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 “국익이 서로 맞으면 서로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창조적 실용주의’라고 덧붙였다. 실용주의는 ‘불필요한’ 명분보다는 실질적 필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럼, ‘불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통령은 그 불필요성을 걷어내기 위해 ‘아침형 행정’, ‘공직자 머슴론’ ‘현장행정’을 강조했다. 미디어는 ‘아침형 지도자’ 등장으로 ‘얼리 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 증후군’이 생겼다고 보도하고, 일선 공무원들은 ‘어리버리’하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분당, 일산, 의정부, 포천 등지에서 출근하는 공무원들은 종합청사 인근으로 이사를 생각하거나 별도 숙소를 마련했다고 전한다. 국무회의 시간이 오전 8시로 앞당겨지면서 지난 10일 공정위(7시), 기획재정부(7시 30분), 지경부(7시 30분), 11일 금융감독원(6시), 12일 지식경제부(6시) 등 훨씬 이른 아침에 대통령 업무보고와 장관 주재 간부회의를 가졌다.
장관이 8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국장과 과장들은 2시간 전까지 보고서를 챙겨야 한다. 물론 실무는 사무관 이하 몫이다. 그래서 일산에 사는 어느 맞벌이 공무원은 새벽 6시 네살배기 딸을 깨워 종합청사로 출근한다. 잠이 덜 깬 아이를 데리고 7시 어린이집에 도착해 모든 아이들을 한데 모아 놓은 후 교사들이 출근하는 8시30분에 각 반으로 보낸다. 이는 종합청사 어린이집의 경우이고, 사립에 애를 보내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8시30분 이후 문을 연다. 한 공무원은 “지난해 을지훈련 비상이 새벽 5시에 걸려 새벽에 애를 보듬고 이웃 집 초인종을 눌러가며 애를 부탁했었다”면서 걱정이 대단했다.
미디어는 변화 연장선에서 연일 공무원 구조조정 회오리를 보도한다. 정권 초기마다 되풀이 된 보도형태이지만 여론재판 징후가 강하다. 그리고 모든 공무원이 철밭통은 아니다. 이맘때면 전문성과 성실성에 관계없이 직렬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불안에 떠는 사람도 많다. 구조조정은 전체 사회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물론 공무원뿐 아니라 우리사회는 변해야 한다.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새로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대통령의 창조적 실용주의는 이런 한 세계를 향하여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의사소통과 변화를 통한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지향일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고정관념과 관행의 장애물은 견고하다. 기득권 뿌리가 너무나 깊다. 과연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제2의 이명박 신화가 가능한 공간인가. 대통령은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입사 12년 만인 35세에 현대건설 사장이 되었다. 그래서 샐러리맨의 신화이다.
그런 변화가 모든 사람의 희망이다. 희망은 가능성에 대한 정열이다. 그 정열이 지향하는 행복은 스스로 창조해 자신이 초고의 순간에 몰입하는 순간을 말한다. 그런 행복이라면 누구나 콧노래 부르며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며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면서 7.4제(7시 출근, 4시 퇴근)를 단행했었다. 당시는 필요한 시간을 더 보태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시간을 없애라는 내핍경영이었다. 그러나 일찍 출근해봐야 공무원이 9시에 출근한 탓에 업무는 겉돌았고, 야근수당이 사라진 회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배고픈 실용주의였다.
따라서 95만 공무원의 문제는 이제 577만명의 비정규직 문제와 동일한 선상에서 고민해야 한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문제를 포괄한다. 1870년대 등장한 실용주의(pragmatism)는 기존의 관념 즉 표상, 상념, 의식에 ‘실험’을 가해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실험할 수 없는 것은 무의미하다. 1980년 앨빈 토플러는 ‘제3물결’에서 프로슈머가 미디어 환경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가 결합어이다. 소비자가 생산과 소비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시대이다. 미디어 역시 위키피디아 처럼 소비자(이용자)가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한다. 이러한 경향은 신문의 오피니언 지면확대, 독자가 직접 총선 현장취재, 독자권익위원회 등 신문제작 현장에도 참여한 형태로 나타난다. 쌍방향 의사소통에 의한 시민저널리즘, 실용주의의 실천이다.
이러한 모습으로 모두가 주인 되는 아름다운 동행 길에 미디어가 가교자로 의제설정과 상관조정 역할을 충실히 할 때이다. 정책과 제도의 성패는 여론여과기능에서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가장 정직하고 경제적인 정책은 미디어가 얼마나 실용적으로 작동하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박상건)
섬에서 버리고 비우기 (0) | 2008.07.14 |
---|---|
봄비 내리는 날, 그 바다가 그립고 (0) | 2008.03.23 |
섬이 고프다. 도시의 섬이 된 방랑자는.... (0) | 2008.03.08 |
경칩에 쓰는 낙서 (0) | 2008.03.05 |
재래시장에 움트는 봄의 생명력 (0) | 2008.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