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끈끈한 한(恨)의 정서를 노래해온
우리나라 대표적 서정시인 송수권의
'적막한 바닷가에서'를 소개합니다.
마음 비우며 사는 일
자연과 함께 나즈막하게 사는 일
그런가 무언가를 한번쯤 되새김질하게 해줍니다....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 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녁 하늘을 깨워가는
갈바람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송수권, '적막한 바닷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