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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로 간 외로운 섬(島) 이야기

섬과 등대여행/해양정책

by 한방울 2005. 12.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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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50] 장수도 & 사수도

 

(사진=문화재청 제공) 

 

헌법 재판소로 간 섬(島) 분쟁, 장수도와 사수도의 진실

섬 하나를 두고 두 자치단체가 두개 이름으로 부르는 속사정


한일간 독도분쟁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다. 우리나라 자치단체 간 힘겨루기를 재현하는 중심에 한 개의 섬이 있다. 전남 완도군 소안도 앞 바다와 북제주군 제주해협 해상에 떠 있는 한 개의 섬을 두고 완도군은 장수도(幛水島), 북제주군은 사수도(泗水島)라고 부르며 소유권 분쟁을 하고 있는 것. 26년 동안 관할권 분쟁을 하다가 결국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헌법재판소로 가게 됐다.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두 자치단체는 서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구사중이다. 북제주군은 이 섬에 군기를 게양하고 사수도지킴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제주 해양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완도군민의 어선 접근을 막고 있다. 이에 완도군은 현재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공동어업구역으로서 배려키로 했는데 완도군 어민들만 제주해경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요즈음 이 지역에서는 삼치가 많이 잡힌다. 어업을 주 생계수단으로 삼아온 이들 지역 어민들에게는 해당 자치단체가 미온적 대응을 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특히 완도군 어민들은 제주해경으로부터 딱지만 뗀 채로 빈배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완도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주주 신문인 <완도신문>과 사회단체들 역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며 완도군을 압박, 지자체 간은 물론 지자체와 지역민들 사이에서 섬 소유 분쟁이 후유증은 자중지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완도는 섬 규모로 볼 때 면적이 392.76㎢로 우리나라 6대섬에 해당한다. 완도 금일 노화 등 3개 읍과 장수도가 소속된 소안도를 비롯하여 신지도 약산도 보길도 등 9개면으로 구성돼 있다. 완도군은 201개 섬(유인 54, 무인 147)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제주군은 722.31㎢로 한림 애월 구좌 조천 등 4개 읍과 한경 추자 우도 등 3개면으로 구성돼 있다. 섬은 모두 60개 섬(유인 6, 무인 54)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자치단체의 어민들의 삶의 모습은 반농반어촌이다.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은 농사를 병행한다. 일직이 완도와 제주의 섬 관련 신경전은 추자도에서 비롯되었다. 추자도는 크고 작은 섬이 42개에 달한다. 어업을 주 생계수단으로 하는 이들 자치단체들로서는 섬 소유 문제는 곧 절체절명의 문제이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정권 시절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 애증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려시대 원종 때인 1271년 전남 영암군에 예속되며 추자도로 불렸던 이 섬은 1884년에 다시 제주도로 1896년에는 다시 완도군, 다시 1910년에 제주도에 편입돼 1946년부터 북제주군 추자면이 되었다. 지금도 추자도 사람들은 완도항과 제주항을 생활권으로 삼고 여객선 역시 완도항과 제주항을 오고간다.


이후 수 십 년을 ‘제2의 소리 없는 분쟁’으로 이어온 섬이 “장수도냐? 사수도냐?”하는 소유 분쟁의 문제였다. 이들 섬 문제는 두 자치단체 역시 군의 새해 주요 정책으로 수립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섬이 애당초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 데는 지적법과 부동산등기법상 완도군과 북제주군에 이중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북제주군은 “1919년 일제강점기에 추자면에 속해 있다가 1960년 정부로 소유권이 이전됐다가 72년 추자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소유로 변경돼 지금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반면 완도군은 “내무부 때에 정부의 미등록 도서 지적등록 지시를 받아 79년도에 완도군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로 등록했다”는 것. 일제 때 잘못 등재된 것인지 아니면 행정 시스템에 허술하던 시절에 양 자체단체에 이중으로 등재된 것인지 그 근본적인 해답은 아직 없다.


