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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등대기행 25] 구룡포

섬과 등대여행/동해안

by 한방울 2004. 7. 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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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등대기행 25] 구룡포




동해안전진기지로 늘 생동하는 포구와 해안일주의 멋



해도에서 백령도 좌우 경계가 38°라면 36°의 경계에 딱 걸쳐 있는 곳이 구룡포이다. 한반도 지도 꼬리 지점이다. 이곳에서 30분 정도 승용차를 몰고 올라가면 등대 박물관이 있는 장기곶. 이곳이 호랑이 꼬리가 휘어지는 지점이다. 구룡포에서 다시 아래로 승용차를 타고 30분 정도 내려가면 간절곶. 이 모두 일출 포인트이다. 구룡포 일대는 해안일주 드라이브 맛보기에도 적격이다.


구룡포는 바다에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는 구룡포는 포항 방면에서 오가는 버스 소통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 왕래가 잦다. 포구 역시 그만큼 활기가 넘친다. 연말이면 과메기축제, 그리고 장기곶 간절곶 해맞이축제까지 열리면 이곳은 이래저래 사람들 발길이 빈번해진다.


구룡포는 그런 포구이다. 그러나 바다 풍경은 너무나 평화롭다. 아주 잔잔한 그 해조음에 귀 기울이면 구룡포가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것 같다. 그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부들의 그물 다듬는 손놀림은 평화로우면서 만선의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어 보인다.


꽁치 오징어 대게 퍼 내리는 소리로 생동감 넘치는 포구

이곳 특산품은 아시다시피 과메기. 울릉도가 오징어라는 브랜드 가치로 통하는 것처럼 구룡포는 과메기로 그 가치가 드높다. 대게 어획량이 연간 600여 톤 이상일 정도로 영덕 보다 도 이곳에서 더 많이 잡힌다는 사실이다. 오징어도 연간 2만여 톤에 이를 정도로 울릉도의 명성을 흔들고 있다. 말 그대로 명실상부한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이다.


구룡포의 명물 가운데 또 하나가 고래고기. 고래 포획은 전 세계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구룡포 앞바다에서는 다른 고기잡이 그물에 고래가 자주 걸려든다. 해마다 100여 마리 넘게 잡힐 정도라니... 그래서 포구에는 횟집마다 장생포처럼 고래고기 파는 식당들이 이어져 있다.


구룡포는 구릉지가 많은 편인데 포구 뒷산에 올라 바다 쪽을 내려다보면 15.8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특히 구룡포 해수욕장백사장은 길이 400m, 폭 50m 둥그런 형태로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야영하기에 딱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렇게 긴 해안선으로 둘러싸인 구룡포 포구에서는 갓 잡아온 오징어, 꽁치, 광어, 도다리, 장어, 대게 등을 퍼 내리는 모습으로 분주하다. 어부와 상인들이 무어라 외치는 그 함성이 이 포구의 생동감을 풀무질한다.


만선의 기쁨 위에 나부끼는 깃발과 갈매기 그리고 무심한 등대...

그것이 바로 만선의 기쁨이다. 그것이 어부들 삶의 보람일 터. 그런 기쁨들이 깃발로 대신 나부낀다. 그 깃발이 어부들이 되돌아왔던 그 뱃길을 다시 즈려밟고 먼 바다를 향해 찢어질 듯 나부낀다. 깃발이 응시하는 그 눈길을 따라가다 보면 방파제 끝자락에서 하얀 등대가 서 있다.


무심한 듯 서 있는 등대는 이 바다에서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뱃사람들의 상징이다. 그래서 더욱 의젓해 보이는 걸까. 등대는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 뱃사람들의 출항과 입항의 길라잡이가 되어 왔다. 멀리 떠난 배들의 뒤안길까지 365일 놓치지 않고 안전 항해를 기원하고  눈비 혹은 안개바람 속에서도 온몸으로 부대끼며 배와 어부들의 등불이 되어온 등대.


그 등대 사이로 수많은 갈매기들이 높고 낮게 아주 자유자재로 비행중이다. 구룡포 포구와 앞 바다는 온통 갈매기 천국이다. 그 만큼 먹이감이 풍부하다는 반증. 포구는 포구대로  해안선 갯바위에는 갯바위대로 수많은 갈매기들이 무리를 지어 이 바다에서 무한한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고 있다. 그렇게 갈매기 떼들은 다시금 이곳이 동해안 최대 어항임을 웅변해주고 있다.

