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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만난 유년시절 풍경들

섬과 문학기행/붓가는대로 쓴 글

by 한방울 2003. 3. 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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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 바삐 지내다 보니(돈 안되는 일로만)
이따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뜬금없이 되돌아오곤 합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야! 한 잔 걸치자
그렇게 핸펀을 두들깁니다
그런데 오늘은
야~~나 인사동에서 전시회 오픈한다...
먼저 걸려온 전화에 천안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달려갑니다
인사동 경인미술관....

문인화를 선보인 친구의 그림을 감상하다가
그만 어릴 적 풍경들에 푹 빠져 듭니다
저 유년의 추억들...
어릴 적에는 어른이 꿈이었는데
어른이 되면 세상사 다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 세월에 당도해 배운 것은
오로지 그 깨달음은
어른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사실뿐이던 것을

아 저 고향의 강 산 바다....
번잡한 인사동 거리를 헤쳐나와 만난
저 연꽃 동백꽃 풍경이 쉬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오늘은 저 한송이 꽃 속에 빠져
쓸쓸한 그림자
외로운 넑두리
고뇌에 찬 시간들이랑 훌훌 털어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행여
저 한잎 꽃그림자라도 닮을 수 있으려나
괜스레 사춘기 말기적 증상을 앓다가
미술관을 빠져나옵니다

엿치는 아저씨가
다시 휴가나온 외삼촌 오카와 바꿔 먹던
엿장수와의 추억을 떠올려주고
배 아프도록 깨문 그 호박엿에 채여
물소리만 하염없이 흐르던
동구밖 돌다리 아래서
겁에 질려 귀가 못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고....

젠장
어짜자고 짜아식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그리도 많이
걸어놓았드란 말인가

이 서울바닥의 고독
진정한 고독은 대중 속의 고독이라더니만
오늘은 그 괴테를 생각하며
이 거리나 헤매여 하는가
헤매다가 헤메다가
누군가 전화가 오면
아니
오던지 말던지
때가 되면 친구를 불러
한잔 걸치고 흔들리며 들어갈일인가
흔들릴 수록 흔들릴수록 마셔볼 일인가
흔들리는 것에는 힘이 있다
흔들리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흔들려봐야겠다
내일 아침의 태양도 흔들리며
저 편 하늘 굴렁쇠처럼 굴리며 솟아 오를터
오늘은 내일의 햇님이나 기둘리며 이렇게 취해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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