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KBS-박상건의 섬 이야기] 이작도
2007. 2. 2 (15:40~13:55)
O/M: 매월 금요일 첫째 주 이 시간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섬을 찾아 떠나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섬문화연구소 박상건 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Q: 박소장님 안녕하세요?
- 예 안녕하세요.
Q: 이작도에 다녀오셨다고요? 이작도는 어디에 있는 섬입니까?
- 예, 서해 옹진군에 소속된 섬인데 인천항에서 44㎞ 떨어져 있습니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로 구성돼 있는데 대이작도의 면적은 2.5㎢, 소이작도는 1.3㎢입니다.
Q: 섬 이름이 무척 특이한데요 이작도라는 뜻이 뭡니까?
- 이태리 이(伊)자에 지을 작(作)자를 써서 이작도라고 부른데요. 옛날에 해적들이 이 섬에 숨어 살았다고 하여 이적도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적’이 ‘이작’으로 변해서 현재 이작도(伊作島)가 되었습니다. 옛날 운둔의 섬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무공해 섬이라는 것을 말해준 셈이죠.
Q: 그 섬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현재 1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Q: 특별히 그 섬을 소개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 아주 평온하고 맑은 섬입니다. 특히 바다 한 가운데 모래언덕이 있어 이채로운 섬입니다.
Q: 바다 한 가운데 모래언덕이 있어요?
- 전라도 진도와 충청도 무창포, 경기도 제부도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곳입니다. 썰물이 되면 바다 한 가운데 은빛 모래섬이 형성돼 햇살에 눈부시고, 달빛에는 하얀 모래섬과 하늘이 맞닿아 참으로 신비로운 바다 풍경을 연출합니다.
Q: 말 그대로 참으로 신비로운 바다인데요. 그 바다를 좀 구체적으로 소개 해주시죠?
- 이작도에는 3개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풀치해수욕장인데 서해에서 아주 맑고 고요한 해변입니다.
이 모래섬은 풀등과 풀치라고 부릅니다. 모래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모래풀이라고 부르는데 그 모래톱의 등성이가 드러난다고 해서 풀등이라고 부른다. 또 풀치는 풀치는 물이 흐르는 곳의 가장자리에 두둑하게 언덕 모양의 둔치에 모래풀의 합성어라는 설과, 갈치 새끼인 풀치 떼들이 푸른 바다를 길게 휘어가는 모양새라고 해서 그리 불렀다고 전합니다. 실제 이작도 섬 모롱이에서 내려다보면 풀치 해변은 영락없이 갈치 떼가 바다 한 가운데를 휘젓고 가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Q: 풀치 떼가 헤엄치는 듯한 모래톱이 장관이겠군요? 그 모래언덕 크기는 어느 정도입니까?
- 자그마치 30만평에 이릅니다. 이 풀치 떼 형상의 모래섬을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바다 밑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넓은 모래언덕이 바다를 두 갈래로 나누어 놓다가 다시 밀물에 모습을 감추는 모습은 신비 그 자체입니다.
이런 모양은 정확히 12시간25분54초 주기로 매일 두 번씩 반복합니다. 한 번씩 바닷물이 빠지면 은빛 모래섬이 수면 위로 솟았다가 6시간 동안 이방인들의 눈길을 잡아끌다가 다시 밀물 속에 모습을 감추는 것이죠.
Q: 모래톱의 모래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떤 모래입니까?
- 아주 가늘어 감촉이 부드럽고 맑습니다. 손바닥 위에 얹어 놓고 입으로 불면 날아갈 듯이 가볍습니다. 특히 거대한 모래톱이 은빛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도 장관이고 모래 위로 게 구멍을 뚫고 나온 작은 방게들이 기어 다니는 모습도 이색적입니다.
이곳은 맞은 편에 있는 사승봉도와 함께 2003년 12월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그래서 바지락 채취가 금지되었는데 지난해 6월부터 다시 허가가 나서 바닷가에 널린 바지락을 1인당 1kg 내외에서 채취할 수 있습니다.
Q: 신비로운 모래톱에서 바지락도 잡을 수 있군요? 바다의 깊이는 어떻습니까?
- 가슴을 넘지 않을 정도 깊이와 완만한 해안선으로 바다를 찾는 사람에게 호숫가를 찾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바닷물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동네 청년들이 태워다 주는 어선이나 모터보트로 건너갈 수도 있습니다. 이용료는 5,000원 내외를 받습니다.
특히 풀등과 마주보는 부아산이라는 산 정상에 오르면 인근 자월도 승봉도 선갑도는 물론 인천 시내까지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산과 산 사이로는 70미터의 빨간 구름다리가 만들어져 있고 정상에는 쉴 수 있는 정자가 있고 사람의 발길이 뜸한 탓에 이름 모를 수많은 야생화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Q: 3개의 해수욕장이 있다고 했는데 다른 2개의 해수욕장도 좀 소개해주시죠?
