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등대기행 26] 외도
원시림과 아열대 식물의 조화로운 외딴 섬
통영․거제도 거치며 외도로 가는 알짜배기 여행코스
외도는 한번 갔다가 그만 딱, 반해 다시 서울로 되돌아와 가족들과 휴가를 떠났던 섬이다. 김포공항에서 진주(사천)공항으로 날아가는 코스는 항공기 아래로 펼쳐지는 섬의 군무가 아름다워 자주 이용하는 코스이다. 비행기에 내려 거제도를 거쳐 가는 외도는 이런 저런 코스의 특징이 제법이다.
진주공항에 내리면 거제도 장승포로 가는 코스와 통영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가 있다. 어느 코스를 택하던지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나포리’로 통하는 통영을 거쳐 거제도로 넘어가는 코스가 늘 좋았다. 통영의 야경은 그윽한 한국적인 맛과 이상향의 이국적인 멋을 동시에 연출한다. 통영 산양 해안도로를 따라 충무공이 머물렀던 월아동산에서 한산도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가히 감동의 풍경화이다.
다시 거제도로 가는 길. 한국전쟁의 아픔이 그대로 배여 있는 거제도포로수용소. 중공군 포로 2만, 인민군 포로 15만 등 최대 17만 명의 전쟁포로를 수용하였던 곳이다. 대동강 철교, 포로 생포 장면, 폭동 현장, 당시 건물 등 22개 동이 전시돼 있다.
학동 몽돌 해안가 해조음과 야생 동백림 그리고 해금강
통영의 정경과 같이 거제도 역시 해안 일주도로를 달리는 맛이 일품인데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신선이 된 산이라는 노자산과 이 산줄기를 이어받는 가라산은 동백과 단풍, 희귀식물들이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는 신비의 산이다. 그리고 끝없이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길의 끝자락에 학동 몽돌해변이 있다.
거제도 학동리는 학이 비상하는 지형이라서 유래된 해안마을이다. 몽돌이라 불리는 조약돌이 폭 50m, 길이 약 1.2km에 이르게 펼쳐진 해안가이다. 약 3km에 이르러 펼쳐진 주위 해안선은 온통 야생 동백 군락지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 군락지에서 여름이면 팔색조가 왔다가 가을이면 떠난다고 한다. 동백꽃은 2월 하순경에 꽃을 피우고 3월 중순에 절정의 꽃망울을 터뜨린다.
해변에는 파도가 몽돌 사이로 쏴~아와 밀려왔다가 드르륵~ 밀려가는 경쾌한 멜로리의 해조음이 참으로 이색적이고 그윽하기만 하다. 해안가엔 푸른 잎의 붉은 꽃을 머금은 동백이 물안개 속을 스치는 갈매기와 목선 그리고 푸른 파도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환상 속에 이방인을 가두고 만다. 그리고 저 만큼 거리에서 해금강 절경이 이방인을 지켜보고 서 있다.
해금강은 갈곶리에 속하는 두개의 큰 섬으로 이뤄져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1971년 명승2호로 지정된 섬이다. 원래 이름은 ‘칡섬’이라는 뜻의 ‘갈도’였다고 한다. 섬 모양새가 칡뿌리가 뻗어 내려가는 형상이라서 그렇게 불렀단다. 그러다가 남해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고쳐 부르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해발 116m로 그리 높지 않은 해금강이지만 중국 진시황제의 불로장생초를 구하는 서불이 동남동녀 3천 명과 함께 찾았다는 ‘서불과차’라는 글씨가 새겨질 정도로 약초가 많다. 그래서 약초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썰물 때 십자동굴, 사자바위가 그 신비의 자태를 드러내고, 일월봉에 해가 뜨고 질 때도 장관을 이룬다.
해금강 지나 구조라항 바깥에 떠 있는 섬 ‘외도’
외도로 가는 모든 여객선은 이 해금강을 경유한다. 외도는 ‘밖섬’이라는 뜻이다.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항을 중심으로 볼 때 바깥에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바깥섬 또는 외도라고 불렀다. 그럼 내도도 있을까? 있단다. 내도는 여자섬, 외도는 남자섬으로 불린다.