시기만 놓고 볼 때 북제주군이 먼저 등록한 섬이다. 이 섬은 흑비둘기와 슴새의 번식지로 해양생태의 보고이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1982년에 이 섬 일원을 천연기념물 333호로 지정했는데 당시 소유 및 관리자를 북제주군으로 지정했다. 북제제주군은 이 점을 주요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북제주군 소유 추자도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는데다가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나무 밑에는 슴새가 굴을 파서 번식하는 등 천혜의 섬이자 풍부한 어종을 자랑해 포기할 수 없는 섬이라는 것이다.


북제주군은 문홰재청의 이러한 근거로 “천연기념물 ‘사수도’ 해안주변 말끔히-슴새, 흙비둘기 보호, 야광 안내판 설치”(2004. 6.11)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등을 배포하며 대언론 홍보에도 저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야간에 식별이 가능한 안내간판을 추가 설치하고 북제주군청공무원과 추자면 기관, 자생단체 임직원, 군인과 경찰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사수도 사수에 나섰다. 이와함께 제주해경을 통해 타시도 낚시꾼 등 무단 접안 및 접근을 금하도록 했다.


물론 북제주군 어민들에게는 이 섬의 출입을 허용되었다. 2004년 3월 25일 한 민원인은 북제주군에 “사수도에 해녀막사가 지어져있고 주변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해녀들이 취사 및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건축법 위반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북제주군은 3월 29일자 답변에서 “수산업법 제44조의 규정에 의해 5년마다 추자면에 어업신고를 하여 조업 중에 있는 해역으로서 공개제한 예외규정에 따라서 해녀의 조업활동과 해산물 채취를 위한 출입은 허용한다”면서 “사수도 해역에서 해녀작업을 하면서 임시 취사 및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시설물은 건축법 허가대상이 아니다”라고 북제주군 어민들의 어업활동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완도군은 “북제주군의 사수도 천연기념물은 권한 없는 자의 행정행위에 해당되므로 문화재청에 지정철회 및 신규 장수도 천연기념물을 지정토록 추진 중”이라면서 국유재산 소유권 확인 소송도 병행하겠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가운데 1990년 5월19일 이 섬 일원에서 해양수업을 하던 민원인이 재무부에 민원을 제기해 다시 문제는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 민원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본 청원인에게 소안면 당사리 산 26번지(장수도)의 소유 및 관할권 확인 구술 문의한 결과 북제주군에는 처음부터 임야대장을 신규 등록하지 아니하고 있어서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위 장수도의 관할권은 당연히 완도군수의 절대권한에 속한 사항임으로 이 도서의 임대신청은 완도군 재무과에서 하도록 하라는 요지의 답변을 받은바 있으므로 귀직께서 서면으로 확인하여 주기 바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민원 내용에 대해 재무부는 같은 달 30일 제주도지사와 전라남도지사에 동시 답변서를 보냈다. 전라남도의 경우 장기적인 문제로 접근할 것을 권유했고 이러한 내용이 완도군으로 이첩된 이후 완도군은 1999년 4월 21일, 5월 13일, 6월 1일 연이어 전라남도와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군의 주요시책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완도군은 이 사안이 재판 중인 사안이고 서로 어업활동을 가능한 지역임으로 북제주군이 타 시군이라는 이유로 어업행위를 금지한다는 점에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북제부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해경에 의한 단속의 강도가 높아졌다. 이에 완도군은 “장수도와 북제주군이 말하는 사수도는 같은 섬이 아니다”라면서 “경위도상 완도군의 장수도는 북제주군 사수도와는 경도상 8분차이가 나는 별개의 섬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즉, 완도군의 장수도를 사수도로 착각하여 북제주군이 잘못 다른 섬 사수도 문제를 장수도로 잘못 소유하고 있다는 논리이다.