포구에서 방파제로 가는 길목에는 역시 낚시꾼들이 이 평화로운 풍경화의 주인공이 되어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방파제에는 덕장을 만들어 놓고 오징어 말리는 모습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갓 잡아온 회를 손질하는 아낙들의 손놀림이 세상천지 가장 편하게 노니는 갈매기들과 대조적이었다. 그래서 더 정겹고 평화로운 이 포구. 아낙 곁에서 연인들은 쪼그려 앉아 소주잔을 기울인다. 그들도 이 포구의 역동적인 드라마연출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 셈.


구룡포의 상징인 과메기의 역사 그리고 맛과 멋

그래도 구룡포의 상징어인 과메기를 먹고 볼 일이었다. 상큼하고 싱싱해 보인 과메기를 놓고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아낙과 긴 대화를 이어갔다. 이 방파제에서 그렇게 한나절을 보낼 생각이었다. 아낙에 따르면 요즈음에는 먹기 좋게 만든 포과메기도 나온다고 한다. 1두릅(20마리,40쪽)은 6~7인분.


별도 손질 없이 껍질을 벗겨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단다. 과메기는 김이나 배추쌈에 고추와 마늘을 곁들어 싸 먹어도 마늘 꽁지와 물미역에 싸 먹어도 맛있다. 이런 과메기를 현지에서 싸게 사먹을 수 있지만 그 맛의 여운 탓에 사가지고 올 경우는 깨끗한 종이에 싸서 랩으로 밀봉한 후 영하 2도 정도의 냉장실에 하루 이틀 정도 보관했다가 먹는 것이 좋단다. 먹을 때는 30분 정도 내 놓고 기다리다가 먹는 것이 좋단다.


과메기와 함께 해안가에서는 피데기도 팔고 있었다. 속초 주문진 일대에서 선보인 반 오징어를 여기서는 피데기(설마른 오징어)라고 물렀다. 피데기 구이 역시 맛이 일품. 이 마을 사람들은 오징어순대, 오징어덮밥 등 오징어와 과메기를 다른 음식과 함께 하는 퓨전요리화  경향이다. 어부들의 대단한 변신인 셈이다.


과메기는 본디 이 고장에서 잡은 청어를 겨울바람에 말린 것이다. ‘눈을 꿴 고기’라는 뜻으로 ‘관목어’라 불렀던 것이 ‘과메기’로 변했다. 60년대 이후 영일만 일대에서 많이 잡히던  청어가 사라지면서 풍어기에 꽁치가 관목어 말리던 방식으로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


그러나 과메기 인기가 폭발하면서 북태평양에서 잡아온 꽁치가 과메기 원료로 쓰이고 있기도 한단다. 하지만 구룡포에는 국내산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우리 어부들 손으로 잡은 정품 과메기를 먹어야하지 않겠는가. 과메기 품질은 바람, 온도, 습도가 삼박자를 이뤄야 제 맛을 내는데 구룡포 과메기가 바로 이런 조건을 타고 났단다. 구룡포의 차고 건조한 특유의 기상조건 하에서 생산한 것들은 비린내가 없고 쫄깃쫄깃하면서 구수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구룡포 사람들은 집집마다 해안가마다 덕장을 만들어 놓고 구룡포만의 진정한 과메기를 생산하고 있다. 보름 이상 해풍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뱃살에 몰린 기름이 살 전체에 고루 퍼지면서 숙성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 과메기는 약간 말랑말랑한 것이 특성이고 이런 과정을 거친 과메기는 상표등록이 되어 있는 이곳의 진정한 특산품이다.



수협공판장의 푸른 파도처럼 꿈틀대던 어부들과 구경꾼들의 광경

수협공판장에서는 대게 경매가 한창이었다. 큰 놈이 마리당 5만650원. 어부들은 지난해 9만원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것이라며 투덜댄다. 배에서 내려 공판장 바닥에 뒤집어져 온몸 비틀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던 대게 역시 투덜대기는 마찬가지이다. 자기를 잡아오지를 말든지 아니면 어민들 호주머니라도 두툼하게 해주던지...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하여간 그런 게를 집다가 집게에 손가락을 물린 사람들은 “아이고~~~”를 연달아 외쳤고 구경꾼들은 마냥 웃다가도 정녕 집게의 힘이 저토록 세다는 말이냐며 혀끝을 차기도 했다. 하여간 살아 파닥이는 공판장 풍경은 생명력이 넘쳐났다. 그렇게 푸른 파도소리가 쏴와 쏴아아~~밀려오는 듯 하던 공판장. 어민들의 삶도 내내 동해의 힘찬 파도로 출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공판장 건너 중앙시장은 복어탕 골목으로 애주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허름한 집들이 굴비처럼 엮어져 있어 흑백영화 속으로 들어선 기분이다. 우리에게 시골 포구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던가. 해변집, 함흥집, 평양할매, 전라도집, 경상도 아지매 등등 그런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진 선창가 풍경 말이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복어탕, 콩나물 국 냄새들이 코끝으로 날아와 유혹한다. 그리고 영락없이 아랫배는 출출해지는 것이다.