이렇게 불리는 데 그 유래가 깊다는데.... 먼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남자섬)가 구조라 앞에 있는 내도(여자섬)을 향해 떠오는 것을 보고 놀란 아주머니가 “섬이 떠 온다”고 소리치자 섬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는 전설이다. 하여간 내도는 13가구 34명의 주민이 수산업과 흑염소를 섬에 방목하며 생활한다. 오래 전부터 인간이 정착하여 살았던 곳이다. 후육무문토기 등이 발견되었으니 말이다.
외도는 일운면 와현리 산 109번지 일대 4만 4,000여 평의 섬이다. 거제도에서 거리상으로 4km 지점에 떠 있다. 섬에는 본디 이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백을 비롯한 상록수림과 그리고 다른 곳에서 묘목을 길러 심었거나 조경을 위해 들여온 아열대 식물 선인장, 코코아야자, 선샤인 등의 식물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KBS '겨울연가' 마지막 회 촬영지였다.
야생 식물과 아열대 식물의 조화, ‘겨울연가’ 마지막 촬영지
유람선을 타고 오면 이곳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 그러니까 해금강을 지나 외도를 구경하고 빠져 나가는 시간은 총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곳에서 대부분 꼭과 식물에 반하는 데 섬 전체 주변을 둘러보며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와 섬을 넓은 동선으로 활용하며 구경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곳에 식재된 식물은 섬 안에 식물원이라는 이색적 풍경 외에 그 식물은 수도권 주변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니 산길을 오르내리며 피곤해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일정에 영향을 줄이면서 바깥 섬을 조망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중해의 한 해변도시처럼 오색찬란하게 떠 있는 섬, 외도는 한마디로 해상농원이요 해상 식물원이다. 전망대에서 드넓게 펼쳐진 푸른 남해바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외도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도 꽃이지만 그 꽃들을 심고 나무를 길러온 그래서 이색적인 꿈의 섬으로 가꾼 그런 자연에 대한 순수와 열정으로 바친 부부애 탓이리라. 본디 외도는 변변한 선척장 하나 없었고 온갖 바위투성이와 돌무더기뿐이었다. 전화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기상이 악화되면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외도를 창조한 그 열정이 꽃향기를 더욱 진하게 한다
주의보가 내리면 아무리 급한 환자가 발생해도 대책이 없었던 시절의 섬이었다. 그래서 어업과 돌무더기 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갔던 섬사람들은 하루빨리 육지로 나가는 것이 꿈이었고 실제 서서히 이 섬을 빠져나갔다. 애당초 이런 오지 섬에는 여덟 가구가 살았고 2세들 교육을 위해 분교도 있었으나 학교 역시 연료가 없어 동백나무를 말려 땔감으로 쓸 정도로 열악했다.
그런 외딴 섬에 지금은 세상을 등진 이창호씨가 발길을 내딛은 것은 69년의 일. 우연히 바다낚시를 갔다가 풍랑을 피해 이 섬에 머물게 되었던 것. 처음에는 밀감 농장, 그 다음은 돼지사육을 시작하며 섬 생활을 시작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게 식물원이었다. 그렇게 76년 관광농원으로 허가받고 4만 7천 평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가능한 원시림을 살리면서 1만 3천 평의 수목원을 조성해 나갔다. 외도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 외에 아열대 선인장, 코코아 야자수, 종려나무, 부채선인장 등 1천여 희귀종도 심어 온대와 열대식물원이 조화를 이루는 섬으로 일구어 갔다.
부인 최호숙씨 역시 남편과 함께 전 세계의 식물원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조경 구상 등을 담당하며 새로운 모습의 외도 만들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섬을 떠나지 않았던 이 마을 주민 강수일 씨는 이 부부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이 길을 걸어왔고 지금은 자연공원 외도의 관리 업무를 맡는 이사이다. 그렇게 95년 4월 15일 자연을 더욱 자연적으로 살린 새로운 ‘섬 문화 창조’의 상징인 외도가 태어났다.
우리가 가야할 ‘섬문화 창조’의 상징이 된 외도
처음에는 선착장을 만들려고 시멘트를 바르면 파도에 씻겨가기를 반복했다. 변변하게 목선한 척 정박할 자리도 없었던 그 자리에 지금은 우람한 여객선들이 드나들고 무거운 짐을 저 나르던 지게 대신 스위치 하나로 섬 정상까지 짐을 올리는 시설을 갖추었다. 돼지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갔던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 자리에는 비너스 가든이라는 이름도 멋진 시설로 변신했다.
