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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낙도어린이들의 웃음과 눈물 담은 서울체험기

섬과 등대여행/섬사람들

by 한방울 2006. 9. 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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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섬그늘에..굴 따러 가면..'

 

어릴 적부터 난 이 노래를 좋아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어느 새 눈 앞에 깊고 푸른 바다가 그려진다.

서울에서 태어나 내내 서울에서 자란 나지만 푸른 바다를 떠올리면 왠지 모를 마음의 평온함과 아득한 향수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잔잔한 바다...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망망대해가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바로 그 아름답고 푸른 바다를 닮은 8명의 어린이들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찾았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섬문화연구소, 서울여자대학교, 한국시인협회가 주최한 '제1회 낙도분교 어린이 서울 초청행사'가 3박 4일의 일정으로 치러졌다.

 

초청을 받은 낙도 어린이 8명은 지난 3일 동안 서울의 중심문화라고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체험해 보았다. 신문사와 방송사를 견학하고 서울의 명물인 청계천과 시청광장도 구경했다. 또, 대통령이 살고있다는 청와대도 가보았다.

서울여대에 방문해서 캠퍼스도 거닐어보고 예쁜 언니, 누나들과함께 도자기도 직접 구워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낸 8명의 아이들.

무엇이든 호기심에 가득찬 아이들인만큼 눈코뜰새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 새 21일, 마지막 날이다.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할 곳은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것임에 틀림 없는 '놀이공원'으로 결정됐다.

 

비록 3일 간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가기 전에 만나볼 마지막 기회인 오늘(21일)은 놓치지 않고 서둘러 아침부터 동행길에 올랐다.

 

버스에 동승하자마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눈동자가 하나둘씩 들어온다.

처음보는 나에게도 낯가리지 않고 '안녕하세요' 똘망똘망하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

외딴 섬에서 많게는 전교생 8명, 적게는 덜렁 혼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아이들의 첫인상은 사교성과 명랑함이 넘쳐 흘렀다.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녀석. 조기흠(신지동분교 1년 /모황도 거주)

이때까진 참 얌전해 보였던 기흠이. 알고보면 귀여운 장난꾸러기다.

얼마 전 완도 미용실에서 엄마가 귀를 뚫어주셨단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왼쪽 귀에 멋진 귀걸이까지 달고온 은근 센스쟁이다.

 

 

새침한 듯, 밝은 듯, 그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갖고 있는 발랄함을 지닌 김수현(횡간분교 6년/횡간도 거주), 장현지(횡간분교 3년/횡간도 거주) 이동 내내 노래에 맞춰 손바닥을 마주치는 놀이에 푹 빠져있는 모습에 저절로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손바닥놀이삼매경 중인 수현이와 현지에게 인사를 건네자 들뜬 목소리로 까르르 웃는다.

 

"현지야, 서울오니까 어땠어? 서울이 좋아 아니면 섬이 더 좋아?"

"서울이 더 재밌어요. 근데요 나쁜 점도 있어요. 공기도 안좋고요~깡패도 많고요~납치범도 많아서 무서워요. 그리고 왕따도 많잖아요"

"현지네 학교는 왕따 없어?"^^

"우린 그런 거 없어요~다들 친해요~"

 

그런데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현지가 기자의 치아교정기를 보고 대뜸 묻는다.

 

"언니 근데 이빨에 그게 뭐예요?"

"응...? 이거? 저기...치아교정기"

"그게 뭔데요? 언니 이빨 잘 안닦았서 그러죠?"

"응..? 으응....그러니까 너희들은 양치질 잘해야해" -.-;;

 

순간 머쓱해졌지만 치아교정기를 보고 신기해 하는 아이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미소공주 주혜림(군외 분교 1년/백일도 거주)

무엇을 물어봐도 수줍은 듯 '몰라요..."라는 말로 일관하며 배시시 웃는 혜림이.

섬과 서울 중 어디가 더 좋냐는 물음에 역시나 배시시 웃으면서 수줍게 '섬' 이라고 대답한다. 오빠와 함께 바닷가에서 파도를 맞으며 수영하는 게 재미있단다.

"서울은 재미없어?" 라고 묻자..또다시..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몰라요...."

 

 

이때 어디선가 조그마한 노랫가락이 들린다.

 

"짠짠짠~하게 하지 말아요~잘 가요 안녕 내 사랑~"

 

 

노래를 좋아하는 김수민(횡간분교 1년/횡간도 거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예쁜 목소리로 내내 노래를 부르던 수민이.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동요부터 최신 가요, 트로트까지 모두 소화~!!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장윤정이라고.

평소엔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수민이지만 노래를 할때만큼은 그 어느때 보다도 자신있고 즐거워보인다.

 

 

"나도 노래 잘하는데~내가 노래 더 잘할 수 있어요~!!!"

 

 

무조건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칭 만능맨! 넉살좋은 개구쟁이 최진환(모도 분교 2년/모도 거주) 진환이는 선생님과 둘이서만 공부하는 모도 분교의 유일한 학생이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없어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학교가 좋단다.

 

 

"진환이도 노래 잘해?"

"네!"

"그럼 한 번 불러 봐"

"음....."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쑥스러운 양 고개를 빼던 진환이.

잠시 후 조그마한 목소리로 웅얼웅얼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래 제목은 '파워레인저'라고.

 

"와~진환이 노래 잘한다. 그럼 가수가 꿈이야?"

"아뇨, 노래는 잘하는데요~꿈은 우주비행사예요!"

"왜 우주비행사가 되고싶은데?"

"우주비행사는 달에도 가고 우주도 가니까 재밌을 것 같아서요"

"진환이가 사는 섬보다 더?"