모든 포구에 살아 꿈틀대는 만선의 기쁨과 희망이 함께 했으면...

구룡포 기행은 그렇게 끝났다. 과메기 추억이 워낙 강했던지라 숙소를 포항 죽도시장으로 정하고 죽도에서 밤새도록 과메기 회를 먹었다. 과메기에 대한 기억은 꽁치의 맛도 맛이지만 그 꽁치를 잡아 공판장에 퍼 나르던 어부들의 몸놀림 그리고 다시 만선을 꿈꾸며 그물 손질하던 삶의 열정과 희망이 더 신선하고 맛깔스럽게 와 닿았다.


그런 희망을 말없이 보듬고 살아가는 우리네 어부들. 그 어부들의 존재 가치는 수확의 보람일 터이다. 또한 그런 어부들의 보람을 존재의 근거로 삼아 살아가던 등대의 당당한 불빛. 낮에는 불빛을 안으로 머금고 어부들 웃음에 의지하고 아침, 저녁으로 입․출항하는 어부들 침묵을 대신해 자신의 온몸을 전율하며 불꽃 피어 물던 등대의 모습. 마치 염화시중의 말없는 미소 같던 그 등대 그리고 어부 그리고 갈매기...


이 땅 모든 해안선에 걸쳐 있는 포구가 그렇게 살아 꿈틀대는 푸른 파도소리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 그런 바람을 갖고 떠나온 구룡포 기행이었다.



미니상식/청어와 꽁치에 대하여


과메기의 원래 재료인 청어는 고등어 형태로 등이 암청색으로 굽어있고 아랫배는 은백색이다. 큰 것은 몸길이가 46cm 정도. 큰 것들은 해안가로 이동하며 생활하고 겨울이나 봄에 산란기를 맞아 강어귀로 이동한다. 얕은 곳에서 수심 150m에 이르는 연안에서 산다. 어린 청어는 주로 연체동물의 알을 먹거나 갑각류를 먹고 자란다. 북극해, 일본 북부, 한국 연근해 등의 서부태평양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청어의 회유 주기성을 잘 기록하고 있는 <자산어보>에서 청어라 불렀고 <재물보>에서는  별칭으로 ‘누어’라고 부르기도 했다. 청어는 오래 전부터 수산자원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도 전국 연안에서 어획되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꽁치는 갈치 형태이다. 갈치처럼 몸이 가늘고 길며 옆으로 보면 납작하고 머리 앞 쪽은 뾰쪽하다. 몸길이는 약 40cm 정도. 등은 푸른색이 짙고 중앙은 푸른색에 은빛 띠가 둘러져 있으며 아랫배는 은백색이다. 암수를 구별할 때, 입술 앞쪽 끝이 선명한 올리브빛을 띠면 암컷이고 오렌지 빛을 띠면 수컷이다.


청어가 바다와 강을 오가는 데 비해 꽁치는 바다에만 산다. 산란기는 수온이 14∼20℃를 유지하는 5∼8월경. 먹이를 찾아 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어 그물에 통째로 잡히는 대표적 어종이다. 겨울에 일본 남부해역으로 산란회유하고 여름에는 홋카이도 이북 냉수역에서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데 미국과 아시아 사이 북태평양 해역에 널리 분포하는 어종이다.


어린 꽁치들은 물 위에 떠다는 플랑크톤이나 어린 물고기나 알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어획되었고 <임원십육지>에는 ‘공어(貢魚)’, ‘공치어(貢侈魚)’, ‘공치’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 구룡포로 가는 길


1. 시외버스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룡포행 200번 승차. 터미널입구 좌측에 별도 승강장이 있음(소요시간 40분, 요금 1인당 1,200원, 운행간격 15분~20분, 1일 12회 운행)

2. 고속버스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승강장에서 구룡포행 200-1번 승차(소요시간은 50분~1시간, 요금은 1인당 1,200원 정도, 운행간격 20분~30분)

3. 기차

서울역→포항역→도보 5분 거리 경북서림 앞 승강장에서 좌석버스 200번, 200-1번 승차

4. 비행기

포항공항→좌석버스 200번, 200-1번 승차

5. 승용차

서울→포항시내(31번 국도-구룡포방면)→병포삼거리(925번 지방도-대보 방면)→구룡포

6. 구룡포 버스종점→구룡포해수욕장(소요시간 버스 5분, 도보 15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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