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송수권 문학상, 이재무 시인 수상
슬픔과 아픔으로 얼룩진 서정성에 유연하고 겸허한 선율의 매력
전남 고흥 출신의 서정시인 송수권 선생을 기리는 제3회 송수권 시문학상 영예의 본상은 이재무 시인의 「슬픔은 어깨로 운다」가 차지했다. 남도시인상은 송만철(전남) 시인의 「들판에 다시 서다」, 젊은시인상은 김선 시인의 「눈 뜨는 달력」이 선정되어 각각 3천만 원, 1천만 원, 5백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재무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중심에 서서 일상의 경험적 진실성을 서정의 세계로 끌어올린 시인”이라 평가받았다. 이재무 시인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했다. 이후 윤동주문학상대상, 소월시문학상, 난고문학상, 풀꽃문학상, 편운문학상을 수상했다.
송수권문학상 수상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
이재무 시인은 등단 이후 11번째 선 보인 수상 시집에서도 담백한 문장과 어렵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 그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이 시인의 시는 늘 소박하고 간결하면서 우주와 삶의 근원적 이치를 꿰뚫는다. 소재나 비유의 중심은 농촌 정서와 자연이다. 시를 짓는 시인의 자세는 느리면서 겸허하며 낮게낮게 여울져 함의가 매력이다. 통찰의 깊이와 시공간은 아주 넓다.
이번 수상 시집 「슬픔은 어깨로 운다」는 자연에 천척한 생태시편이 많은데 문장이 가볍지가 않다. 민중적 정서를 깔면서도 과하지 않고 유연하고 부드러운 표현기법이 돋보인다. 인간과 자연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수평으로 유지하려는 몸부림의 선율이 전율한다.
시인은 우리네 인생을 어떻게 풍자하고 어떻게 깨닫는가? “눈물은 때로 사람을 속일 수 있으나 슬픔은 누구도 속일 수 없다. 너무 큰 슬픔은 울지 않는다. 눈물은 눈과 입으로 울지만 슬픔은 어깨로 운다.”라고 표현한다.
"얼마나 많은 몸뚱어리를 다녀온 면수건인가/누군가의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와 등짝과 발바닥을/닦았을 면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얼굴을 닦는다/면수건처럼 추억이 많은 존재도 없을 것이다/면수건처럼 평등을 사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닦고 나면 무참하게 버려지는 것들이/함부로 구겨진 채 통에 한가득 쌓여 있다" ('목욕탕 수건' 중에서)
‘나는 표절 시인이었네’에선 “고향을 표절하고 엄니의 슬픔과 아부지의 한숨과 동생의 좌절을 표절했네. 바다와 강과 저수지와 갯벌을 표절하고 구름과 눈과 비와 나무와 새와 바람과 별과 달을 표절했네"라고 노래했다.
중진시인 이재무의 시세계에 대해 염무웅 평론가는 “험한 세상 ‘비틀거리며’ 삶의 진실을 찾아나간 상처의 궤적과 거기서 터득한 지혜가 있으며, 무엇보다 시의 가장 깊은 바탕에 한국인의 삶의 뿌리에 해당하는 흙의 감각이 살아 있다. 서민적 도시생활의 오랜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의 매끈한 껍질을 벗겨내고 보면 바닥에서 발견되는 것은 굳건한 농촌정서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시집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교향악적 화음의 경지를 향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장)
* 이 글은 <데일리스포츠한국>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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