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KBS 박상건의 섬이야기] 승봉도편
2007. 5. 4. 13:40~15:55
O/M: 매월 첫째 주 금요일은 전국의 아름다운 섬을 찾아 떠나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섬문화 연구소 박상건 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Q: 박소장님 안녕하세요?
- 예 안녕하세요.
Q: 승봉도를 소개해주신다고요?
- 예, 승봉도는 인천항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승봉도 라는 섬입니다. 행정소재지로는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에 소속된 섬입니다.
이번 섬 여행은 안개가 자욱한 바다를 항해하는 체험을 했습니다. 등대가 붉을 밝히고 그 불빛 사이로 무이도 자월도 이작도 등 섬이 어렴풋이 보이고 그 섬 사이로 군함과 고깃배, 여객선들이 오가는 색다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Q: 인천항에서 1시간 30분 걸린다고 했는데 거리상으로는 어느 정도 됩니까?
- 인천연안부두로부터 5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육로 보면 먼 거리는 아닌데 항로는 직선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왜 승봉도라고 부릅니까?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는지도 궁금하네요?
- 섬 모양이 하늘로 승천하는 봉황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부터입니다. 당시 신씨와 황씨가 함께 승봉도 앞 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중 풍랑을 만나 이 섬으로 대피했다가 머물게 된 섬입니다. 그래서 신씨와 황씨의 성을 따서 신황도로 불리다가 지금의 승봉도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Q: 섬에 사는 주민들은 어느 정도입니까?
- 이른 여섯 가구(76)가 삽니다. 3~4년 전만 해도 60여 가구였는데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작은 섬이지만 살기에는 크게 모자람이 없는 환경을 타고 났다는 것을 의미하죠.
Q: 모자람이 없는 환경이라고 했는데 섬 안의 모습이 궁금해지는데요.
- 섬의 주요 교통수단은 경운기와 승합차입니다. 논두렁 밭두렁 사이로 나지막하게 깔린 길로 경운기가 지나면 다시 승합차가 지나는 풍경이 정겨우면서도 편리한 생활을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풍경이 참 평화롭고 정겨웠는데,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 섬에서 실감하게 했습니다.
Q: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섬이라는 말인데, 전통적인 어촌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 야생초 해송이 우거지고 무공해 쌀과 채소, 바둑이 염소 송아지, 청정 해역의 물고기와 바지락 꼬막이 섬사람들과 동고동락하고 있었습니다. 섬이지만 맑은 물이 풍부하고 먹을 것 도 많으며 산세가 수려하여 주민들은 ‘축복 받은 섬’이라고 생각합니다. 걸어서 다 돌아볼 수 있는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사방에서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떠나는 섬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늘어나는 정겨운 섬입니다.
Q: 참 아름다운 섬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행객들도 그만큼 많이 찾는 섬이겠군요?
- 그렇습니다. 승봉도는 서해안 대표적인 향토 관광마을로 지정된 섬입니다. 관광하면 놀이시설 등을 떠올리기 일쑤인데, 평화로운 섬에서 안빈낙도하는 섬사람들의 삶을 배우고 잠시나마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것이 섬 여행의 참맛 아니겠습니까?
이곳은 농어촌 문화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며칠 묵고 가기에는 불편함이 없는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대학생들이 엠티를 오거나 회사원들이 노는 토요일을 이용해 자주 찾는 곳입니다. 낚시꾼들도 자주 찾고 있고요.
Q: 대학생, 회사원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는데 그만한 숙박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논두렁가로 선 깔끔한 민박집에서부터 바닷가에 위치한 펜션 등 여러 포인트를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민박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최근에는 버끈내 해변에 콘도가 들어서서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지는 등 숙박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섬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승봉도에 오면 해산물만 먹는 줄 아는데, 반농반어촌 생활을 하기 때문에 육지에서 먹는 음식도 많고 주말농장처럼 육지 체험과 갯벌체험 같은 바다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Q: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섬인데, 마을 사람들은 그럼 관광을 주업으로 하며 삽니까?
- 승봉도 사람들은 청정해역에서 우럭, 꽃게, 소라, 굴을 잡아 해산물로, 또는 농사도 짓고 민박도 하며 삽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투잡이라는 말이 이곳 주민들에 통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투잡이 아니라 쓰리 잡을 하며 사는 셈이죠. 농사, 어업, 관광을 모두 하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입지조건이 좋은 아름다운 바다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 마을 사람들은 축복인 셈이죠. 정부가 지정한 대표적 향토 관광마을의 이름값을 하는 섬입니다.
Q: 그 섬에 가면 여행객들은 주로 어떻게 지냅니까?
