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풍경이 있는 아침] ④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후회보다 다음 날을 위해 남겨둔 길을 걷는 브라보 인생길
광릉수목원 갈림길(사진=박상건)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전문)
프로스트는 본디 시골학교 교사와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인으로 인생의 대전환기를 맞아 하버드대 교수이자 저명시인으로서 우뚝 섰다. 그는 주로 소박한 농민과 자연을 노래한다.
살다보면, 내가 가는 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주저함 그리고 걸어온 길에 대해 아쉬움과 후회를 하는 것은 인지상정. 지금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우리는 숱한 갈림길에서 갈등한다. 그 길은 나의 전환점이다. 선택의 순간에 도전과 반전이 이뤄진다. 프로스트는 이녁의 삶과 숲길을 중의법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그런 시와 시인의 체험에서 또 다른 위안과 이정표를 삼는다.
인간은 두 다리로 걷는 직립인간이면서 두 길 중 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렇게 나날이 새로운 선택과 고뇌의 길을 걷는다. 그것이 인생길이다. 그렇게 때로 서성이거나 뒤안길을 찬찬히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걷는다.
글, 사진: 박상건(시인)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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