맑은 한려해상 한결같이 출렁이는 섬
오늘도 두 섬 의초롭게 어깨 겯고 있다.
(박상건의 시 ‘형제섬’ 전문)
● 미니상식/ 김치에 대하여
김치에는 저칼로리 식품으로 비타민이 풍부하다. 식이성 섬유를 많이 함유해 장의 활동을 활성화 하고 체내 당류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당료, 심장질환, 비만 등 성인병 예방 및 치료에 좋다.
김치가 숙성되면서 늘어나는 유산균은 요구르트처럼 장의 산도를 낮춰준다. 김치에 필히 들어가는 고춧가루는 켑사이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돕는다. 비타민 A와 C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특히 항산화작용으로 노화를 억제한다. 마늘에 함유되어 있는 스코르지닌은 스테미너 증진 효과가 있고 아리신성분은 생리대사를 활성화 해준다. 생강에 함유되어 있는 진저롤은 식욕 증진 및 혈액순환에 좋다.
이처럼 우리네 어머니들은 오랜 세월동안 손끝에서 우리는 김장의 예술을 연출해왔던 것이다. 이 땅의 여인들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위대하고 건강한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김치에는 수산물 절임도 폭넓게 사용하고 밥과 함께 먹으면서 쌀에 들어있는 영양분과 조화를 이루어내는 영양분의 균형을 이루는 식탁을 연출해온 것이다. 그러니 이제 밥 타령 반찬 타령 그만할 지어다. 그리고 늦게나마 위대한 한국 여인상 앞에서 한번쯤 고개도 숙여볼 일이다.
● 돌산도로 가는 길
1. 항공
김포공항→여수공항(시간 단위로 운행)→돌산대교
항공 문의(아시아나 1588-8000/대한항공 683-7502)
2. 기차
용산역→여수역(무궁화 새마을호 1시간 간격 운행. KTX 2시간 단위 운행.)→돌산대교
철도 문의(1544-7788/여수역 663-7788)
3. 고속버스
서울 강남터미널→여수버스터미널(30~40분 간격 운행. 5시간 소요)→돌산대교
(여수시외버스터미널 652-6877)
4. 승용차
서울 한남대교에서 여수 460Km. 성수기 6~7시간, 비수기 5시간 소요.
- 경부고속도→천안 · 논산고속도→호남고속도→순천I.C→여수17번국도→돌산대교
- 경부고속도→대진고속도→진주 I.C→남해고속국도→순천I.C→여수17번국도→돌산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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