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언론악용, 스트레이트 기사 대변인 전락
한국언론학회 세미나, 언론인과 언론학자 ‘갑론을박’
정치부 기자와 언론학자들은 2012년 대선보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한국언론학회(회장 김정탁 성대교수)는 지난 1월 15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중앙일간지 정치부데스크와 언론학자 간의 주고받았던 발언내용을
지난 7일 이메일을 통해 언론학회 회원들에게 공개했다.
‘언론학자와 중앙일간지 정치부 데스크의 토의’ 자리에서 밝힌 현장 기자들이 생각하는 대선 판
그리고 언론학자들의 보도 분석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쓴 소리가 크게 눈길을 끈다.
또한 언론학자들이 현장기자들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 대목이 많아 역시 눈길을 끈다.
김춘식 교수(좌) 이강형 교수(우)
학자 ‘특정후보 편파보도 자행’, 기자 ‘인터넷편파보도 분석 왜 없나’
경희대 이종혁 교수는 “양적 균형인 측면에서 중립성을 지키는 듯 보였지만,
질적 편파와 전략적 프레임의 과다 사용,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 등이 발견되었으며,
다른 언론사의 선거보도에 대한 상호 비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종혁 교수(좌), 이준웅 교수(우)
서울대 이준웅 교수는 “과거에 비해 노골적인 편파보도는 줄었지만,
특정 사안을 중점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특정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담론환경을 조성하는 증
질적 편파가 자행됐다”면서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관행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처방키 위한
새로운 선거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선거보도 개선을 위한 정치부 데스크의 토의시간에서
<조선일보> 홍영림 정치부차장은 “과거에 비해 종이신문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어졌다”면서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과 인터넷신문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으로 언론학계는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인터넷 매체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편파보도 문제도 심각하다고 문제제기했다.
홍영림(좌) 정용관 정치부 차장(우)
정치부 데스크, 추측성 기사 불가피하고 독자는 자극적 주제 좋아해
<동아일보> 정용관 정치부차장은 “독자들의 관심사는 정책분석 보다는 현재 어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있다.”면서
“팩트가 명확하지 않거나 취재원을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측성 기사나 취재원이 불분명한 기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찬구 정치부장(좌) 강민석 정치부 차장(우)
<서울신문> 박찬구 정치부장은 “대선 때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다보니
기계적 중립성으로 비춰진 면도 있었다.”면서 “바람직한 기사와 바람직하지 못한 기사들을 가름하기 이전
바람직하지 못한 기사들이 왜 양산되는지, 즉 언론사주, 자본, 데스크, 취재관행, 광고주 등 그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보도기사가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보도 분석을 주문했다.
<중앙일보> 강민석 정치부차장은 “요즘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정책비교가 아니라,
단일화와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느냐에 대한 분명하고 자극적인 주제들이다”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의 공약과 정책에 별로 관심 없는데 왜 굳이 정책보도가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치부 데스크, “정치권 교묘하게 언론 악용” 질타하고 학계에 감시요구
<경향신문> 이중근 정치부장은
“정치권이 교묘하게 언론을 이용하는 보도사례를 학회가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보도한 언론사에 광고를 몰아주는 식의 정치적 언론 이용행태를
학계가 더 연구하고 개선되도록 정치권에 강력하게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일보> 손병호 정치부차장은 이번 대선보도 평가에서
“스트레이트 기사는 왜곡이 덜하고 분석기사는 주관적 해석이 개입하기 때문에
왜곡이 심하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의 정치적 플레이에 이용되어 오히려 대변인으로 전락한 스트레이트 기사가 오히려
당파적이고, 분석적 기사가 오히려 이를 견제하고 왜곡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중근 정치부장(좌), 손병호 정치부 차장(우)
학자, 종이신문 정책보도 집중하고 흥미성은 인터넷매체에 맡겨야
이러한 기자들의 견해에 대해 언론학회 대선평가단 소속의 숙명여대 양승찬 교수는
“언론의 기능은 독자가 좋아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공약에 대한 보도를 언론에서 지금까지 담당해주었기 때문에 각 정당에서도 공약에 더욱 공을 들이고
유권자들 또한 공약 이해도가 그나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서울여대 정낙원 교수는 “각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 등과 같이 중요한 콘텐츠를 흥미 있게 구성하는 것도
독자들이 기사를 읽게 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반면에 광운대 정일권 교수는 “독자들의 흥미에 맞춰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문제는
모바일과 인터넷매체에 맡기고 종이신문은 인터넷 매체와 차별화 전략을 취하라”고 제안했다.
대구대 김성해 교수는 “한국언론의 대선보도에 대한 전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상향을 제시하기에는 통제 불가능한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면서
“정치보도 발전과 저널리즘의 품격은 학계와 언론계의 공동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언론인과 언론학자 토의의 장은 한국언론학회 대선평가단(단장 김춘식 외대교수)이
중앙일간지 10개지에 대한 5,340건의 대선보도를 이슈별, 형식별, 헤드라인 형식 및 내용 등의 기준을 통해 분석한
‘18대 대선보도 평가보고서’ 발표 한 후 현장 정치부 기자들의 의견 청취 및 상호 토론을 위해 이뤄졌다.
* 글: 박상건(시인. 언론학박사. 한국언론학회 회보 편집위원장), 사진: 한국언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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