난감한듯 잠시 망설이던 진환이가 입을 열었다.

"음..섬도 재밌는데요~그래도 우주가 쬐금~더 재밌을꺼 같아요"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놀이동산에 도착했다.

 

 

 

 

먼저 잘생긴 주혜성(군외분교 3년/백일도 거주), 귀여운 주혜림 남매의 기념촬영.

혜성이와 혜림이가 다니는 군외분교는 이들 남매가 전교생이라고 한다.

 

 

 

 

6학년 맏형답게 늠름하고 의젓한 장효민-오른쪽-(횡간분교 6년/ 횡간도 거주)

수민이, 현지, 수현이등 횡간분교 후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낙도 어린이들 모여라~ 깜찍한 단체사진.

 

 

 

 

왼쪽 눈두덩이가 빨갛게 부은 기흠이. 혹시 눈병이나 다래끼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범인은 글쎄 '모기'란다.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그저 지켜보기만해도 천진난만함이 묻어나 나에게까지 아이들의 '천진난만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기분이었다.

 

 

'카메라 똑바로 봐야지~' 의젓한 6학년 맏형 효민이와 눈이 예쁜 혜성이.

 

 

그러나 제 아무리 의젓한 맏형이라도 가끔 이렇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아이들. 진환이와 기흠이의 꼭 잡은 손이 야무지다.

 

 

씩씩하고 늠름해보이는 효민이. 하지만 의외로 말수도 적고 쑥스러움도 많이 탄다.

 

 

"재미 하나도 없었어요~해골만 나오고 무섭기만 했어요~"

신밧드의 모험을 타고 너무 무서웠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수민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선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 신장 측정~자신있게 도전! 그러나...

 

 

'이런~아슬아슬하게 딱 걸렸네" 제한 신장 122cm에서 조금 모자란다. 

 

 

결국 어린이용 관람차를 타는 저학년 아이들. 안타깝지만 다음에 서울 올 때까지 쑥쑥 자라있기를 바랄께.

 

 

 

'너희들 손에서 땀 안나니?'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절대 손을 놓지않는 단짝 진환이와 기흠이다.

 

 

'무서워요~' 겁이 많은 수민이 오늘 연신 울음이 터진다. 그래도 노래할때 만큼은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가수의 끼를 타고 난 것 같다.

 

 

 

 

아르바이트생이 뿌려주는 비누방울을 보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 일을 하던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를 주었다.

 

 

 

 

'벌써부터 아이들과 헤어질 일이 걱정이예요'

아이들은 3박 4일동안 서울여대 홍보대사인 4명의 '바롬이' 언니, 누나들과 일정을 함께했다. 아이들은 친언니, 친누나처럼 바롬이들을 잘 따랐고 바롬이들 역시 아이들을 친동생처럼 잘 보살펴주었다. 바롬이들은 아이들이 첫날 자신들의 이름을 다 외운 것을 보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고. 그리고 아이들 대부분이 편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슬하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더욱 애정을 주고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았다.

서울에 온 만큼 아이들은 먹고싶은 것 갖고싶은 것등을 사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서울에 다녀와서 버릇이 없어졌다"라는 말을 안듣도록 제재할 것은 확실히 하며 진실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했다.

 

 

 

어느덧 떠나기 전 마지막 기념 촬영. 예쁜 머리띠를 한 공주님들.

 

 

 

개구쟁이 기흠이와 진환이는 공놀이에 여념이 없다.

 

 

즐거운 점심시간. 역시 아이들답게 탕수육, 볶음밥보다 짜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이제 점심을 먹고나면 서울을 떠나 각자의 집으로 가게된다.

 

 

'서울의 추억을 뒤로하고....'

드디어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용산역에 도착한 아이들.

효민이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헤어지기 전, 섬문화연구소 박상건 소장과 바롬이 언니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아이들.

이 순간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언니들 잊어버리면 안돼~우리 이름 다 기억하지?'

'언니 이름은 전민지, 또 언니는 박은진, 여현민, 가하영.......'

 

 

아쉬운 작별의 시간. 3박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바롬이들과 정이 흠뻑 들은 아이들은 이별의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다.

 

내내 방글방글 웃던 미소공주 혜림이도 이제야 이별이 실감이 나는지 울음을 터뜨린다.

 

 

'언니 헤어지기 싫어요~'

 

 

 

'누나 우리 섬에 꼭 놀러와요~내가 광어랑 갈치랑 다 잡아줄 수 있어요'

 

 

유난히 누나들을 잘 따르던 효민이는 정작 헤어질 때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애써 담담한 척 하려는 표정이 효민이의 마음을 잘 말해주는 듯 하다.

 

 

 

'아쉬움에 눈물만...'

 

 

 

 

'다시 만날때까지 안녕'

떠나는 아이들도 보내는 바롬이들도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삼킨다.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역시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들 덕분에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직접 만나본 낙도 아이들...

 

장난꾸러기 기흠이, 엉뚱한 진환이, 새침떼기 현지, 마음 여린 수현이, 얌전한 혜림이, 씩씩한 혜성이, 의젓한 효민이, 수줍음 많은 수민이...제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바다를 닮은 순수하고 맑은 마음만큼은 모두 같았다.

 

아이들은 서울에서 낙도의 넓은 바다만큼이나 또다른 많은 것들을 눈과 가슴에 담고 간다.

이 곳에서 겪은 많은 체험들을 통해 아름다운 섬에서 한층 더 커다랗고 푸른 꿈을 키워나갈 것이다.

부디 그 순수함과 푸른 꿈을 오래도록 간직하기를......

출처 :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신효정 원글보기
메모 : 아름다운 3박4일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들의 눈망울이 선합니다. 동행 취재하신 신효정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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