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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강물 위에 눈발을 뿌리며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2. 12. 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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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양수리로 떠나야 할 한 해의 끄자락에 서 있군요
저는 지난 겨울처럼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를
이곳에서 조용히 맞았드랬습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양수리 강물소리 들으려 갈 작정입니다

며칠 전 문득 눈발 따라
밤섬을 지나 내각리라는 마을에 갔드랬습니다
참 아름다운 강이더군요
강은 말 없이 흘렀지만
그 강물소리 들었드랬습니다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자신을 위지해 겨울나기 하는 강을 보면서
살얼음이 바람타고 온 눈발에 얼어붙는 소리 들어드랬습니다

나도 저 돌멩이 같은 삶이었으면
봄날이면 떠날 강물소리 껴안고
자신의 모든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저런 삶이었으면
그런 삶과 교통하는 삶이었으면 싶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광릉 숲을 지나는데
어둠 속에서 더 진한 어둠을 만들어 놓고
하얀 눈발로 자신을 비추어 보는
아름다리 겨울 생목들이 아름다워드랬습니다
저 나무처럼 침잠하는 삶이
한 순간이라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
그런 삶이라면 좋으련

아 눈발이여
제발 그치지 말고
이 숲에 내려다오
나두 한그루 생목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드랬습니다

여러분의 한 해가 그런 눈발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새해 새날이
늘 그런 눈발처럼 이 한세상
아름답고 맑디 맑은 눈빛으로 싱그럽게 휘날리길 바랍니다

못 다 한 사랑에
아직은 눈발이 목 마른
못 다 만난 순수에
아직은 눈발이 목마른
서울놈 박상건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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