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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없는 그리움 혹은 쓸쓸함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3. 3. 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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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노을이 지지 않았는데
아직은 저 포구 등대 불빛 밝히는 저녁이 아닌데
아직은 통통배 통통대며 그물 걷어 귀항할 시간이 아닌데
하릴없이 누군가 그립고
그 그리움이 쌓여 치렁치렁한 파도소리로 철썩여 오는 것은 왜인가

그 칭얼대는 소리 나 어쩌지 못하고
방파제에 쏟아지는 파도처럼
내 가슴 흔들리는 것은 왜일까
누군가가 못내 그리운 것인가
아니면 너무 빈 가슴에 들릴 않은
해풍소리 탓이련가

나는 더 얼마를 비워내야
이 외롭고 쓸쓸한 날들의 해풍을 맞아야
그 해풍을 맞아야 저 바다 썰물처럼 밀려갈 것인가
떠나야 할 때 떠날줄 아는 저 썰물소리는 아름답다
삶이란 일어설 때 일어서서 뒤돌아가며 파도치고
파도치다 미련없이 떠날 줄 아는 저 썰물이어야 함을 깨닫는다

저 썰물...
썰물은 비워낸 그 빈자리에 밀물을 당겨
층층이 푸른 물결 깔아 갈 것이다
저 넘치는 푸른 바다

삶도 사랑도
저 바다처럼
텅텅 비우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비워서 새로 넘쳐나는 저 바다를 보아라
쌓이면 비우고
비우면 새로운 영혼으로 물결치는 저 바다를 보아라

지금 나 이렇게 괜스레 쓸쓸해지는 것은
이 화창한 봄날
환한 불빛 아래서
비에 젖어 있거나
짜디짠 눈물에 젖은
불혹의 세상살이를 비추어 보고 있는 탓은 아닐런지

이 봄날 불혹이 슬픈 것은
축축이 젖어 있는 삶을 뒤집어 보고 있는 탓일 터
그래 뒤집을 때 팍팍 뒤집어 보자
더 늦은 길목에서 연약한 힘으로 뒤집지 못할 삶
어차피 뒤집으면서 흙갈이 하는 삶을 걷자

어차피 인생은 한 권의 책이라고 하지 않던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매일 그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창작하며 산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이 인생이라고 하지 않던가

오늘 이 쓸쓸함
혹은 그리움은 그 수많은 날들을 향해 물결쳐 가는
한 바다의 한물결일 것을

그래
오늘도 바람이 분다
흔들리며 살아야겠다
바람 아래 물결치며 살아야겠다
물결 위에 철썩이는 저 목선처럼 통통대며 항해를 해야겠다
내일의 항해응 향해
오늘 나는 저 목선의 닻줄을 팽팽히 당기어 본다

가야겠다
저 바다로
이 한바다 어깨동무하며 철철 끓어 넘치며
먼 바다를 향해 뱃고동 소리 한번 힘 있게 울어제껴야겠다
그렇게 깃발 휘날리며 창공을 알아봐야겠다

우리네 인생이여
브라보다......
통통통 통통대며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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