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계간지「책이 열리는 나무」(2013. 여름호)
싸이 신드롬, 주류에 대한 비주류의 승리
박상건(시인. 한국언론학회 회보 편집위원장)
싸이의 미국인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은
“싸이로 인해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구글 래리 페이지 회장 은
“재미와 예술을 결합한 문화적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싸이 열풍은 한마디로 비주류의 주류에 대한 반란이다.
현대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공중(public)’의 상실과 실종이다.
올바른 여론의 중심인 공중은 실상은 여론조사 등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대변하는
또 다른 기득권 집단의 대체표현으로 변질됐다.
2005년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당신’을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신’은 개성 있는 대중을 뜻하는 개중(個衆 individualized mass)을 말한다.
문화는 사회를 작동하는 원리이면서 상징의 집합체이다.
싸이 현상은 첫째, 붕어빵 찍어내듯 아이돌 스타를 생산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실증이 폭발한 것이다.
둘째, 반사회적인 반석에서 만든 독창성의 표출이다.
정상적 사회의 백화점 마트 등 상품 진열대는 위계질서가 상품의 속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성으로 상품을 구매한 듯 착각하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소비 질서에 낚인 것이다.
상품은 대중의 사회분할을 그렇게 반영한다.
비싼 신상품을 구입하면 사용가치가 높다는 지배적 신화를 뇌리에 심어
당신만이 특별한 선택을 받았다는 공허한 지위를 부여한다.
문화상품은 이런 시스템의 통제라는 이중적 구조를 갖고 있다.
‘솔직한 대중’을 노래한 상품성
그런 의미에서 싸이의 2013년 신곡은 놀랍다.
전혀 다른 신상품이 아닌‘또 다른 강남스타일’젠틀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강남스타일’처럼 전혀 신사답지 않은‘젠틀맨’을 내놓았다.
논란의 중심인‘율동과 코믹’도 그대로 신상품으로 내놨다. 결론은 대박이다.
상품은 차별성과 일관성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갖지만,
싸이는 과감하게 일관성을 강조해 차별성을 보완했다.
‘솔직한 대중’,‘진정한 대중’의 상품성을 선택했다.
셋째, 상품 생산의도가 진정한 소통을 갈구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싸이 현상을 분석할 때 B급 문화코드, 섹시와 유머속성, 못 생긴 얼굴과 뮤직비디오라는
매체와 어울림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한다.
대중문화의 원천인‘살아있는’하위문화를 크게 떠받들었다.
넷째, 융합과 통섭의 원리이다.
대중의 소통을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장벽이 없어야 한다.
기득권 언론과 문화권력 체제에서는 일방적이었지만
인터넷시대에서는 이를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싸이는 이 소통구조를 200% 활용했다.
웹2.0시대 가장 큰 인터넷문화와 소비자행동 변화는 프로슈머리즘(prosumerism)이다.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뮤직비디오 촬영 등 제작 전 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을 지향했다.
다섯째, 소통과 융합의 마당에서 제거되지 못한 채 기득권 언론이 꾸준히 양산하고 도졌던
외모지상주의를 질근질근 밟아버렸다. 대중문화 역기능이던 외모지상주의는 마침내,
취업컨설팅에서 300만원 상당의 과외비를 내며 이미지 컨설팅으로까지 이어진 현실이다.
싸이는 그런 문화잔재를 온몸으로 흔들어댔다.
‘강남스타일’은 전혀 강남스럽지 않았다.
‘젠틀맨’ 역시 전혀 신사스럽지 않았다. 그는 신곡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혀 새로운 노래를 만들 수도 있지만 대중가수이며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슷한 신곡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싸이는 진정한 난장판의 스타이다.
난장은 일정한 장날 이외에 특별히 터 잡은 장을 말한다.
난장을 여는 것을‘난장튼다’라고 하는데
싸이는 답답한 대중들을 진정한 공중으로 받들어 개중으로 위상을 높여줬다.
그렇게 진정한 대중가수가 됐다.
난장은 물건 파는 사람들만 여는 장이 아니라, 예로부터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이러한 흉액을 예방하려고 난장을 트는 경우가 있었다. 흉년, 물난리, 돌림병, 지방관의 죽음 등
안 좋은 일들로 마을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폐촌 될 위기에 처하면 난장을 마련했다.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그 기세로 마을의 흉액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반도에 3차 핵실험이 열린다는 소식에 외신기자들은 북한도발 위협을 취재하러 왔다가
싸이 기자회견장과 공연장을 찾았다.
외신은 김정은, 그리고 생김새가 비슷한 싸이를 비교해 보도하면서
한반도의 모습을 전쟁과 평화로 묘사했다.
싸이는 그렇게 평화의 상징기표가 되기도 했다.
한반도에는 전쟁과 평화도 있지만, 개중의 끼가 발상하는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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