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의 난생 처음 서울 나들이
맨유 축구경기, 청계천, 언론사, 캠퍼스, 놀이동산 체험
지난해 이어 섬 분교 아이들이 서울 나들이 길에 나선다. 섬에서 사선이나 정기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와 읍네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서울로 가는 광역시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마침내 서울로 오는 여정. 아이들에게는 서울을 향한 부푼 꿈이지만 아직도 섬아이들이 서울로 오는 길은 ‘멀고 험한 길이다’.
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소장 박상건)와 서울여자대학교(총장 이광자)는 ‘제2회 낙도분교어린이초청 수도서울교육행정언론문화체험’ 행사를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동안 실시한다.
정든 아이들과 헤어지며 우는 행사 도우미 서울여대 학생들
청산초등학교 여서분교는 제주도 추자도 위 망망대해에 있는 외딴 섬 여서도에 있다. 파도의 정도에 따라 배가 포구로 들어가기도 하고 뱃머리를 돌려 되돌아가야 하기 일쑤이다. 그래서 객지에 나가 있는 가족들이 명절에 섬을 찾을 때 운 좋게 고향 섬을 밟기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방파제에서 애태우는 가족들과 손을 흔들며 만나자 이별을 경험하곤 한다. 지난해 행사 때 이 머나먼 섬 여서도 아이들을 초청했지만 풍랑주의보에 발이 묶여 끝내 육지로 나오지 못해 행사 내내 안타까운 그 아이들의 얼굴만 가슴에 묻어야 했다.
난생 처음 가는 서울, ‘제발 바람아 멈추어 다오’
2학년 주훈이는 “작년에도 파도 때문에 못 가서 ‘제발 날씨야 좋아라’며 매일 기도하면서 서울 갈 날만 기다리며 달력에 가위표를 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5학년 민욱이는 기차를 처음 타게 된다는 생각에 들 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교 학생들은 모두 대절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오지만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는 여서도 아이들은 여객선, 고속버스, KTX를 번갈아 타며 서울로 오는 추억의 여행을 하게 된다.
민욱이는 “난생 처음 서울에 가 보는 것인데 뱃살을 빼서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날렵하게 보여야 해요?”라면서 날마다 학교에서 방파제 등대가 있는 곳까지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단다. 여서분교 유일한 소녀 2학년 은빈이는 예쁘게 보이려고 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후 어느날 교실에 나타나 ‘선생님 나 예뻐요?’라고 물어왔다는 것인데, 김은 선생님은 “아이들이 이번 서울여행에 얼마나 부푼 꿈을 꾸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언니들과 헤어지며 싫다고 우는 섬 아이
전국 대회 휩쓴 분교 풍물패 아이들, 캠퍼스에서 축구장에서 기량 뽐낸다
이번 서울 나들이에는 보길동초등학교 예작분교 전교생 6명도 온다. 보길도는 4년 전 섬사랑시인학교 보길도 여름캠프를 열었던 곳. 이성부, 유안진, 오세영, 나태주, 허형만, .이은봉, 이정록 시인 등 시인 30과 회원 160명이 참여한 가운데 윤선도의 시심과 운치 있는 바닷가의 추억을 일구었던 잊을 수 없는 섬이다.
그러한 추억 탓에 이곳 섬 학생들을 초대하고자 예작분교생을 초대했으나 학내 다른 일정과 겹쳐 이제야 서울 길에 오르게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이 섬은 바다에서 톳을 뜯어 끼니로 때우고 돛단배를 타고 하루 걸려 당도하는 해남 땅을 오가며 볏단을 사와서 초가지붕을 얹고 겨울나기 해야 했다.
그래서 섬 앞 바다에서 거센 파도를 만나 목숨을 잃기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험한 세월을 살아온 섬사람들은 전복 양식과 톳 생산으로 이제는 먹고 사는 일에 버거워하지 않는 또 다른 삶을 개척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몇 명 안 되는 전교생 수이지만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섬사람들의 지혜와 슬기를 배우고 풍물에 담아 전승 중이다.
“뚫어라 뚫어라 물구녁을 뚫어라, 솟아라 솟아라 맑은 물만 솟아라, 예작도는 미역이랑 전복이랑 톳도 따고, 예작분교 소리터 우리 한번 놀아보세….”
전교생 6명으로 구성된 예작분교 사물놀이팀 ‘소리터’는 전국학생풍물경연대회에서 금상과 특별상을 받았고 세계사물놀이대회에서 인기상, 전남도교육청의 남도전통문화자랑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송창신(여) 분교장과 송삼섭, 최진희(여) 교사 등이다. 방과 후 바닷가에서 다시마와 톳을 말리는 부모님의 일손 돕고 학교에서 서너 시간씩 풍물 연습까지 하며 도시의 어느 아이들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제는 전국에서 초청받는 인기 만점의 섬마을 아이들이 되었다.
특히 3가지 이상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아이들은 정고운(8) 정대운(10), 이화현(9) 이동현(11), 정다훈(10) 정다슬(12) 등 오누이들로 구성된 전교생이다. 그래서 호흡도 잘 맞고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마음이 통한단다.
방송국 견학 때 연예인과 기념촬영한 섬 아이
작은 섬이지만 풍요로운 삶,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이번 서울 나들이에는 진도군 조도라는 섬에 딸린 가사분교 18명의 아이들도 온다. 해안선 길이가 19.5㎞에 이르는 작은 섬인 가사도는 섬 동북쪽으로 간석지가 발달하여 제방을 막아서 농경지와 염전으로 활용하고 작은 땅에서는 고구마와 콩·마늘·유채 등을 소량으로 생산한다. 바다에서는 장어와 멸치를 잡고 미역과 톳을 양식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섬마을이다.
캠퍼스 투어 때 대학강의실에서 교수님 수업받는 아이들
안개주의보가 내린 가사도 등대로 섬 답사를 갔다가 인연을 맺은 가사도 아이들은 유난히 밝고 활동적인 모습이 특징이다. 가사도와 직선거리로 정기적으로 도선이 첫 개통되는 날 에 아이들은 첫 서울나들이에 나서는 행운을 가졌다. 목포와 진도를 돌아오던 정기여객선이 오지 않는 날에는 인근 포구에서 개인 배를 타고 섬을 다니던 아이들에게는 고향 섬의 길이 열리고 그날에 서울 나들이까지 하게 되었으니 더없이 기쁠 수밖에 없다.
1학년 민경이, 지원이는 “놀이동산에 가서 재밌게 노는 꿈을 몇 번씩 꿨다”고 했고, 6학년 상규 정원이 채원이는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 데 맨유 축구경기를 볼 수 있어 너무 가슴 셀렌다”고 말했다.
지난해 낙도분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청와대 방문
이들 40명의 낙도 어린이들은 첫날 서울여대 캠퍼스를 구경하고 곧바로 상암월드컵 경기장으로 이동해 맨유 초청 축구경기를 관람하며 평소 연습한 풍물로 열심히 응원도 한다. 다음 날에는 숙소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기상해 북한산을 오르고 4.19기념탑을 돌아본 뒤 시청광장과 청계천을 둘러보고 이곳에서 공연도 할 예정이다.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아이들
그리고 언론사를 견학하고 놀이동산으로 이동해 마음껏 서울 나들이의 꿈을 펼쳐볼 예정이다.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서울 나들이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을 발표한 뒤 푸짐함 상품을 받고 기차와 대절버스로 나누어 타고 저마다 떠나온 섬으로 돌아간다. 도시민은 섬으로 찾아가고 섬 아이들은 언제든지 수도서울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원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낙도분교 아이들을 우선으로 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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