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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학기 읽을만한 창작동화집('딸국질을 멈추게 해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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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방울 2009. 3. 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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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학기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두 권의 창작동화집

 

불경기에는 제일 먼저 타격받는 부분은 문화 쪽이다. 그 중에서도 출판영역이다. 그나마 최근 출판 시장에서 학습서와 동화 부분이 경쟁력을 갖는다고 한다. 경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의 의지는 식지 않은데다가 영상세대들의 그림 위주의 동화책이 각광받아 그나마 출판계가 이 분야에서 숨통을 트고 있다는 것이다.

 

새 학기를 맞은 동화 출판계에는 시골정서를 반영하는 향토적 줄거리와 아이들의 고민을 그린 동화가 부쩍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워낭소리’ 등 전통적 농촌풍경을 그린 송수권 시인의『올담샘 꽃누름』(문학사상 발행)과 『딸꾹질 멈추게 해줘』(청개구리 발행)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적 문장과 아늑한 고향이야기 다룬 송수권의 올담샘 꽃누름,

송수권 시인은 1940년 전남 고흥군 학림마을에서 태어나,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산문山門에 기대어> 외 4편이 당선되어 시인이 된 그는 서정시의 본류를 타고 내려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다.

 

그런 탓에『올담샘 꽃누름』은 한 문장 문장이 토속어와 남도의 가락이 살아나고 있다. 시인이 쓴 동화답게 이야기 속에는 시 몇 편이 등장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시나 노래를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또, 본문 중간마다 등장하는 예쁜 의성어와 의태어도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 이를테면 “경단이 수끌수끌 끓어올랐다”, “삽살 강아지가 장독대 밑에서 차랍차랍 밥그릇을 핥고 있다”, “왈랑왈랑 부채 바람을 쳐 보낸다” 등이 그것이다.

 

시인이 늦깎이로 쓴 이 동화의 실제 배경은 시인의 고향,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 학곡리 학림마을이다. 지금은 물론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 송시인은 변해버린 고향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고향에 대한 간절한 복원을 꿈꾸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노루골’이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계(四季)가 눈에 보이듯 펼쳐지는데, 봄에 씨암탉이 알을 낳는 것부터 시작해서 참꽃(진달래꽃) 천지인 산, 물꼬 터지는 다랑논, 개밥바라기 별이 뜬 여름 밤 풍경, 쑥부쟁이 꽃 지천인 산기슭, 황금단추 같은 자잘한 들국화 판인 둑방길, 떡눈 쏟아지는 마을 전경까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사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워낭소리’울리는 그 시골길, 즉 아직 개발되고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농촌모습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돌이'는 부모님 없이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년 가장이다. 씨암탉이 알을 낳고 그 병아리가 다시 닭이 되어 알을 낳기까지 닭을 담당하는 일은 돌이 몫이다. 이웃의 친구 후남이와 함께 진달래꽃도 따먹고 우렁이도 잡고 쇠똥구리도 잡으며 하루하루를 그야말로 알차게 보낸다. 이 작품 속에는 인물 간의 갈등 구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물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신 그 옛날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이 동화집에 대해 안도현 시인은 “요즈음 아이들은 어미 닭이 알을 품고 굴리는 소리를 모릅니다. 닭이 어떤 모이를 좋아하는지, 솔개가 병아리를 어떻게 채 가는지, 금방 낳은 달걀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모르죠”라면서 “생태적 삶하고 너무 동떨어진 곳에 사는 우리 친구들을 위해 자연과 함께 뛰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동화”라고 평했다.

 

 

사교육시장 주부작가 눈으로 비판한, 박월선의『딸꾹질 멈추게 해줘』

송수권 시인의 정서적 메시지가 풍진 세상살이에서 얻은 영혼의 울림을 옹달샘의 밝고 잔잔한 서정의 여울로 파문 일게 한다면, 도발적 아동문학가로 급부상한 박월선의『딸꾹질 멈추게 해줘』라는 창작동화는 요즘 교육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메시지가 독자의 정수리를 스치게 한다. 그렇게 솔직담백한 동화이다. 특히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그 아이들을 과중한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그 폐해의 현장을 에둘러 되짚어 주고 있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인 작가는 그래서 아이들과 어른이 동시에 소통하는 매개로 동화 줄거리를 끌어가고 있다.

아동문학가 박월선은 1969년 바닷가에서 태어나 동화를 읽으면서 동화 책 속의 풍경 같은 파도와 갯바람이 수런대는 섬에서 성장했다. 대학원에서 동화를 공부한 석사이면서 신춘문예,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 전라북도문예진흥기금 선정 수혜자 등 등단과 동시에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아 왔다.

 

첫 동화집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은 두 자녀를 둔 어머니로 시지프스 신화처럼 사교육 가장자리를 꺼이꺼이 헤쳐 가는 장본인의 체험과 그 눈길을 통해 여섯 편의 단편을 엮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실제 자신과 함께 처한 아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머니로서 어린이 독자가 주인공처럼 비슷하게 받은 상처를 헤아리며 치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숨통과 물길을 터주고 있다.

 

어른 독자의 경우는 아이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소망하고 나름의 견해를 문장 속에 녹이고 있다. 그 주제는 소통과 흐름이고 모성애와 따뜻한 교육에 대한 희망이다. 표제작인『딸꾹질 멈추게 해줘』는 영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딸꾹질을 계속 해대는 은별이의 이야기이다. 이 동화집 작품 중 작가의 주제 의식이 가장 많이 반영된 부분이다. 가족 간의 소통 단절과 아이의 바른 성장에 방해물이 된, 영어에 대한 맹목적인 엄마의 욕심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을 읽은 네티즌들은 북리뷰 평가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 한 네티즌(pinsoo)은 “호기심을 자극한 책 제목 때문에 아이가 읽어 볼 책인가 하고 책을 잡았지만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면서 “책머리에는 저학년동화라고 밝혔지만 어른들의 감수성을 깨우기에도 충분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네티즌(rubieyehan)은 “조카에게 책 사러 갔다가 만난 책이었는데 어른인 나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단편들이 많았다”면서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속 영어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고민, 가뜩이나 많은 학원을 다니는 내 조카와 학원 하나 더 보낸 언니와 마주 앉아 자녀교육에 대해 토론의 계기를 마련한 책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성부 시인은 “동화책이라면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만 쏟아놓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하고 아이들에게 정직을 이야기하면서 어른들은 세태에 대한 진실에 눈감거나, 눈 감게 하려는 습관적이고 이중적 모습으로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문하면서 “급격한 산업화와 경쟁 지상주의에 내몰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꿈꾸고 일구어가야 할 우리네 삶에 대해 진지하고 절실한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상건(시인. 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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