- 나머지 해수욕장은 서로 연결된 큰풀안, 작은풀안 해수욕장입니다. 해수욕장의 길이는 3km에 이릅니다. 이곳 역시 수심이 낮고 조용해 가족단위로 즐기기에 좋은 여행 코스입니다. 여름철 해수욕은 물론 물이 빠져 나가면 고동, 낙지, 방게, 꽃게 등을 잡을 수 있습니다. 밤에 후레쉬를 들고 여러 조개와 해산물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작도 끝자락에 있는 계남리 해수욕장은 모래가 밀가루처럼 가늘고 부드럽고 앞 바다에는 섬 전체가 모래로 싸인 모래섬과 그 옆에 사승봉도가 마주하고 있습니다. 해변에는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하얀 백사장이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Q: 이작도가 그 유명한 섬마을선생님 영화 촬영지였다고 하던데?
- 그렇습니다. 가수 이미자 씨의 유명한 노래 ‘섬마을 선생님’의 영화 촬영지가 바로 이작도 계남마을에 있는 계남분교입니다. 이미자씨의 그 유명한 노래 가사는 이런 것입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철새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지금은 계남분교 운동장에 응달이 지고 덤불뿐, 고즈넉하고 허름한 교실 흔적만 남아 섬 학교 유년 시절을 떠 올려보게 하지만, 아직도 해마다 해당화는 피고 지고 있습니다.
Q: 그 때 영화 속의 섬사람들은 지금 이작도 주민들입니까?
- 그렇습니다. 제가 묵었던 바닷가 민박집 주인 김유숙 씨(49)는 뜻밖에도 섬마을선생님 영화 속에서 자기 막내를 등에 업고 등장했던 주인공이었습니다. 촬영 이야기를 물었더니 “그 때 감독님이 애기 업은 마을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막내 동생을 업고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하더군요.
Q: 그곳 주민들은 영화처럼 만남과 이별, 외로움이 몸에 배여 있겠군요?
-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어느새 이작도 사람들의 애닯은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요. 당시 분교는 이작국민학교로 불리며 전교생이 73명에 이르렀고 6학년 한 반만도 12명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고 땔감이 없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산으로 가서 덤불 뜯고 솔가지 꺾어 저녁에 아궁이 불 지피던 일이었다고 합니다. 바깥소식에 어두워 인천으로 나가는 길이 있는지도 모른 채 자랐다고 하더군요.
마을 어른들은 대부분 파시를 따라 먼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를 했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상악화 때마다 바다에서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사실입니다. 그 때 김유숙 씨의 아버지도 4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Q: 섬사람들의 애환을 엿보게 하는 대목인데요. 지금 주민들 생활은 어떻습니까?
- 전기가 들어오고 TV를 통해 바깥 정보에 접하던 사람들은 서서히 마을을 떠나고 이작분교에는 전체 학생들이 2명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김유숙 씨 가족들은 객지에 나갔다가 모두 돌아와 아버지가 못 다 이룬 꿈을 이작도 사랑으로 다시 키우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체험학습장을 겸하는 펜션 민박집을 만들었습니다. 풀등의 중요성도 홍보하며 언론에 이따금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족들은 풀등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를 여행객들을 유치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봄철에는 밀물 때 풀등을 넘어가지 못한 광어들이 낮은 수심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작살로 잡아내는 고기잡이 방법을 선보여 여행객들에게 이색적인 체험을 선사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Q: 요즈음 그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어느 정도 됩니까?
- 이작도는 아직도 순수한 어민들과 때 묻지 않는 해변으로 여행객들이 부쩍 늘고 있는 곳입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2006년 피서철 특별수송기간에 여행객들의의 섬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인천 앞바다 섬 중 가장 많이 찾은 곳이 5,3174명의 덕적도이고, 그 다음이 바로 이작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름철 피서객들만 36,738명이었습니다. 참고로 그 다음은 백령도였습니다.
Q: 섬, 하면 낚시 아닙니까? 고기는 잘 잡힙니까?
- 봄과 가을에는 우럭, 농어, 망둥어, 놀래미가, 광어, 도다리, 숭어, 돌돔 등이 많이 잡힙니다. 그래서 강태공들의 발길도 잦습니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낚시가 어려운 편이더군요. 그래서 한적한 사색의 겨울바다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이 찾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회는 사계절 맛 볼 수 있습니다.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해 그물을 털고 들어오는 포구의 어민들에게 싱싱한 회를 구입해 먹는 방법입니다. 특히 이작도의 겨울철 별미인 자연산 굴은 깨끗한 모래톱에서 채취한 것으로 어느 집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특산물입니다.
● 이작도로 가는 길
1. 인천 여객터미널→자월도(1시간 40분 소요)
2.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자월도(성수기1일 3회, 동절기 1일 1회 1시간 40 소요)
-배편문의:우리고속훼리(032-887-2891~5)/진도운수(032-888-9600)/대부해운 (032-886-3090)/인천항여객터미널(1544-1114)
3. 섬 안에는 대중교통이 없고 민박집 차량으로 이동한다. 섬 안에는 펜션형 민박이 많습니다. 하루 숙박하는 비용은 4만원입니다.
4. 선착장에 가게가 하나 있고 카드 사용을 할 수 없음으로 현금을 준비해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