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상건의 섬과 등대이야기 62] 제2의 하룽베이를 꿈꾸는 섬, 관매도

섬과 등대여행/남해안

by 한방울 2008. 6. 10. 09:26

본문

낚시천국, 톳, 미역 따기 등 해양체험의 섬-관매도

 

 

솔숲에서 바라본 관매해수욕장. 그리고 멀리 서거차도 동거차도 섬 

 

154개 조각공원 같은 섬 가운데 8개의 천혜의 섬

관매도는 전남 진도 하조도 남쪽 약 7km에 있는 섬이다. 섬 면적 5.7㎢, 해안선 길이 17km. 섬에는 3개 마을이 있고 주민 3백여 명이 산다. 바닷가에 매화가 무성하게 자란다하여 관매도라는 불렀다고 한다. 또 관호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달 밝은 밤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섬 안에 비치는 달빛이 마치 호수 같다하여 ‘관호’라 불렀다고도 전한다.

 

 

경운기를 타고 포구에서 마을로 향했다  

 

아무튼 관매도는 실제 매화도 많고 호수처럼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다. 괴테는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사람에게는 사랑”이라고 노래했다. 만일 그이가 라인강이 아닌 섬에 태어났더라면 “하늘엔 별, 바다엔 섬”이라고 노래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바다와 섬에는 평화와 열정이 있다”라고. 특히 서남해안 조도군도는 바다의 조각공원처럼, 바다의 분재공원처럼 154개의 섬들이 있다. 파도가 일군 천혜의 섬들 가운데 관매도가 있다.

 

관매도는 TV 드라마와 영화 ‘천년학’의 배경이기도 하다. 관매도 볼거리는 ‘관매 8경’으로 요약된다. 관매 8경은 관매해수욕장을 시작으로 기암괴석의 무인도 방아섬, 돌묘와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 폭포, 다리여, 하늘담(벼락바위) 등을 말한다.

 

서거차도 쪽으로 지는 관매도의 노을 

 

하얀 백사장을 기어가는 조개와 고동 그리고 노을과 해송 숲

관매해수욕장은 자잘한 모래와 갯벌이 적당하게 어우러져 신발을 신고 걸어도 빠지지 않는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백령도 사곶해변을 빼닮았다. 그런 해변이 동서로 3km에 이른다. 툭 트인 청정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런 천국은 없다. 바다가 깊지 않고 완만하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따금 고운 모래밭에는 조개가 키를 세운다. 고동과 게가 길을 내며 기어간다. 그 풍경을 보면서 문득, 문태준 시인의 ‘맨발’이라는 시를 읊조리게 됐다.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이라는.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라는. 길거리를 헤매며 사는 남루한 삶이, 움막 같은 집을 나서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어디 조개뿐이랴.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이처럼 길 뜬 삶에서 나를 반추하는 일이다. 그렇게 저문 바닷가 저편 서거차도 쪽으로 노을이 진다. 우리 일행을 다시 수채화 속에 그려 넣고는 적멸의 시간 속으로 빠지게 했다.

 

관매도는 작지만 예술적이면서 유서 깊은 섬이다. 바닷가에는 200년산 안팎의 해송이 병풍을 치고 있다. 물놀이하다가 햇빛가리는 쉼터로 제격이다. 자그마치 3만평에 이른다. 수런대는 대숲처럼 하늘 높이 기지개를 켜는 해송이 있는가 하면, Y자 모양의 새총처럼 서서 바다를 삼각앵글로 만들어주는 소나무도 있다. 또한 세월을 물고 꼬불꼬불 휘어져 허공으로 길을 내는 해송, 이름 모를 잡풀과 넝쿨더미를 불러 모아 서로 온몸 비비꼬면서 처 올라가는 삶의 아름다운 화두를 던져주는 소나무도 있다. 이런 해양환경이야말로 인문학적 상상력의 날개를 펴면서 무한한 스토리를 계발하고 생태체험을 학습할 수 있는 섬과 문화의 장인 것이다.

 

섬아이, 도시 조무래기들이 함께 물고기 잡고 톳과 미역 따기

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는 이러한 섬 환경을 되살려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는 섬사랑시인학교(학교장 송수권 시인) 여름캠프를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갖는다. 특히 동고차도 서거차도 등 낙도분교 어린이를 초청하여 도시에서 내려간 조무래기들과 함께 촛불시낭송, 해변백일장, 민요감상, 무인도 탐사, 등대기행, 조개캐기, 낚시체험, 톳과 미역따기 등 해양체험과 추억 만들기의 마당을 만들어 줄 예정이다.

 

그렇게 해송 숲의 오솔길은 걷는 그 자체만으로 삼림욕을 하는 셈이다. 숲길에 이어지는 유채와 마늘 밭두렁을 가로지르면 색색의 마을 지붕 위로 쌍떡잎식물 상록수 후박나무가 드리워져 있었다. 평화, 그 자체인 이 후박나무는 800년산 천연기념물 212호이다. 여기까지가 관매 제 1경 풍경이다.

 

해안가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멍게와 해삼 

 

 

제2경은 방아섬이다. 남근바위라고도 부른다. 남자의 상징처럼 바위가 솟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아이를 갖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런 전설의 바위섬이 거문도 백도에도 있다. 제3경은 ‘돌묘와 꽁돌’이다. 하늘장사가 묻혔다는 묘와 두 왕자를 뜻하는 꽁돌이 있다. 설악산 흔들바위보다는 작지만 그런 원리의 둥근 돌 하나가 절벽에 딱, 멈춰 서있다. 불현듯, 광주항쟁을 은유한 81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바윗돌’이 파도소리에 스쳐 지나갔다.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한 맺힌 내 가슴 부서지고 부서져도/저 하늘 끝에서 이 세상 웃어보자~~”라는...

