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상건의 섬이야기(홍도)
2007. 3. 2
O/M: 매월 첫째 주 금요일은 전국에 있는 아름다운 섬을 찾아 떠나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섬문화연구소 박상건 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박소장님 안녕하세요?
- 예, 안녕하세요.
Q: 오늘 소개해줄 섬은 어느 섬입니까?
- 홍도라는 섬입니다.
Q: 홍도는 어디쯤에 있는 섬인가요?
-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 딸린 섬입니다. 목포에서 116km 해상에 떠 있는 섬인데요, 목포에서 홍도까지는 뱃길로 2시간 20분 소요됩니다.
Q: 왜 홍도라고 부릅니까?
- 노을이 지면 온 바다가 붉게 물든다 하여 홍도라고 부릅니다. 해안선 36.8㎞를 둘러보면 기암괴석 역시 홍갈색을 띤 규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진 바위들이어서 노을도 바위도 붉은 곳이 홍도입니다.
Q: 섬에는 주민들이 어느 정도 삽니까?
- 50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Q: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라면서요?
- 그렇습니다. 암석해안으로 이루어진 홍도는 작은 돌멩이 풀꽃 하나까지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뜬 매화꽃 같다하여 매가도, 먼 바다로 나가기 위해 바람을 기다린다고 해서 대풍금으로 불리는 홍도는 생김새만큼이나 어민들의 삶도 독특합니다.
Q: 천연기념물이라면 특별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곳이 홍도 1구인데, 이곳에서 홍도 2구로 가는 산자락에는 270여 종의 상록수와 170여종의 동물이 서식합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임으로 이 산에는 최근 등산이 금지돼 있고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뭍으로 가져올 수 없습니다. 별도의 배나 유람선을 타고 둘러볼 수 있습니다.
Q: 그런 풍경을 감상하려면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 홍도 2구에서 민박을 하고 뒷산, 또는 바로 옆에 있는 등대 쪽 섬모퉁이, 그리고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면 좋습니다. 홍도 2구는 북적이는 홍도 1구보다는 아주 평화롭고 전형적인 어촌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서 아주 아름다운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무계단으로 이어지고 등대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Q: 천연기념물인 홍도에서 그것도 등대라면 더욱 운치가 있는 여행일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저는 12년 전 이곳 등대를 찾아왔다가 폭풍주의보를 만나 예정에 없던 일주일을 등대지기와 날을 지새웠습니다. 그날의 체험이 여지것 등대가 있는 섬을 찾아다니게 만들었으니 홍도 등대와 등대지기의 삶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홍도 등대의 특징이라면?
- 홍도등대는 해수면으로부터 89m에 이르는 고지대에 있습니다. 1931년 2월에 석유백열등으로 불을 밝혔습니다. 일제 때 마을 주민들이 노무자로 동원돼 지어진 등대입니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군 병력이 상주해 군사기지 역할도 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홍도사람들이 만든 홍도등대였지만 정작 주민들의 접근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전쟁에서 패한 일본인이 야간도주를 했고 남은 식량은 주민들에게 배급되었습니다.
한동안 주민들에 의해 등대가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지금도 홍도 사람들과 이곳 등대지기들은 남다른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 등대지기와 일주일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 때 그 등대지기 삶의 일면 좀 소개해주시죠?
- 보급선은 한 달에 한번 꼴로 옵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보급선 오는 날에 폭풍주의보가 내렸던 것입니다. 등대원들은 기상 악화로 식량이 동나는 것을 대비해 평소 바닷가에서 물고기나 조개, 파래와 톳을 뜯어 말려왔었습니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그물을 쳐두기도 했는데, 배가 없으니 몇 개의 스티로폼을 동여매 뗏목으로 사용하며 그물을 터는 모습이 마치 빠삐용 같았습니다. 그 그물에서 숭어와 우럭이 팔딱팔딱 뛰었는데 그것은 등대원의 일용할 양식이었습니다.
등대원들은 잡은 고기를 말려서 저장하고 등대 주변 텃밭을 일구며 푸성귀를 재배해 찬거리를 준비했습니다. 보일러 고장에 대비해 산등성이에서 풀을 깎아 말려 군불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이야 시설들이 많이 좋아졌고 여행객들이 자주 찾아오면서 머무를 시설도 새로 단장해놓고 있었습니다.
