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 연일 건설현장과 주민 마찰
공사장 현장·구청 "묵묵부답"에 주민들 직접 정부 상대 해결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곳곳에서는 겨울바람도 뜨겁게 달구는 건설바람이 한창이다. 특히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사소음으로 인해 새해도 건설회사와 주민들간 마찰은 계속 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치단체별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도 있으련만 시청과 구청은 손을 놓고 있다. 수익사업과 주민자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기 때문. 이러한 관할 자치단체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처리로 인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정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신당동 대우건설 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지난 해 봄부터 소음 공사 강행으로 주민들과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현장. 461세대 입주목표로 공사진척이 8.3%를 보이고 있는 이곳 공사장으로부터 불과 10미터 거리에는 현대 아파트 1,074세대가 살고 있고 주민들은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소음피해가 심하다고 아우성이다. 바윗덩이에 쇠말뚝을 박는 소리며 각종 중장비 기계소리는 너무나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급기야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법적 소송을 준비중이고 서울시 중구청 홈페이지에 산모의 고통을 호소하고, 잠 못 이루는 노인들의 스트레스 증가, 비좁은 아파트 정문 앞을 오고 가는 지게차와 쓰레기차의 악취와 소음 등 생활의 불편함이라는 것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가슴을 치고 있다.
"중구청은 각성하라", "대우건설은 부모도 없느냐"
공사장 바로 앞 현대아파트 벽에는 붉은 플래카드를 걸려 있다. "중구청은 각성하라", "대우건설은 부모도 없느냐?" 등 낮이나 밤이나 소음을 울려대는 대우건설을 비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웃집에 짜장면 집이 이사와도 떡을 돌리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는데 대우건설은 엄청난 공사를 하면서도 주민들에게 양해는커녕 공사만 강행해 분노를 사고 있다"고 털어놨다.
신당동 대우건설 재개발 아파트는 지난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005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공사장 주위에는 현대 아파트를 비롯 삼성 아파트 1,434세대, 주택단지 1000여 세대, 금화여중고와 금성 교회 등 집단 공공시설이 들어서 있어 소음피해 파장은 만만찮은 실정이다.
대우건설 현장 최종현 소장은 "중구청 직원이 매일 나오다시피 해 소음을 측정하는데 법적기준치 70dB 이상을 초과한 적은 한번도 없다. 아침과 야간에는 작업을 하지 않고 휴일에는 격주로 공사한다.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해서 값비싼 철판 방음벽도 만들었다"면서 현장 책임자로서 나름대로 조치할 일은 다했다는 입장이다. 동화주택재건축조합 김학중 사무장은 "그동안 각종 법규 미비로 인해 원주민으로서 선의의 피해를 보았고 외지인이 대부분인 현대와 삼성 아파트 건설 때도 우리는 피해를 감수해왔다"면서 "윈윈(win win)전략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동화주택이 들어서면 인근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적 기준치 보다 실제 소음 심각, 공중소음 규제장치 마련돼야
그러나 공사는 새벽과 아침, 저녁과 밤늦도록 지속된 경우가 다반사이고, 중구청 환경 위생과 김성숙 씨는 "현장에 매일 나가 소음 측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현대 아파트 주민들이 입회한 상태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63.6∼69.8dB, 삼성 아파트는 68dB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음은 풍향에 따라 다르고 현대 아파트 노인정에서 측정할 때가 가장 심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방음벽을 설치했다지만 공사장이 저지대인데 비해 현대와 삼성 아파트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방음벽 효과는 1∼3층에 미미한 효과가 있지만 그 이상 층에서 21층에 이르는 고층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것. 더욱이 공중 소음에 관한 관련법규가 없어 공사소음으로 인한 신경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음은 40dB부터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70dB는 말초혈관에 수축반응이 일으키게 되어 70dB 이상부터는 주거지역으로 부적합해 법적 기준치로 삼고 있다. 대우건설이 법적 기준치(70Db)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근거도 바로 이 대목 때문인데 그러나 규제기준이내 소음일지라도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면 관련서류를 첨부할 경우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02-2110-6981)에 의해 피해분쟁조정를 받고 있다.
환경부, 소음 피해관련 잇따라 주민들 손들어 줘
특히 도로변과 주거지역은 65Db이지만 야간은 55Db로 신당동 공사소음은 이를 월등히 넘고 있는 셈. 준공업지역도 야간은 60Db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소음을 측정할 경우 소수점은 반올림하도록 규정돼 있어 현대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법적 기준치를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한 건설 전문가에 따르면 실제 공사장의 압쇄기와 펌프카, 레미콘 트럭의 소음의 경우 7∼8m 내에서 측정할 경우 80dB가 넘고 덤프트럭은 90dB가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청각을 상실할 수 있는 수치이다. 이러한 기계가 대단위 공사장에서 동시에 가동될 경우 가족간 대화, 전화 통화곤란, 집중력 저하 등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은 불을 번한 뻔
한 일이다.
또한 주민들은 대우건설이 공사 현장 앞에 있던 109평 규모의 중구청 동사무소를 10억에 사들였고 공사 완료 시점에서는 400여 평으로 다시 증축해 새 건물로 준공시켜주기로 한 사실을 들어 이것이 구청이 소극적인 배경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 구의원 만이 주민들의 민원에 귀를 기울일 뿐이라며 법적 소송과 함께 총선 때 표로 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분쟁이 서울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환경부에 하소연을 하고 있고 환경부는 잇따라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부천시 내동 주민들이 주택 소음도가 야간 소음 기준치를 초과해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진정에 대해 환경조정위는 주민 305명에게 1억 6,645만원을 배상 결정을 내렸다. 또 성북구 주민들이 아파트공사장 암반 발파와 장비사용에 따른 소음·진동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1,091만 1,590원을, 관악구 신축공사장의 소음 진정과 도봉구 주민 614명이 65dB∼70dB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소음에도 불구 실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1억 235만 6,150원의 배상결정을 내렸다.
수익사업에만 급급한 자치단체의 안일무사주의 행정, 행정관청 규정을 근거로 주민과 원만한 해결에 소극적인 건설사의 구태의연함이 해소되지 않는 한 도심에서 행해지는 각종 공사로 인한 시민과 마찰과 공사 차질은 반복될 것이다. 또한 주민들이 자치단체를 신뢰하지 않고 중앙정부와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어 이러한 파장도 만만찮을 것이다. 만사를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우리 사회의 폐해 중의 하나이다. 2004년 새해에는 보다 더 낮게 서로 가슴 내려놓고 대화와 믿음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그런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