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아침시단」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난(蘭)
박 상 건
폭염 뚫고 장맛비가 내린다
아래층 지붕에 내어놓은 난 화분이
쑤시던 허리 빗줄기로 두들기면서 기지개를 편다
어쩜 난 줄기는 비의 뿌리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허공 비집고 스프링처럼 허벅지 펴고 일어서
장대비를 쳐내던 저 푸른 기상
한 방울 영혼을 관통하기까지
푸른 대롱에 흘렀을 혈맥의 깊이 가늠하는 사이
내 뜨거운 이마 끝, 머리칼에 녹수(綠水)가 젖어들고 있었다
<감상>
- 난초의 휘어진 잎새도 비를 맞으며
자신을 추스리듯 인간도 그와 다르지 않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리라.
장맛비가 녹수(綠水)가 되기까지
생명은 피의 순환 다름아닌 것이다.
(글: 서지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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