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학보 517호(32009.6.10)
[그 땐 그랬지]
대학시절은 인생의 보물섬
박상건 교수(미디어취재보도 강의)
20대는 긴긴 방황의 시간이었다. 출판사 전전하다 친구들보다 아주 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나이차에도 불구 데모 총학 동아리 학회활동에 열정적이었다. 자유언론 등불을 창간했다. 매체마다 크게 보도했다. 뜻밖에 총장님께서 불렀다.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편집실공간을 건의했고 1학년(학칙에 2학년부터 동아리를 허가토록 돼 있었음) 때 우리들 공간이 생겼다.
또 하나 행운은 타과 교수님이 수표를 건네며 신문 만드는데 보태라며 격려했다. 교수님은 독서모임 지도교수가 되었고 신문사설과 독서 후 토론을 했다. 교수님은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우리들 시야를 넓혀주셨다. 나는 <말>지 객원르포기자, <일간스포츠> 학생기자를 병행했다. 2학년 때 뜻밖에 지방일간지 사장으로부터 기자 제의를 받고 기자가 되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20대 끝자락에서는 기자사회와 대학사회를 오갔다.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공간 속에서 정신없이 내달렸다. 졸업 무렵 시인으로 등단했다. 고교 때부터 사사받던 스승이 나도 모르게 습작 작품 중 몇 개를 문예지에 추천 의뢰했던 것. 나중에 그 이유를 “넌 의리가 있는 자식”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그 한마디는 내 삶의 나침반이었다.
뒤돌아보면 20대 격정과 눈물의 생채기가 나이테가 되었다. 어느 시인은 삶의 팔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나도 바람처럼 떠돌았다. 지금도 훌쩍 섬으로 떠나는 길은 길 뜬 삶이 사람의 운명이라고 믿는 탓이다.
산다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행복은 만들고 즐기는 것이다. 학기 초 꼭 한번은 삼각숲에서 야외수업 한다. 대학시절과 여행에서 얻은 여유와 사색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든 환경의 제약이 있다. 그러니 부모, 집안, 학교 등을 탓하지 말 일이다. 주어진 환경은 매 한가지. 스스로 당당하고 강인해지면 된다. 스스로 미쳐 볼 일이다.
저마다 취업난에 힘들지만 캠퍼스로망, 모두 놓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하루라는 작은 일생이다. 수평선에 해가 뜨고 다시 노을로 스러진다. 그렇게 시간의 파노라마는 청년기로 파도치다가 황혼에 잠든다. 인생은 한권의 책이다. 태어나 저물 때까지 매일 한 페이지씩 창작한다. 창작은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요약과 택일이다. 정답은 없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가는 길도 다르다. 나만의 길은 어디인가.
오늘은 한번쯤 아름다운 삼각숲에서 하늘과 바람과 더불어 한가하게 나를 반추해보자. 한가함은 철학의 어머니이다. 사색하는 사람은 행동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사색한다. 청춘이란 끊임없는 도취이며 이성의 열병이다. 대학시절, 인생항로의 멋진 보물섬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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