- 여객선에서 처음 섬에 내리면 이곳이 섬인가? 육지인가? 의아해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논두렁 밭두렁을 거닐거나, 솔숲 오솔길을 산책합니다. 저녁무렵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통닭 바비큐나 오리구이 등을 즐깁니다. 다음 날 바닷가를 산책하고 마을 아낙들과 함께 소라, 고동, 바지락, 낙지를 잡습니다. 그 한가함과 여유를 즐기는 사이 진한 파스텔 톤의 구름 사이로 지는 서해 낙조를 감상합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더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낚싯배를 타고 조금 더 먼 바다로 나가 갯바위에서 못 다 본 손맛을 즐기기도 합니다. 주로 우럭과 놀래미가 많이 잡힙니다.
Q: 정말 가고 싶은 섬입니다. 그런데 그 마을을 정기적으로 찾는 자원봉사 아주머니들이 있다면서요?
- 예, 제가 이 섬을 찾게 된 것도 이들 주부들과 동행한 게 계기가 됐는데요. 승봉도는 섬이다 보니 이발소나 사진관이 없습니다. 물론 정기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나오면 되지만 그 불편함과 비용을 덜어주자는 취지이지요.
이날은 인천에 사는 주부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마을 회관을 찾는 날이었는데,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이르기까지 모두 미용가운을 입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하루 두 차례 여객선이 운행하기 때문에 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머무를 시간은 3시간 안팎임으로 시간을 절약하자는 뜻이죠.
Q: 언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그 섬을 찾게 되었습니까?
7년 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60회째 2,000명의 주민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온 것이죠.
Q: 승봉도 섬에서 또 볼거리가 있습니까?
- 아무래도 바다 하면 해수욕장을 많이 떠 올리게 되는데요. 여름철에는 승봉도 이일레해수욕장을 찾는 여행객들이 많습니다. 최근 이 지역 모래 채취 작업으로 생태변화를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발바닥사이로 스며드는 모래의 느낌이 감미로울 정도로 모래가 잘고 빛깔이 좋습니다. 뒤로는 울창한 숲이 병풍으로 둘러쳐져 있어 해변풍경도 그만이죠.
Q: 이일레 해수욕장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 반농반어촌이다 보니 승봉도 사람들에게는 농사일도 중요했는데요. 소들을 데려와 모래밭에서 쟁기질을 하는 훈련을 시켰다고 하는데, 소들에게 일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해서 사투리 표현으로 이일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Q: 예, 그렇군요. 그 밖에 볼거리나 즐길만한 장소는 어디입니까?
- 남동쪽 해안으로 가는 오솔길은 솔향기와 함께 야생화가 지천으로 흩어진 솔숲 길입니다. 이 해안을 부두치 해변이라고 부릅니다. 파도가 많이 부딪힌다 해서 ‘부디치’라고 부릅니다.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섞인 신비로운 해안입니다.
그 해안가에 작은 돌섬 하나가 있는데 밀물 때는 섬처럼 보이고 썰물에는 모래톱이 드러나는 삼각지대 형태의 섬입니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이 손수 바지락을 캘 수 있는 포인트이고 민박집에 가져가면 큰솥단지에 장작불로 삶아주기도 합니다.
Q: 숨어있는 명소들이 많은 섬이군요?
- 그렇습니다. 버끈내 해변이라 곳도 있는데, 이곳은 연인들이 자주 찾는 남대문 바위섬이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대문바위는 해안선에 수평으로 구멍이 나있는 특이한 섬입니다. 바위모양이 남대문 같다하여 그렇게 부르는데요, 다른 방향에서 보면 또 코끼리를 닮기도 해서 주민들은 용맹과 자비를 상징하는 이 바위섬을 코끼리 바위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Q: 그런데 그 코끼리 바위, 즉 남대문 바위에 왜 연인들이 찾는 지 궁금한데요?
- 남대문 바위는 조선시대 사랑하는 연인이 다른 섬으로 시집가려하자 두 사람이 이문을 넘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 했다고 전합니다. 연인들은 이 문을 지나며 사랑을 꿈꾼다 고 해서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Q: 바위의 색이 변하는 이색적인 곳도 있다면서요?
- 그렇습니다. 부채바위섬입니다. 부채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바위에 햇살이 쏟아지면 황금색으로 보입니다. 승봉도 바로 앞에 떠있는 모래섬인 사승봉도는 광활한 은빛 백사장인데 이 황금색 바위와 반사되면서 두 섬이 아주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아주 특이한 바위와 해변이 조화이지요.
특히 부채바위는 옛 조상 가운데 유배생활을 달래며 이곳에서 시를 썼고 다시 유배가 풀리면서 장원에 급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면서, 고시생과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Q: 승봉도, 아주 특별한 섬인데요, 그 섬으로 가는 교통편 좀 안내해주시죠?
1. 서해안고속도로=>월곳IC=>좌회전(직진)=>시화방조제 검문소=>시화방조제=>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승봉도
2. 경인고속도로(종착점)=>인천항 사거리(좌회전)=>백주년기념탑(우회전)=>해양경찰청 사거리(좌회전)=>연안부두=>승봉도
대부해운(032-886-7813)/원광해운(032-884-3391)/우리고속훼리(032-887-2891)/옹진군청(032-883-7035)/옹진농협(032-885-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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