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신문과 교사들이 주도한 신문읽기 붐
박상건(언론학박사. 신문발전위원회 연구위원)
지난 31일부터 2일간 일본 고치현에서는 1천여명의 전국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활용교육)전국대회가 열렸다. 고치현은 산지가 80%에 달하고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인구 80만명에 불과하다. 이 지역의 일간지 교치신문이 NIE전국대회를 유치한 것은 요미우리 마이니치 아사히 산께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유력지와 함께 NIE추진위원회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치신문은 평소 8면에 불과하지만 타지역까지 여론을 미치고 NIE섹션발행과 학교신문 콘테스트 등을 개최하고 있다.
고치신문사
세계 3대신문 중 하나인 마이니치신문사
한국이나 일본이나 신문사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일본은 미디어교육에 대해서는 한마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그것은 세계 3대신문을 모두 소유한 일본의 저력이기도 하다. 세계 3대신문 중 하나로 400만부를 발행하는 마이니치는 NIE와 견학담당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견학 온 사람자들에게는 창간호부터 신문사 경영 일체와 편집과정을 모두 공개한다.
한국 견학팀을 맞아 일문일답 중인 마이니치신문사 환경담당부장, 주필, NIE담당부장(왼쪽부터)
일본 최초 신문, 세계 최초 가정배달, 기자실명제 실시, 점자신문 발행 등 갖가지 신기록을 가진 자부심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300명의 어린이 특파원을 선발해 기자와 함께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 등을 인터뷰하고 보도하는 신문을 발행한다. 일선 학교에 기자를 파견해 미디어교육을 담당하고 고교 교사들과 포럼을 만들어 미디어교육에 대한 커리큘럼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이러한 신문사들이 800억원의 기금을 모아 지원하는 행사 중 하나인 NIE전국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미디어강사들을 대상으로 공개수업을 하고 참관한 교사와 교수, 문부과학성 교과과정 개편 등에 참여한 관료 등은 다시 열띤 토론을 벌인다. 1박2일 폐회식까지 참석자들이 흐트러짐 없이 참여한 모습은 우리나라 여러 학회 세미나와 대조적이다. 공개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막힘없고 적극적인인 모습도 그렇거니와 교사, 관료, 교수가 거침없이 쏟아내는 논쟁도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NIE대회 총진행은 여고생이 맡고 토론 진행은 교수가 맡는다.
대회장을 가득 메운 전국의 교사들
이를테면, 교사가 현장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문부성의 교과과정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비판하자, 문부성 관료는 “정부는 긴 안목을 보고 교과과정을 만든다”고 말했다. 다시 교사는 “매년 문부성 홈페이지를 들어가지만 바뀐 것은 미디어교육 목적을 언급하는 부분에 몇 줄 덧붙인 것”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이에 교육학자인 동경대의 한 교수는 교사에게는 “현장에서 미디어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교과과정은 저절로 수정되고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정리했고, 문부성 관료에게는 교과개편과정 개편에 현장의 목소리를 생산적으로 반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부성 교과개편안의 미디어 학습지도안에 대한 교사의 비판적 발제가 진행 중이다
문부성 답변에 대한 현장 교사의 비판적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85년 처음 NIE를 실시했다. 한국은 85년 처음으로 NIE를 보도했다. 일본은 89년 신문협회 주도로 학교에 공문을 보내 NIE를 시작했다. 한국은 94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NIE도입을 건의했다. 일본은 신문사들이 일선 학교와 공동으로 목표를 정해 NIE를 실시한다. 한국은 부처를 먼저 선택해 신문사 중심으로 운영한다. 교사가 배제되고 교사는 매체 선택권에 대한 고민이 깊어간다.
일본신문협회. 건물 안에는 신문박물관과 NIE추진위원회가 있다.
일본 NIE추진위원회 사무국장(오른쪽)과 일선교사(왼쪽)
재밌는 사실은 일본 NIE 관계자들이 한국을 ‘NIE 선진국’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국대회에서 만난 일선교사들도 그랬고, 방문한 신문사 간부들도 그랬다. 학교와 가정에서 스크랩 과제가 일반화되고 가정과 학교 간 커뮤니케이션이 강하다고 믿었다. 특히 일본인의 인식을 굳게 만든 것은 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 때문이다.
고교생들의 공개수업 장면
공개수업 후 일선 교사와 교사, 언론인이 참가한 토론회 모습
신문광고를 통한 독특한 미디어수업 실험을 공개 중인 한 일본 교사
"일본은 광고에서 무엇을 가르치느냐? 한국에서는 과대광고를 찾아내거나 좋은 이미지의 광고사진을 보고 시를 써서 시화전을 연다"는 질문을 던진 최미정교사. 질문 후 발제자와 참석자들은 독특한 수업방식에 대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일본 언론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일본 학생들의 신문노트.
NIE대회를 대서특필한 일본 신문의 보도사례
이 자료에서 일본은 독해력부분이 2000년 8위, 2003년 14위, 2006년 15위로 밀렸다. 반면 한국은 6위, 2위, 1위로 상승세이다. 그들은 이 대회를 참관한 한국의 일행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물론 입시교육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필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일본은 신문읽기를 놀이문화로써 장기적 관점에서 신문과 친해지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한국은 일선 교사들에 의해 글쓰기와 단원이해를 돕는 부교재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NIE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신문사와 교육당국이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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