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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교수, 신문 1면의 변화는 저널리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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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방울 2013. 12. 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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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미디어인사이드〕2013.12.1

 

신문 1면의 진화

 

 

 

<앵커 멘트>

 

딱딱한 정치기사 일색이던 신문의 1면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야기’가 있는 심층취재 기사나 강렬한 이미지 중심의 기사가 1면의 머리기사로 등장했는데요. 오늘 미디어인사이드에서는 신문 산업의 위기 속에서 나타난 신문 1면의 변화와 의미에 대해 이민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민영 기자! 최근 들어, 각 신문사들마다 1면의 머리기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죠?

 

 

<리포트>

신문을 직접 보시죠.

 

독특하죠. 요즘 이런 신문 1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대개 신문 1면 하면 정치 기사나 사건 사고 위주의 속보성 기사가 당연시 됐습니다. 그런 최근 좀 전에 보신 것처럼 기획기사나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한 기사의 게재가 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앙일보는 숭례문 부실 복원에 관한 심층, 기획기사를 3일 연속 1면 머리기사로 실었습니다. 다른 신문들이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청구 소식을 주로 실은 것과는 대조적 편집입니다. 그간의 관행을 깬 과감한 시도였습니다. 중앙일보 1면의 이런 변신은 지난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 매체와의 차별화 전략입니다.

 

<녹취> 중앙일보 서면 인터뷰: “포털에서 기사를 하루에만 수천, 수만 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매체나 통신사와는 차별화된 기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결국 답은 중앙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뉴스, 깊이 있는 뉴스라는 점에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지난 9월 조선일보 역시, 1면을 통해 14년간 유지한 7단 편집 체제를 6단으로 바꾸는 지면 혁신을 했습니다. ‘보는 신문’ 시대에 맞춰 활자 확대를 단행한 연장선상의 변화입니다.

 

 

<인터뷰> 최원경 연구원(신문박물관): “신문을 접하는 연령대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그에 맞춰서 신문의 1면 디자인도 좀 더 색감과 디자인 그리고 인포그래픽을 적극 활용해서 좀 더 시각적으로 화려해지고 가독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미디어인사이드가 최근 주요일간지 1면의 머리기사 유형을 분석한 결과, 2010년 같은 시기에 비해 단순정보에 그치는 사실기사는 절반이상 줄었고, 해설이나 사진 기사는 늘어났습니다. 특히, 심층취재 형식의 기획기사는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신문 1면 머리기사의 이 같은 변화는 각 신문사의 토요일 신문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1월 말부터 처음으로 등장한 한겨레 토요판입니다.

 

<녹취>아나운서 내레이션: “윤이상 선생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오셨습니까?”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씨와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간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온 만큼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속시원하게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왔다. 주로 잡지에서 볼 수 있던, 사진 중심의 ‘표지이야기’ 기사가 1면 머리기사로 고정적으로 배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래(한겨레 미디어디자인 부문장): “텍스트가 많은 이야기보다 메시지 위주로 심층적으로 다뤄보자 해서 했는데 의외로 독자들 반응을 반영해서 만든 신문이 반응이 좋았어요. 좋다보니 여타 신문들도 주말에는 심도 깊고 편하니 읽을 수 있는 양이 풍성한 텍스트를 차용하게 된 측면이 있고요. 그리고 그 반응 자체가 주말에 좀 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제작된 지면의 효과가 결국 평일판에도 영향을 줬다는 거죠”

 

신문 1면의 변화된 모습이 기존의 정형화된 신문이라기보다 마치 잡지를 보는 것 같은데요. 신문사들이 이러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네, 신문 1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매체 환경 변화로 인해 종이신문의 위기가 가속화됐기 때문입니다. 가판 신문이 존재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 신문들은 차별화보다는 표준화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가판신문 폐지 후 인터넷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소위 말하는 닷컴신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고, 포털 매체의 뉴스 공급 등 인터넷 신문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신문시장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종이신문들이 더 이상 기존의 1면 편집 전략으론 독자층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심화됐습니다.

 

<인터뷰> 한인섭 소장(한국편집연구소): “지금까지는 (신문이) 남과 다르지 않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제는 남과 다른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죠. 그만큼 사회가 유기적이고 다양해졌기 때문에 신문이 거기에 빨리 따라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신문 1면의 이 같은 변화가 신문 고유의 독특한 편집 미학과 읽는 즐거움을 살린 긍정적인 시도라고 평가합니다.

 

 

<인터뷰> 박상건 교수(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신문 자체도 보는 신문이 돼서 딱딱하고 숫자 많이 나오고 전문성 이런 건 보지 않기 때문에 자꾸 그림이나 그래픽이 등장하게 되고 신문이 위기고 그러니까 결국 독자에 부응하는 저널리즘의 창조적 파괴라고 할까요, 진화라고 할까요 그런 현상인 것 같습니다”

 

 

이민영 기자, 최근 신문 1면에 나타난 다양한 변화를 살펴보니 신문이 정체되어 있다는 그간의 우려는 편견이 아니었나 싶어요?

 

네, 그렇습니다.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 사회가 다원화된 만큼, 신문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했는데요. 신문의 1면을 시대 순으로 살펴보면 사회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변화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1883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신문 한성순보와 1896년 발행된 독립신문은 사설이 머리기사를 차지했습니다. 개화기에 이르러서야 사설이 있던 자리를 단순 사실 중심의 기사가 머리기사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계몽이 목적이었던 당시 신문들이 신문 1면을 계몽적 설득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재경 교수(이화여대 언론홍보학부): "구한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신문 1면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요. 상당히 재밌던 내용이 뭐냐 하면 30년대 중반까지 1면이 오니피언 면이었다, 거의 1면 톱이 늘 사설이거나 논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0년대 중반 20년대 후반 이 무렵부터 사실 기사로 1면 톱이 바뀌고 일제 시대였기 때문에 우리가 정치기사라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1면을 주로 외신들이 많이 채웠습니다.”

 

 

해방 후 신문 1면에 정치기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1면이 정치면으로 고정화되는 관행이 생겼습니다. 신문의 1면이 정치기사 고정화에서 벗어나 현재와 같은 종합면의 양상을 띄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인터뷰> 배정근 교수(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올림픽 이후에 아무래도 정치 체제가 자유화됐고 신문설립도 자유화되고 다양한 신문이 나타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면 형식에서도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내용도 다양해지는 그런 현상들이 나타났죠"

 

민주화 시대 이후, 언론 자유가 확대되면서 신문 1면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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