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은 100만부, 국내 시사잡지는 5만부” | ||||||||||||
지난달 30일 한국잡지학회 창립 세미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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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사잡지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며 잡지 저널리즘에 대한 연구도 태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잡지학회 창립 기념으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미디어 융합시대, 잡지학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잡지연구 현황과 발전방향을 발표한 이용성 한서대 신방과 교수는 “한국에서 잡지는 TV, 신문, 라디오와 함께 4대 매체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인터넷의 강세와 잡지시장 침체로 제5매체로 전락하고 있다”며 “잡지산업의 위축으로 사회적 위상도 하락하는 추세이며 문화콘텐츠 산업으로서 위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잡지연구 현황도 한정적인 분야에서 저조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최근 잡지연구의 경우 잡지역사에 대한 논문이 압도적”이라며 “언론사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전문적인 잡지연구자가 거의 없고 잡지연구 주제의 다양성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잡지연구에서 ‘잡지 저널리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잡지저널리즘을 구성하기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잡지저널리즘은 저널리즘 영역에서 아주 중요하다”며 “저널리즘이론과 방법론을 중심으로 여타 학문분야의 잡지연구와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잡지 디자인, 잡지의 산업ㆍ법제ㆍ정책, 콘텐츠 등 다양한 연구 영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잡지 저널리즘에 대한 발전 방안도 발표됐다. ‘잡지 저널리즘 현황과 발전 현황’을 발제한 박상건 잡지학회 설립 준비위원(성균관대 초빙교수)은 “원 소스 멀티유즈의 저널리즘 생산 시스템은 통합 뉴스룸을 통해 잡지와 신문, 인터넷, 모바일 연계 시도라는 신흥사업 프로젝트로 더 유리하고 적합하다”며 “자기 주도적인 잡지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선도 방식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장기적 효율적 다차원적 시스템 구축에 정부의 공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국내 잡지 시장이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사 종합지의 발행부수는 최대 5만부 수준이며, 주요 언론사 발행 잡지도 대체로 2~3만부 수준에 머무를 정도로 부수 자체의 절대치가 낮다. 독일의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평균 100만부, 프랑스 시사 주간지인 ‘누벨 옵세르바퇴르’ 등과 일간지 ‘르몽드’ 등이 30만부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시사 잡지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잡지가 정기간행물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그 증가 추세를 비교할 때 잡지저널리즘은 불균형적인 구도에 놓여 있다”며 “신문과 방송의 여론 독점적인 상황에서 잡지 콘텐츠를 독자에게 전달할 플랫폼이 애당초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잡지의 특징도 더 이상 희소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시사월간지는 과거 정치권력의 비화를 전하며 오피니언 리더들의 정보에 대한 목마름을 해갈했지만 사회가 과거에 비해 투명해지면서 이 같은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심층성도 더 이상 전유물이 아니다. 신문사들이 증면을 하면서 심층기사와 기획기사를 다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밖에도 신문과 방송의 아이템이 확장되면서 ‘잡지화’되고 있다는 점, 각종 전문지의 등장, 독자들의 노령화 등 잡지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현재 40~60대가 주 독자층이지만 새로운 독자 유입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기존 독자들을 외면할 수도 없어 젊은 층을 겨냥한 혁신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순수하게 잡지에 대한 연구는 물론 보도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2010년 8월12일~2013년 8월12일까지 최근 3년간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미디어전문지의 ‘잡지’에 대한 보도 분석결과, 보도건수는 총 364건으로 나타났다. 그중 산업동향이 216건으로 전체 58%를 차지했고 기획, 콘텐츠에 대한 보도건수가 50건으로 14%에 불과했다. 가십, 동정, 단신 보도건수는 58건으로 16%, 정책은 40건으로 11%를 차지했다.
박 교수는 “순수하게 잡지, 잡지저널리즘에 대한 단일 보도건수는 지극히 미약하다”고 말했다. 산업동향은 신문방송 등 미디어 전반을 다루며 잡지를 언급한 정도이고, 정책 부문도 미디어 진흥과 신문산업 정책을 보도하며 잡지를 거론한 정도라는 설명이다. 대부분 ‘잡지’를 보도한 기사 제목만 봐도 해외언론 동향, 광고 산업, 미디어 지원정책, 잡지진흥과 창간 붐, 미디어 플랫폼 등을 담고 있는 정도다.
박 교수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구하는 잡지에 대한 연구와 보도의 무관심, 미디어 산업 전체 범주의 하위개념으로 간주하는 경향은 잡지와 잡지 저널리즘에 대한 왜곡을 가져오거나 그런 현상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 판단과 집행의 근거가 되고 기자들의 잡지에 대한 인식과 잡지 저널리즘에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저널리즘이 승부해야 하는 것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 의제를 발굴하는 것에 달려있다”며 “시사 잡지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사는 세상에 부합하는 다양한 삶과 생각을 제공하는 스토리 저널리즘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잡지학회는 이날 창립총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김동규 차기 언론학회장과 정연우 전 언론정보학회장, 강상현 한국방송학회장 등을 비롯한 10명의 학자들이 발기인 대표로 나섰다. 초대회장으로는 이광재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가, 감사로는 장하용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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