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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마케팅의 희생양, 박태환과 김연아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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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방울 2009. 7. 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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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아픔과 절망이 김연아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 선수는 ‘움직이는 광고판’이고, 언론은 결과만 보도할 뿐이고

 

박태환선수의 출국 전 기자회견 모습(사진: SK스포츠단)

 

박태환 선수가 200m, 400m 결승진출 실패한 데 따른 논란이 뜨겁다. 미디어는 왜 결승 진출에 실패했느냐를 놓고 파벌싸움을 지적했다. 그 어떠한 이유이든 본질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실패는 곧 기록이 부진해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파벌싸움의 가장자리에 있는 대한수영연맹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박태환 선수 사진 한 장 없었다. 반면 스폰서는 SK스포츠단 홈페이지에는 여러 수영자료를 게재하고 있었다. 박 선수를 놓고 벌어진 현주소를 확인하게 한 대목이다. 패배 이후 선수는 “파벌싸움이 많아 마음 아프다”고 했고 감독은 “목표를 확실히 정해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으며. SK텔레콤 전담팀은 “체계적 훈련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수영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일반상식으로도 한 선수가 1500m, 400m, 200m 등 중단거리를 다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훈련방식이 다를 터이고 훈련과정의 집중력이 흩어질 수밖에 없을 턴데 말이다. 물론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당사자들은 내 탓과 네 탓을 모두 언급함으로써 책임에 대한 진정성을 상실했다.

 

                                               박태환 선수가 훈련 도중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대한체육회) 

 

솔직히 선수는 경기에 이기기 위해 출전한 것이고 졌을 경우 팬들에게 겸허하게 고개 숙이고 선전을 다짐하면 그만이다. 성년인 대학생 선수에게 이기는 것 외에도 미디어 인터뷰 기법도 가르쳐야 하는 것이 감독과 책임 있는 스폰서 기업의 도리이기도 하다. 파벌이든 그 어떤 요인이든 조직과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대한민국 어디에든 파벌이 있다. 정치권력이든 기업 각축장이든 다 그러하다. 실패를 외부요인으로 둔갑하면 곤란하다.

 

박태환 때리기 나선 미디어, 그동안 뭐했나

나는 사실 미디어를 통해 훈련 모습보다는 기업광고와 이벤트 속의 박태환 선수를 더 많이 봤다. 대회를 앞두고 로마에서 화보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디어는 그 때 바로 위험수위를 알리는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 역할을 했어야 했다. 훈련 시스템 진단과 이미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내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공공저널리즘 역할을 통해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사실 한국 축구가 최종 예선에 실패했더라면 미디어는 동네 개 패듯이 국가대표팀에게 몰매를 가했을 터이다. 결과를 놓고 패인을 한 쪽으로 덮어씌우기 식의 비판적 보도는 무책임의 전형이다. 위기관리와 예방 역할의 저널리즘 기능이 더욱 바람직하다.

 

 

 김연아선수의 환상적인 아이스쇼(사진: 김연아선수 공식홈페이지)

 

박태환 선수를 보면서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오보랩 영상으로 스쳤다. 김 선수는 작년 한해 광고수입만 30억 원이다. 올해 최소 50억 원을 벌어들일 전망이란다. 광고업계는 김연아 선수가 광고로 일으킨 경제적인 효과를 2,200억 원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요즈음 광고시장이 김 선수가 나오는 광고와 나오지 않는 광고로 분류할 정도로 CF를 석권했다. 현재 김 선수가 등장하는 CF는 금융, 에어컨, 우유, 자동차, 학생 교복, 물, 아이스크림, 운동화 광고 등 15편이 넘는다. 전문 애드포털 TVCF에 따르면 김 선수는 장동건, 이나영 등 정상급 스타를 제치고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CF를 찍었다.

 

이런 새태를 반영하듯 네티즌들은 ‘김연아의 하루’라는 패러디를 만들어 유행시켰다.

 

“아침에 일어나서 D냉장고에서 I물을 꺼내서 한 잔 마신다. S세제로 깨끗하게 세탁한 N트레이닝복을 입고, 스케이트와 여성전용 W를 가방에 챙긴다. L로 기초화장을, C로 색조화장을 마치고, J쥬얼리를 걸고 아침 훈련을 하러 H자동차 J를 타고 집을 나선다.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에서 도착해서 스케이트를 신기 전에 발뒤꿈치가 까지지 않도록 N반창고를 붙이고 U 뮤직에서 출시된 ‘Fairy on the ice’를 배경음악으로 훈련을 한다. 쉬는 시간에는 하하하송을 부르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K빵과 저지방&칼슘우유를 간식으로 먹는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K은행 ATM에 가서 현금을 찾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재미로 스포츠토토를 한 장 산다.”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하는 것이 마케팅에 매진하는 기업과 상업적 저널리즘이다.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었는데 응답자 83.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보도 내용 중 기사 가치가 없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라는 응답이 93.3%에 달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박태환에게 격려를

물론 김연아 선수는 좋은 이미지에 세계적인 선수임에 분명하고 기업과 미디어는 그만큼 이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환경을 배려하는 것이 최우선의 문제이다. 미디어의 본분인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 역할을 방기하고 되레 상업적 마케팅 이용은 미디어의 역기능이다. 김연아 선수가 향후 각종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미디어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박태환 선수 보도 프레임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가.

 

 

김연아 선수의 아름다운 공중점프 장면(사진:김연아선수 공식홈페이지)

 

물론 박 선수로 인해 김연아 선수가 제2의 박태환 파장을 낳지 않기를 마음 깊이 염원한다. 그리고 박 선수는 올림픽 때 보다 두 배의 부담이 됐다고 털어놨다. 매우 가슴 아픈 대목이고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에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 아울러 박 선수가 지적한 대로 파벌싸움이 있다면 차제에 실패의 생채기를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미디어는 더 이상 각종 오락프로그램 등에 이들 선수들을 출연시키는 상업적 마케팅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사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에 미디어가 접목되면서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정신보다는 메달과 취재 경쟁 지상주의와 돈벌이가 가사가치로 둔갑했다. 호날두가 얼마에 이적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골프선수 상금랭킹 순위가 기사거리가 되면서 이기는 길은 돈방석이 앉는 길이고 선수는 인격체라기보다는 ‘달리는 광고판’이 되어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스포츠는 거액의 기업과 미디어를 거머쥔 권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스포츠를 보는 우리들의 냉철하고 차분한 시선이 필요하다. 선수는 선수다워야 한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승리를 지키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지키는 경기를 위해 자기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자기와의 외로운 투쟁을 통해 사전오기, 칠전팔기의 오뚝이처럼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 때문에 팬들은 열광한다. 그래서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이번 실패가 마침내 선수와 팬들이 함께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기 위한 그런 시련의 과정이 되길 바란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두 선수가 시저처럼 당당히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고 외치길 갈망한다.                                                         박상건(시인.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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