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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 풍경 13] 박상건作, ‘형제섬’

섬과 문학기행/시가 있는 풍경

by 한방울 2004. 7. 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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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있는 풍경 13] 박상건作, ‘형제섬’



전생에 무슨 인연 있었을까

동백꽃 피고 지며 그리움으로 깊어간 바다에

두 개의 섬 어깨 나란히 겯고 있다


조약돌은 파도에게 씻겨 마음 다스리고

파도는 제 가슴 울려 하얀 포말을 흔든다

터지는 함성 참깨처럼 흩날리는 햇살들


이제 행진이다

하늘엔 갈매기, 바다엔 부표들

더 이상 떠돌지도 흔들리지도 말자

눈보라 속 꿈꾸는 복수초처럼

섬 기슭 동백꽃 생꽃 모감지로 떨어져도 이 악물고 살자


산다는 건 두 가슴이 한 마음으로 집을 짓는 것

하 맑은 한려해상 한결같이 출렁이는 섬

오늘도 두 섬 의초롭게 어깨 겯고 있다.


              - 박상건, ‘형제섬’ 전문


어느 바다에나 형제섬이 있다. 특히 제주도 서귀포, 여수 돌산 앞 바다에 있는 형제섬은 그 자태가 남다르다. 이 시는 돌산 앞바다 형제섬 앞 몽돌해변에 앉아 쓴 것이다. 이곳 형제섬은 여순반란 사건의 아픔이 배여 있기도 하고 뒤편으로 남해반도이다. 영호남 분기점이면서 한려해상이 펼쳐지는 곳이다.


깊은 바다에 발 묻고 선 섬이 걸어오고 있는 것으로 느낀 것은 왜였을까? 섬 앞은 어장이었고 형형색색의 부표들이 떠 있었다. 햇살이 눈부셨다. 며칠 후면 사랑하는 후배가 시집가는 날이었는데 마치 이들 신랑 신부가 행진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도 그런 행진곡을 부르며 불혹의 정체전선을 털어내고 싶었다. ‘더 이상 떠돌지도 흔들리지도 말자’, ‘동백꽃 생꽃 모감지로 떨어져도 이 악물고 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후배의 결혼식장에서 이 시를 낭송했다. 친구야, 우리네 삶이란 ‘두 가슴이 한 마음으로 집을 짓는 것’이란다...


그렇게 한려해상에 출렁이는 형제섬처럼 우리도 ‘의초롭게 어깨 겯고’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우리 모두 그렇게 밀려오는 파도를 뒤집어쓰는 섬이 아니라 열정의 바다, 희망의 바다로 먼저 뛰쳐나가는 섬이 되자고 다짐해 보는 것이었다.



형제섬, 박상건, 박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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