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주말여행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4. 2. 12. 11:15

본문

어제는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한 시인 선배가 사무실을 찾아와 시작된 만남은
시인 내외와 인사동 시인학교로 옮겨
시화전을 감상하고 그곳 시인들과 한무더기로 어울려
밤새 몇 동의 항아리를 비웠드랬습니다

시란 무엇인가?
이렇게 달짝지근한 막걸리 빛 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어느 노시인은 신문사로부터 왜 문학을 하는가? 라는 청탁서를 받고
그 무시무시한 질문에 답을 구하지 못해 마감만 재촉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제의 술은 알고보면 그 분과 낮술로부터 시작된 셈이군요

왜 문학을 하느냐? 라는 질문은
설렁탕 한 그릇에 소주를 세병을 까마시면서도
왜?만 남고 애를 태우고 있었지요
그것은 왜 사느냐라는 질문으로 전이되었고
그냥 마시자
그냥 웃지요 였습니다

다시 해가 떨어지고
세종대왕이 해시계를 설치했다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만난
시인과 시인이 시로 시작해서
시집 사인본 돌리는 것으로 명함을 대신하고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술로 캐내면서
잔을 돌리면서 사랑을 나누면서
삶의 여백을 우윳빛으로 채색합니다

그렇게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잘 익은 복숭아처럼 얼굴빛이 변하면서
우리네 삶의 의문표는 또 다른 아침을 끌어 당기고 있었지요
인사동은 그렇게 새벽과 조우하고 있었지요

해답없는 질문처럼
어제 메고 나온 가방은 어께에 그대로 걸린 채로
다시 빈 손으로 고구마같은 고민 하나 담아 귀가하는데
시간은 자꾸 칩거하길 거부하며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었지요

그렇게 만난 주말 오후
쭉 뻗은 시간의 철길을 타고 또 다시 떠나 봅니다
긴 강줄기를 걸으며 여기여차 여기여차 힘 쓰는 강줄기를 따라
아무 생각없이 삶의 오솔길을 걸어 봅니다

저발치 백운산이 양수리의 풍경 속에 정지된 한장의 정물화를 지켜 봅니다
붓끝에서 떨군 한방울이 저 강물의 일원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 봅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다가서는 것
이내 뜨겁게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이요 우리네 삶이 아닐런지요......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