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난 중년의 사랑과 추억
우리가 중년에 떠나는 그 가을산은 우리 삶만큼 절저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동학사로 가는 길....불혹의 친구들 제스처만은 그 때 그 초딩시절의 순수한 몸짓입니다....
모여라 우리 1반! 세월의 강물을 따라 예서 만난 얼굴들....다정함과 여유가 묻어 있습니다.
2반! 여유와 우정이 머무는 컷, 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친구까지 함께 한 아름다운 산행이었습니다
모여라 우리 3반! 세월은 흘렀어도 미소와 눈짓은 그대로 그 시절 그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모여라 4반! 세월따라 얼굴은 변했어도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 눈빛들은 한결같이 소박합니다.
불혹의 팔부능선에서 초등 동창끼리 아름다운 동행
늦가을. 무르익을 대로 익은 단풍도 한 해의 성취물인 열매도 모두 지는 그런 가을이다. 11월은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앞에 두고 못 다 이룬 꿈, 못 다 이룬 사랑으로 마음이 휑할 수밖에 없는 그런 ‘비움과 버리기’의 계절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계룡산 동학사로 가는 길. 산길마다 계곡마다 울긋불긋 낙엽들이 마치 추수 때 탈곡기 돌아가듯 가을바람에 낙엽이 회오리쳤다. 장관이었다. 우리네 삶도 푸른 봄날과 여름을 거쳐 저렇게 속절없이 허공으로 낙엽이 되어 나부낄 것이다.
불혹의 팔부능선을 넘어 내일 모레 다시 쉰의 징검다리를 건너 또 하나의 풍진세상 언덕길을 오르고 내려설 세대들. 그런 우리들은 초등학교 동창끼리 야유회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여 한반도 중심부에서 ‘2009 아름다운 동행 동학사 가을모임’ 깃발 아래 모였다.
잠시 휴식시간...불혹에 만난 손꼽친구들은 마냥 즐거운 웃음으로 그 때 그 추억으로 돌아갑니다.
5반! 여자친구 2명만 참석해 남친들이 다가가 보디가드가 되어 기꺼이 우정어린 포즈를 취합니다.
6반! 서울 광주 완도 등 저마다 사는 곳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입니다. 유일한 아동참여자(?)까지.
마지막 7반! 읍네 학교치고는 꽤 컸던 셈이죠. 마지막 반. 물론 성적순 반편성은 절대 아니죠.....
40대에 만난 육지 최남단 바닷가 친구들의 초상
우리는 한반도 육지 최남단 완도초등학교 65회 졸업생들. 계룡산 입구에서 먼저 도착한 수도권 친구들은 멀리 완도에서 새벽녘 버스를 타고 당도한 친구들을 만나 포옹하며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의 무상함과 그 순수한 초등 동창사랑에 한동안 깊은 감회에 젖어들었다.
그 때 그 원형의 얼굴로 간직한 친구들, 이미 흰 머리카락이거나 대머리가 된 친구들, 시골스러움과 도회지 스타일 등 저마다 삶의 편린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레크레이션 때는 그 때는 몰랐지만 남다른 위트와 끼를 발산하는 친구들도 보았다.
우리는 땅끝마을에 사는 시골 친구가 묵은 지에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막걸리 등 마음을 다해 준비한 찬거리를 펼쳐 놓고 비좁은 주차장 한 귀퉁이에서 점심을 나누어 먹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고 푸짐하고 즐거운 야외 식탁이 어디 있을까.
동학사 대웅전 앞에서 '아름다운 동행'의 기념사진. 관광객들이 우리를 찍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시골 친구들이 준비해온 묵은 지 삶은 고기 등 특별한(?) 찬거리로 길거리서 특졀한(?) 식사 중.
브라보! 식사 중 전국 각지서 모여 든 친구들이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건배를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축제마당! 단풍 그늘 아래서 다과와 친목을 즐기는 레크레이션 장면.
대한민국 40대 후반 인간군상의 축소판
각박한 세상살이를 살아온 친구들. 입시생을 둔 친구들, 이미 대학에 보낸 친구들, 늦동이 사춘기에 고민 앓은 학부모의 군상들은 가장의 무거운 어깨와 그 어깨를 남모르게 다독이며 살아온 모성애의 흔적까지....대한민국 40대 후반 인간군상의 축소판 그 자체였다.
식사 후 우리는 6학년 때 반별로 깃발을 들고 동학사로 가벼운 산행을 시작했다. 1반부터 7반까지 깃발을 들고 줄지어 걷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행인들은 “당시 시골학교치고는 꽤 큰 학교였나 보다”며 소곤대곤 했다.
그랬다. 개도 천 원짜리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대한민국 김과 미역 70% 이상을 생산하고 거의 일본으로 수출하던 수출산업전진기지였던 완도는 섬이면서도 가난을 모르고 성장하던 소읍이었다.
완도 정도리 구계등 갯돌밭! 해조음이 아름다운 이 바다로 소풍와서 보물찾기를 하곤 했다.
오랫만 만난 친구들끼리 마지막 단풍숲에서 화사한 웃음과 함께 추억의 포즈를 취해봅니다.
바삐 살면서 잊을 수 없는 단어, 고향 친구 순수 추억...
그렇게 조무래기들은 저마다 객지로 나가 살다가 남쪽바다 파도소리가 그리워 짬을 내어 만난 것이다. ‘초등학교’라는 이름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첨단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때 그 순수함과 정겨움만은 메마르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고향친구로만 늘 하나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동학사 대웅전 앞에서 플래카드와 깃발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는 우리 중년의 모습을 보고 젊은 연인과 어른 할 것 없이 흐뭇해하며 기념 촬영하는 우리를 찍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농어촌 후예들인 대한민국 백성들.
그분들 마음속에서도 부모님이거나 삼촌이모 고모이거나 며느리 딸이거나, 중년의 흔적에서 여러 삶의 상징을 읽을 수 있었을 터. 바삐바삐 살면서 우리가 잠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중에는 분명 고향과 친구, 순수와 추억이라는 이름일 것임을 이심전심으로 느꼈을 터이다.
완도 명소 중 하나인 소세포 포구. 해신 촬영지입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청정해역이 일품입니다.
다시마 양식장을 항해하는 철부선. 섬과 섬을 오가는 '느림의 미학'의 상징입니다......
인생과 친구는 영원히 함께 하는 깨달음이고 추억이다
인생은 하나의 학교이다. 서로 배우며 느끼는 깨달음의 현장이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기도 하다. 매일 스스로 한 페이지씩 쓰며 넘겨가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은 만드는 것. 행복의 어원은 마음에서 불러일으킨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행복은 그렇게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그 행복을 위해 우리는 만난다. 만나서 알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차박차박 터벅터벅 파도처럼 살아온 중년의 세월들. 한번쯤 멈춰서 호흡을 한 템포 늦추면서 그 세월을 음미하는 게 진정한 사랑과 삶이 아닐까.
그런 인생살이의 가을 나들이. 우리는 그 가을모임 명칭을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불렀다. 가을에 만든 초등친구들의 사랑. 그 여운이 참으로 오래갈 것만 같다. 우리는 그렇게 만남과 사랑과 감탄으로 다시 지천명의 고개를 향해 쉬엄쉬엄 걸어갈 것이다. 이 세상 유일무이하고 영원한 만병통지약인 친구들과 더불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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