 

그렇게 파도가 물보라 치는 관매도 감상 길은 제4경 ‘할미중드랭이굴’에 이르렀다. 드랭이는 전라도 사투리로 뱀장어처럼 생겨서 논에 서식한다. 비오는 날이면 할미도깨비가 나온다는 바위굴로 길게 이어진 굴이 나오고 횃불을 들고 들어가면 산소가 부족해 저절로 꺼진단다. 제5경 ‘하늘다리’는 바위섬을 칼로 자른 듯 둘로 나뉘어있다. 두 섬 사이 3m 안팎이다.

 

칼로 자른 듯이 두동강 난 섬. 그 사이는 3미터 정도이다.

 

돌묘와 꽁돌 

 

제6경 ‘서들바굴 폭포’. 바위섬 안에 성굴(聖窟)바위가 있는데, 나중에 ‘서들’로 불린 듯하다. ‘바굴’은 바위를 뜻한다. 예로부터 피부병 치료에 좋다고 소문난 폭포수가 있다. 제7경 ‘다리여’는 변성암 입자가 물결무늬로 층층이 결을 이룬다. 가까이서 보면 바위섬 가운데가 오목하게 파였다. 특히 이곳은 자연산 돌미역, 톳, 돌김, 우뭇가사리가 풍부해 썰물 때 체취체험을 할 수 있다. 제8경은 ‘하늘담’로 벼락바위라고도 부른다. 벼락 맞은 듯이 섬 한쪽이 깎여 있는 섬이다.

 

섬 전체가 낚시천국, 전라남도 ‘제2의 하룽베이’ 구상

이런 관매 8경에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이 섬 주변이 죄다 어족의 산란장이라는 점이다. 강태공들이 사계절 관매도를 찾는 이유이다. 섬 전체가 낚시 포인트이다. 봄부터 여름은 난류성 어류가 모여들어 주로 감성돔, 농어, 도다리, 숭어가 잡힌다. 겨울철은 흑돔, 노래미가 잘 잡힌다. 미끼는 갯지렁이와 멸치, 새우를 사용한다. 고기가 잘 낚이는 수심은 30m 깊이.

 

요즈음 관매도 앞바다에 주로 잡히는 감성돔, 농어, 숭어 

 

 

감성돔을 회질 하는 답사팀 일원(칼질하는 사람은 진짜 칼잡이다. 광화문 유전참치 정훈 실장)

 

이런 자연 환경 때문에 관매도 사람들의 생업은 주로 바다에서 낚시와 그물작업을 통해 멸치와 조기 등을 잡는다. 아낙들은 해안가에서 김, 미역, 톳, 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한다. 천혜의 섬이다 보니 특산물은 자연산 돌김과 미역, 갓 잡은 감성돔과 농어, 민어 등 활어이다. 섬 안에 낮은 구릉지가 있어 쌀·보리·콩․고구마, 꽁지마늘, 대파, 무 등을 생산하기도 한다.

 

한편,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가족들과 함께 관매도에 휴가 왔다가 흠뻑 반했다고 한다. 여행 도중에 만난 박 지사에 따르면 관매도를 비롯하여 남서해안 섬들을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 중이라는 것이다. 서남해안 일대를 유람하는 섬 크루즈 관광 등 세계 곳곳의 여행객을 유치해 테마여행의 패키지 여행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값싼 동남아 여행의 아류가 아닌 최상급 고급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섬 안에서 편의시설과 문화 공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와 생태환경이 조화를 이룬 품격의 섬 휴양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행객의 가치만큼 우리나라 섬의 가치도 고급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지사는 그렇게 친환경적인 섬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베트남 하룽베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서남해안 섬 절경 상품을 전라남도 상징사업인 섬 관광벨트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아섬

 

다리여 

 

아무튼 관매도 여행은 우리 섬의 가치와 한국 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곱씹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 우리나라는 개항108년을 맞았다. 일본은 섬에 등대를 세워 우리나라를 침략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할 것 없이 강대국들은 등대를 이정표로 삼아 한국에 쳐들어왔다. 유난히 섬이 많아 등대가 많은 섬이 관매도 일대의 서남해안 섬들이다. 섬은 역사의 현장이면서 인류의 마지막 보고이다.

 

그래서 올 여름에는 섬으로 떠나보자. 그곳에 역사와 문화, 해양생태에 대한 귀중하고 아름다운 체험을 해보자. 체험 없는 여행은 속빈강정이다. 참 존재와 가치를 찾는 일이 여행의 진정한 의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섬이 우리를 부르는 이유이다.

 

○ 관매도로 가는 길

1. 고속버스: 서울 강남터미널→진도 버스터미널→팽목항→조도(관매도)

2.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목포IC(2번 국도)→해남문내면(18번국도)→진도대교→팽목항→조도(관매도)

3. 진도 팽목항 정기여객선: 진도-조도 6회, 진도-관매도 직행 3회 운항.

4. 배 시간 문의: 팽목항 매표소(061-544-0833) 어류포항 매표소(061-542-5055)

 

○ 섬 안에서의 편의시설

1. 섬 안에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승용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도보로 이동해도 불편하지 않는 섬이다.

2. 섬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배를 빌려 탈 경우는 인원에 관계없이 2시간 정도에 10만원이다. 민박집은 성수기에 5만원. 섬 안에는 현금인출기가 없다. 반드시 현금을 지참해야 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