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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창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4. 2. 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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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사무실에 나와 휴일에 온 우편물을 뜯어보았습니다
아침부터 누군가에게서 온 우편물을 뜯어본다는 일은
기분 좋은 일 입니다
물론 그 우편물 속에는 방송 출연 협조전 원고청탁서 작은 선물 어느 등대지기 편지 그리고 반송우편물 전화통화료 청구지로에 이르기까지
반가움과 함께 별로 대접받지 못한 것들도 끼여 있습니다
그러나 기쁨과 그 축에 끼지 못한 것들도 먼길을 걸어
집배원 아저씨의 어깨축을 물고 늘어지던
밥풀떼기의 일부였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인간의 세계에서 빚어지고 결국엔 인간에게 고마운 족속들임에 분명합니다

어째튼
월요일 같은 아침은 밝아옵니다
특히나 제가 있는 사무실에는
주차창 바로 옆이라 삐~~이익 하는 소리부터 들려옵니다
주차장 카드를 넣으면 인간을 심사 하듯 바리케이트가 이내 올라가고
인간들이 자동차라는 물체에 실려 공중으로 공중으로 타고 올라갑니다
2층에 자리가 없으면 3층 그것도 아니면 그 누군가와의 사이에
인간이라는 사이 '間' 자가 가지는 의미를 되씹으며 주차 합니다
사이에 주차를 할 때는 필히 핸드브레이크를 중립에 놔둬야 하겠지요
그 때부터 당신은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에게 양심을 맡겨둬야 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사이에는 서로가 신뢰를 저당잡힌 게지요

하여간 아침은 이렇게 밝아왔습니다
9시가 가까와지자 사무실 젊은 직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섭니다
저마다 눈인사며 목례를 하지만
저 사람들 가슴 속에 담겨있을 희노애락을 가늠해보는 일은
저도 인간이기 때문일 것 입니다

喜怒愛樂
무언의 목례를 하십니다
당신의 한주간은 '희' 하고 '애'하고 '락' 하십시요
행복은 캐내는 것이 아니라 저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주간은 유달리 무더위가 정체전선을 이룬다고 합니다
불쾌지수와 동갑내기인 폭염 잘 넘기시고
이 한주간은 '사랑'이라는 많은 이자까지 덤으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이제 누군가를 신뢰하기 이전에 이녁의 가슴과 찬 머리를 콘트롤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이겠지요
한 권의 책을 쓰듯이 매일 한장 한 장의 원고지를 매꾸어가는
그리하여, 자연의 창에 더욱 가벼이 밀착시켜 나가는 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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