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다
울산의 정일근 시인이 내 홈페이지에
이런 시 한편을 올려놓았다.
마음이 머무는 곳에
-박상건 시인에게
마음이 머무는 곳에 영혼이 머문다
마음이 머문 곳에 영혼이 눈을 뜨며 살아 있다
저무는 가을 바다를 만나는
해국(海菊)이 피어 있는 언덕길이나
등대의 불빛 아래, 우리 보다 먼저 바다를 지극히 사랑한
사람들의 영혼이 환한 빛으로 떠돌고 있지 않던가
가고 싶어 밑줄을 그어 놓았던 낡은 해도(海圖) 속의 바다에서
그대 손 때 묻은 젊은 날이 빛나고
오래 마음 준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섬마다
그대 영혼을 담은 푸른 파도가 숨쉬고 있듯이
사람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영혼이 머물도록 마음을 주는 것이다
그 사람이 떠나간 뒤에도
영혼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는 사랑
우편으로 보내온 섬*을 받은 저녁
그 바다에 마음 모두 준 그대의 영혼을 읽는다
서쪽 바다 먼 섬마다 두고 온 착한 영혼들이
책갈피마다 등대처럼 반짝이며 눈뜨고 있다
*박상건 시인이 편집인이 되어 펴내는 가난한 잡지
이 시는 <실천문학> 2월호에 실렸었다.
그 날 그 시를 보고 나는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모른다
그 날 나는 전날 가족과 함께 교보문고를 가는 이야기를 답장으로 올렸다
갑자기 아들 녀석이 소리를 내지르는 거에요
[아빠, 정일근 아저씨 간다~]
나원참
바로 어젯밤 통화 한 그 아저씨가 여길 왜...
근데 뒤돌아보니 그 뒷모습이 영락없더구먼
비슷한 키 체격에 생활한복까지 입었으니...
아무튼 일근 형님 시 한편 접하며
황홀하다 못해
미치고 환장해지는 것이었다
형님이 주신 사랑만큼
앞으로 얼마만큼의 사랑을 더 보듬아야 할지...
일생 키워 나가야 할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 말이다
(스탕달-프랑스 소설가 평론가)
차근차근 사랑의 새싹을 키워
아름다운 꿈 하나 꼬~옥 형님에게 드리리라 생각했다
그래 샤프의 말처럼
사랑은 아름다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