Q: 평생 밤바다를 안내하는 등대원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합니다. 홍도 2구에는 해녀촌이라면서요? 해녀들의 삶도 궁금하고 여행객들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 홍도는 물이 귀해서 농사짓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배추를 금치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대부분 먹거리를 바다에서 해결합니다.
홍도 2구는 59가구에 331명이 삽니다. 모두 어업에 종사하는데, 남정네들은 15일간은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먼 바다에서 홍어를 잡고 15일간은 바닷가에서 그물 다듬는 일을 합니다. 홍어잡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낙으로 고기를 잡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바다에 나가기 전에 정돈해놓은 주낙 낚시채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주낙으로는 농어, 감성돔, 참돔, 우럭, 줄돔, 방어 등을 주로 잡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낙들은 부녀회를 중심으로 물질을 하러 갑니다. 홍도 2구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란씨(46)를 만났는데요, 낮에는 바다에 나가 일하고 돌아와서는 여행객들에게 횟감을 팔거나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하더군요.
Q: 모든 여성들이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합니까?
- 부녀회를 중심으로 3일에 한번 꼴로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는데 4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끈끈한 정으로 뭉쳐 바다에서 공동 물질을 합니다. 물질은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아주 어릴 적에는 주로 헤엄치는 연습을 하고 5~6학년쯤 되면 어머니로부터 두렁 박을 받아 얕은 데서 깊은 데로 헤엄쳐 들어가는 연습을 한다는 것입니다. 빠른 사람들은 중학생 때부터 작업하는 것을 시키는데 40세를 전후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Q: 물속에 들어가 작업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주로 잡는 것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 보통 3분 정도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루 4∼5시간의 작업을 해서 해삼, 멍게, 성게, 전복, 소라, 미역, 청각 등을 채취합니다. 1인당 잡아 올린 무게는 자그마치 20kg 정도. 이 정도면 10만원 벌이를 넘는다고 합니다. 잡은 것들은 바로 현지 관광객들에게 팔거나 도시민들로부터 예약 순서에 따라 보내주기도 합니다. 한 번 나가서 일해 벌어들인 수입이 10만 원을 넘으니 적지는 않은 수입이죠.
Q: 수입이 적지는 않는 것 같은데...그만큼 위험한 일도 많지 않겠습니까?
- 그렇습니다. 많은 수입에 비해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죠. 상어와 해파리를 만나기도 하고, 선박 스크루에 피해를 입거나 배양실 등 해수 취수구 주변의 수압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험난한 파도를 넘는 어부의 생애처럼, 어부의 아내 역시 험난한 물질을 하며 산다는 것이다.
Q: 여행지서 먹는 싱싱한 먹거리도 알고 보면 어민들의 큰 노력과 정성이 담긴 셈이네요?
- 해녀의 물질은 삶의 몸부림 같은 것이죠. 가난하던 시절 아낙이 바다로 나가는 일은 집안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죠. 어선은 돈 있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었음으로 밑천이 없는 어민들에게는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해녀의 자맥질에 가족들 생계의 생명선이 연결돼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외로운 섬 생활을 해쳐가는 아낙의 모습을 강인한 모성애를 표현하기도 하죠.
Q: 홍도를 제2의 해금강으로 부르는데, 홍도 풍경을 간략히 소개해주시죠.
푸른 바다와 섬을 이루는 울창한 숲의 조화가 장관을 이루는데요, 풍란 자생지이고 아름드리 동백 숲과 후박나무 등 각종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유람선을 타면 선장의 구수한 목소리의 안내방송에 따라 홍도33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남문바위,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위틈에서 거꾸로 자라는 나무들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이색적이고 이곳 식물들의 질근 생명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풍경에 노을이 지는 모습은 얼마나 장관이겠습니까?
Q: 가는 길을 좀 소개해주시죠.
-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종점 목포까지 가셔서 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회씩 쾌속선이 운행합니다. 남해고속: (061) 244-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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