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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필리핀 국민 심금을 울린 우리 가락과 춤사위

섬과 등대여행/섬사람들

by 한방울 2007. 7. 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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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한국 전통 가락과 춤사위가 펼쳐진 필리핀 리잘파크 야외 콘서트홀

무용가 천명선 100회 공연장에서 함께 선보인 대금, 거문고, 가야금, 경기민요


 필리핀 영웅 리잘을 기념하는 리잘파크 


18명의 공연단 밤비행기에 몸을 싣다

지난 6월 29일 밤 8시 인천공항. 필리핀 초청 “한국전통 무용의 밤-‘천명선의 춤 세계를 향한 디딤’”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위해 무용가 천명선과 경기민요의 대명사가 된 김명순 예술단, 대금연주자 문동옥 선생, 거문고 연주의 이형환(중앙대 교수), 태평소 및 장고의 한상일(동국대 교수), 유민기획의 강유민 대표 등 18명이 필리핀행 밤비행기에 탑승 중이었다.

 

자정이 되어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현지 호텔에 여장을 푼 공연단은 30일 아침부터 콘서트홀에서 리허설 준비로 온몸에 땀이 범벅이었다. 필리핀의 시인이자 독립운동의 영웅 리잘을 기념하기 위한 리잘 파크는 우리나라 용산전쟁기념관처럼 가장자리에 호수와 리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두 명의 군인이 현충탑을 호위하고 있다. 기념비 뒤편으로 야외콘서트홀이 자라잡고 있다. 이곳에서 공연팀은 4시부터 리허설 중이었는데 전통악기 소리에 산책 나온 필리핀 현지 가족과 시민들이 하나 둘씩 콘서트홀로 찾아들기 시작했다.

 한국 전통가락과 천명선의 춤공연을 알리는 포스터를 보고 있는 필리핀인


공연은 저녁 7시 현지 방송 PD의 큐(Q)사인과 함께 여성 MC가 출연진을 소개하면서 막이 올랐다. 녹화준비에 비지땀을 흘리던 국영방송(ch4) 스탭들도 분주해졌다. 이날 한국 공연단을 촬영한 국영방송의 프로그램 이름은 ‘Concert At the Park’.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방영되는 우리나라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 같은 프로이다. 특히 천명선의 이번 100회 공연은 7월 7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녹화방송과 재방송을 반복하고 16개 지역 케이블방송, 하와이 등지에도 방영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의 첫 연주자로 나서 우리 전통 천년의 소리를 들려준 대금산조의 문동옥 선생과 한상일 교수. 

 

 아름다운 야외 콘서트장에서 선보인 우리전통춤 선녀무. 현지 방송의 큰 주목을 끌었다.

 

한국 전통무용의 밤에서 선보인 우리 전통 무녀춤


오늘 속에 젖어가던 대금산조와 천명선의 춤사위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무용가 천명선씨는 공연 배경에 대해 “한때 잘 사는 필리핀이었지만 지금의 필리핀은 한국의 60~70년대 모습 같다. 몇 번 필리핀을 방문했지만 이런 모습에 마음이 애절하고 무언가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면서 “그러던 차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참전용사들에게 보답하고 양국의 우호 관계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첫 프로그램은 문동옥 선생과 한상일 교수의 대금산조였다. 자연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은 대금산조는 이국의 노을빛에 빨려 들어가며, 댓잎이 파르르 떨리듯이 흐르는 우리 전통 천상의 소리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동포들은 향수에 취하고 대부분 식민지 경험과 유민의 아픔을 안은 아시아인들은 동양의 한(恨)어린 가락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멋스러운 교방무

 

이어 천명선 선생의 교방무가 7분 40초 동안 숨죽이며 펼쳐졌다. 말 그대로 교방(敎坊)에서 춘 춤으로 즉흥성을 겸비하면서도 고도의 기량이 필요한 춤이다. 춤사위에는 우리네 한(恨)과 흥, 멋, 태가 갖추어져 있다. 무대 바닥에 발바닥을 끌면서 자유자재로 추는 춤은 차분하면서도 끈끈하고 섬세하며 애절한 면이 돋보였다.

 

화사한 한복과 화려한 경기민요 


이어 김명순 예술단(이옥순, 이순경, 강은숙, 황진경)이 화사한 한복차림으로 무대에 나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단아하고 화려한 매무새만큼이나 맑고 활기찬 대장금 주제가 ‘오나라’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도 한류 영향 탓인지 손뼉장단을 맞추며 흥겨워했다. 이어 뱃노래가 이어지자 또 다시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었다.


무대와 관객이 하나로 신명나는 한국 가락과 춤사위

그렇게 서서히 공연이 무르익어가면서, 이몽룡과 춘향이가 서로 정담을 나누는 것을 노래한 천종희씨의 가야금병창, 김명순 예술단의 경기민요, 수수하면서도 웅장하고 막힘이 없는 남성적인 절제미를 연주한 이형환 교수의 거문고 산조가 이어졌다.

 

이형환, 한상일 교수의 거문고 산조 


다시 등장한 무용가 천명선은 가장 한국적 산수와 서민의 풍속과 정서를 담아냈다는 무당춤과 선녀춤을 선보였다. 김명순 예술단은 사물놀이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을 같이 하면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이날 경기민요와 사물놀이 장단 때마다 방송 스탭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에 취해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 사물놀이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에 출연진들이 다시 나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공연이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박수소리와 함성이 이어졌다. 무대에 잇던 천명선은 “처음부터 다시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공연 매너와 신명난 출연진들의 몸동작에 스스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객석에 만난 필리핀인 왕만창씨는 “공연이 매우 흥미롭고 컬러풀한 의상이 매력적이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한국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유민기획 강유민 대표는 “한국 전통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 아주 특별하고 뜻 깊었던 무대였다”면서 “특히 현지인과 한국인들이 신명나는 모습에서 이번 공연에 대만족하고 이번 여세를 몰아서 천명선 선생님의 8.15기념 공연을 일본에서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팀은 행사관련 모든 사진촬영을 현지인 장애우 요셉(40)씨에게 의뢰했는데, 이유인즉슨, 그는 스스로 이번 한국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시내 곳곳에 포스터를 부착하며 한국전통공연을 곳곳에 알리고 다녀 출연진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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