이곳에는 12개의 비너스 조각들이 서구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그 옆 파라다이스 라운지에서는 간단한 음료를 마시면서 시원한 바다를 감상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어린 묘목들만 심어놓아 공동묘지처럼 황량하기 그지없던 자리에 각종 식물들이 우거져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도. 외도는 자연림에 사람 손길을 더한 새로운 식물 섬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배에서 내리면 빨간 기와가 이어진 아치 정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사철나무와 오색 꽃들로 우거진 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비탈 언덕을 올라가면 아열대 식물 세계가 이색적인 남국의 멋을 연출하며 등장한다. 길 양쪽에 야자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서있다. 특히 50여종의 선인장 동산은 어린이들에게 쉼터이면서 툭 트인 바다와의 배경으로 가족사진 촬영에 안성맞춤이다.
세계각지에서 가져온 희귀한 꽃들과 동백이 조화를 이룬 화훼단지를 지나면 툭 트인 바다와 일상에 쩐 우리네 가슴이 만나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대화를 하게 된다. 좀 더 마음 비우며 살아야겠구나....좀 더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살아야겠구나....그런 생각에 머무르게 만든다. 이곳에서 해금강, 대마도, 서이말 등대를 조망할 수 있고 숲으로 뒤덮인 원시림의 대명사인 외도 동섬, 공룡바위도 보인다.
외도 단순 코스보다는 패키지 섬 여행이 좋아
다시 우측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놀이조각공원이 있는데 재기차기, 기마전 등의 민속놀이를 할 수 있고 외도의 모든 전경을 한눈에 바라다 볼 수 있다. 전경사진 포인트이다. 이어지는 오솔길은 오동도 숲을 연상시켜 주는 동백나무숲이다. 여기에 색다른 조각공원이 또 있는데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으로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 다음은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편백방풍림. 그 사이 계단을 타고 내려다보면 색색의 꽃들과 나무들이 주제별로 짜여져 있다. 정말 천국의 가는 길은 그러는 것일까....그런 느낌을 가지면서 마지막 선착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이르면 유명화가의 작품이 실내에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 공간이다. 외도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선물의 집, 그리고 수백 년 된 후박나무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맨 처음 발 딛은 선착장으로 되돌아가는 코스이다.
외도 여행은 당일로는 무리이다. 통영과 거제도 일대 특히 학동, 장승포, 한산도 등 인근 유적지와 해안도로 일주 관광과 낚시, 해수욕을 하며 넉넉하고 여유롭게 보내면서 외도 가는 유람선을 타고 1시간 남짓 구경하는 코스로 잡으면 좋다.
● 미니상식/ 알아두면 유용한 섬 여행 관련 사이트
연안여객선 인터넷 예매 http://www.seomticket.co.kr/
수산업협동조합 민박안내 http://www.suhyup.co.kr/gongsa/gongsa-1.html
인터넷 수산시장 http://www.efishvil.com/main.jsp
섬문화연구소 http://www.sumsarang.com/
해양상식 국립해양조사원 http://www.nori.go.kr/kr/data/main_sub/banner_split.asp
바다기상 정보 http://weatherpia.com/infoServices/momaf/seaToday.jsp
한국해운조합 http://island.haewoon.co.kr/travel/
● 외도로 가는 길
o항공
서울, 부산 공항→진주 공항→고성→통영→사곡삼거리→거제도 유람선 선착장(장승포/구조라/해금강/와현/도장포/학동)→외도
o승용차․버스
①서울→대전(남대전/무주방향)→사천IC→고성→통영→사곡 삼거리→거제도 유람선 선착장 (장승포/구조라/해금강/와현/도장포/학동)→외도
②부산→마산→통영→사곡 삼거리→거제도 유람선 선착장(장승포/구조라/해금강/와현/도장포/학동)→(해상로)→외도
o여객선
부산(연안부두)→거제도(장승포 선착장)→외도
구조라유람선(055-681-1188) 도장포유람선(055-632-8787) 장승포유람선(055-681-6565)
학동유람선(055-636-7755) 와현유람선(055-681-2211) 해금강유람선(055-633-1352)
박상건(시인. 계간 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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