완도군이 작성한 지적도에서 장수도는 소안면, 214,328㎡(64,833평)이다. 사수도는 북제주군 추자면 예초리 산121, 69,223㎡(20,940평)이다. 동경 126°38′ 북위 33°55′이다. 북제주군이 작성한 지적도에서 사수도는 북제주군 추자면의 69,223㎡(20, 940)평이다. 동경 126°38′ 북위 33°55′이다. 그러나 국립지리원 고시 사수도는 현 장수도의 경도와는 8′차이가 난다. 정부가 작성한 국무원고시(1961.4.22)에서도 사수도는 “동경 126° 30′, 북위 33° 55′”로 현재 사수도에서 서쪽 14.8㎞ 지점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섬으로 명기돼 있다. 현재 지적도상 사수도와 현격한 위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적도상에서는 현격한 위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두 자치단체 주장에 비해 정부의 자료에서는 완도군의 장수도 흔적이 훨씬 많은 반면에 북제주도 사수도 관련 자료는 문화재청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완도군이 제시한 지적도에서 장수도는 자연적인 곡선으로 실제와 일치한 반면, 사수도는 직선 형태로 섬 일원과 실제로 일치하지 않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는다. 왜냐하면 정부자료의 장수도는 완도군 소유 섬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등록 방식도 완도군은 1979년 2월에 무인도서로 장수도를 등록한 데 이어 1982년 국유도서로도 등록했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국립지리원 지도에는 장수도는 있으나 사수도는 나와 있지 않다. 정부 행정지도 통계연보에는 장수도는 지적도상 주소와 일하나 사수도는 한림읍 비양도 인근에 표시돼 있어 완도군이 주장하는 다른 섬의 사수도를 지금의 장수도로 오인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현재 북제주군이 추자면에 소속한 섬이라는 것과는 위치상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어도 등 수면아래 해저에 위치한 돌섬 등이 많은 제주도 여느 섬이나 동해의 지리적 환경으로 말미암아 생긴 암초 형태의 섬이 현재 해수면 위로 솟아나지 않음으로써 생긴 문제일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즉 장수도와 사수도는 본디 다른 섬일 거라는 추정이다.


섬은 항로의 안전한 항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  해수부는 1989년 10월 26일 이 섬에 등대를 설치하면서 ‘장수도 등대’라고 명명했다. 물론 관리는 제주 항만청에서 맡겼다. 내무부가 해양학자들과 공동으로 조사하여 펴낸『한국 도서백서(島嶼白書)』에도 장수도와 사수도가 각기 다른 섬으로 표기돼 있다. 장수도는 완도군 소안면 소재 무인도로 면적 0.216㎢, 사수도는 북제주군 추자면 소재 무인도로 면적 0.069㎢로 표기돼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해양관측, 수로측량 등의 해양조사를 실시하고 각종 해양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해도 및 수로서지를 간행, 공급함으로서 안전항해 및 해양수산 발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 종합해양조사기관이 국립해양조사원인 바 여기 자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자료는 국내 및 물론 국외로 배포되는 해양관측 자료의 포준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해도와 수로서지의 현황을 수로도서지목록(서지 제810호)로 보관토록 하고 있다. ‘수로업무법 제25조’에 의거한 의무사항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사 대상은 수로도서지 내용과 다른 사실의 발견, 항만과 해안선, 항로에 중대한 변경 사항, 어업의 면허, 취소 및 변경과 어구의 위치 및 설치기간, 수중 침몰물체, 기타 항해에 관한 사항 등을 다루도록 돼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작성된 보고서에는 “장죽수도 및 부근 제도 34-22.2N, 126-07.9E 2003년 수로측량에 의거”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해수부가 공식적으로 장수도라는 섬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 설치된 등대이름 역시 “번호 4124.7 장수도등대 33 55.1 33 55.3  126 38.5 126 38.4”로 돼 있다.


등대의 위치는 세계 모든 항만과 선박의 표준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무원고시 제16호’(1961. 4. 22)에서도 이 섬의 경도와 위도가 8′(14.8㎞)차이가 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무튼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작은 나라에서 한 개의 섬을 가지고 헌법재판소를 들락거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지극히 슬픈 것이다. 정부 부처와 광역자치단체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해소되지 못한 채 조그만 섬 분쟁마저 굴곡과 아집으로 얼룩진 우리 현대 정치사의 애증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가슴 아리게 한다. 누구의 섬인들 그것이 대한민국의 소유라면 공동어업이 가능한 일이건만 그것마저 또 하나의 분단의 장벽으로 맞서는 모습 앞에서 천연의 섬은 지극히 인공적인 인간의 모습을 조소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더욱 외롭고 아프게 넘어지고 일어서며 출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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