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해피 실라버스
'미디어 취재보도’ 박상건 선생님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과
사제간 활발한 소통 미래 언론인 키운다
“선생님~~날 참 좋네요. 오늘따라 창가에 앉아서 그런지 너무 졸려 선생님 이야기가 아무것도 안 들려와요(지송-_-;;)” “남들은 애인이랑 데이트하기 바쁜데 전 대책이 없어요. 흑흑 남자친구 좀 소개해주세요~네??” 학생들은 수업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수업과 관계없는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이것이 무엇인고 하니, 학생들이 그 날의 강의를 평가하거나 하고픈 말을 자유롭게 써내는 강의 쪽지이다. 쪽지를 통해 학생들의 솔직한 속내와 그들의 세상을 음미하는 맛이 쏠쏠하기 그지없다는 선생님^^ 학생들은 쪽지를 보고 바로 응답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이메일 확인하는 재미가 한 층 더해졌다고 하는데...부족한 2%를 채워주는 강의, 지금부터 그 강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생일축하 합니다~사랑하는 선생님의 생일축하 합니다!! 꺄~~” 5월 28일, 생일축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떠들썩한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서울여자대학교 ‘미디어 취재보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생일파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제작을 위한 편집회의를 하려고 모였다가 때마침 선생님 생일을 알게된 학생들이 선생님 몰래 생일을 준비했다고.^^ “촛불 개수는 2개로 해요. 우리 손으로 직접 두 번째 신문을 만드는 기념으로~!” “와~~멋져요, 선생님!” 이런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무슨 회의가 될까. 걱정도 잠시 시끌벅적했던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이 시작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집중 모드로 돌입한다. 지시에 따라 각 팀별로 학생들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사를 검토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냈다. “선생님, 이 기사는 아이템은 신선한데, 이미 언론에서 너무 많이 언급되었어요. 빼는 게 좋겠는데요.~” 이처럼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 할 수 있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선생님 덕분이다. 강의 쪽지로 선생님과 학생들의 거리감은 사라진지 오래 전이다. 매 시간마다 강의평가, 보충질문 뿐 아니라 자유 주제로 짧은 글을 써내도록 하는 강의 쪽지는 강의 내용에 대한 반론제기, 수업에 못 들어가 죄송했다는 고백, 군대 간 남자친구 이야기 등 매우 다채롭다.
이같은 분위기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미디어 취재보도’ 는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전공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수업이다. 학생들의 요청으로 수강인원 제한을 없애 이번 학기에는 총 140여명의 학생들이 수강 중이다. 이 엄청난 숫자만으로도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 수 있다. 선생님의 수업은 이론보다는 실무중심으로, 주로 언론사 견학 및 언론인 초청특강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현장경험에 초점을 맞춘 게 이 강의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한다. 특히 학생들은 얼마 전 MBC와 SBS스튜디오, 그리고 경향신문 견학수업을 통해 이론만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학생들은 각종 방송기자재와 세트장, 신문 제작현장, 녹화현장을 돌아보는 언론사 현장체험을 통하여 미래 방송인으로서 꿈을 키워 가는 안목 기르기를 한 것이다. 또 매 시간 시 낭송과 강의쪽지, 이메일을 통한 교수와 학생들의 의사소통 역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학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오늘은 김준태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라는 시를 읽어보도록 하죠. 지난주 휴강한 날이 광주민주화운동(5.18)기념일이었는데 알고 있었나요? 이 시는 5.18에 관련된 대표적인 시예요. 전 고등학교 때 5.18을 경험하고 처음으로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일만 없었어도 시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웃음).” 적어도 지식인이라면 역사와 사상, 철학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선생님 말씀에 괜히 뜨끔해 하는 학생리포터! 이처럼 선생님은 편안한 강의 분위기 속에서 핵심사항을 냉철하게 꼬집어 말씀해 주신다. 학생들은 2시간동안 그냥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다. 미래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함양하는 것이다. 수업이 끝날 때쯤 되면 한 장 한 장의 강의 쪽지가 이곳저곳에서 모인다. 제법 두툼한 강의 쪽지를 마치 보물 다루듯 챙기시는 모습이 인상깊다. 선생님 오늘 밤 이메일에서 만나요^^
▲우리 선생님은요
기사 작성법, 공정보도, 리더쉽, 조직 내에서의 인간관계, 글쓰기, 시, 술. 이 모든 것이 미디어 취재보도 시간에 배우는 내용입니다. 미디어 관련 수업을 시 낭독으로 시작한다면 믿으시겠어요? 선생님은 비록 하나의 수업이지만 이를 통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답니다. 감성과 바른 인성을 지닌 기자. 그게 바로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바라는 모습이죠. 김태현(언론영상 02)
선생님은 저와 메일 친구에요, 하하.^^ 선생님도 대학생 시절에 학보사를 했었고, 저도 지금 학보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선생님과는 너무 친근한 느낌이 든답니다. 기사 쓰면서 힘들면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서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데 죄송스러울 정도로 신경을 써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선생님 너무 감사드리고요 종강 후에도 메일친구 계속 해주세요~! 최희정(언론영상02)
선생님은 정말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140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강의 쪽지를 하나하나 다 읽어보시고 메일을 보내 주시니 말이죠. 수업에 있어서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배워나갈 수 있도록 현장학습부터 시작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요. 몸으로 배운 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자나요? 2004년 ‘미디어 취재보도’ 수업을 들은 것과 선생님을 만난 것이 제 대학생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민혜경(일문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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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talking
수업 시작 전에 항상 시 낭송을 하는데
사회과학은 딱딱한 편이죠. 이성과 합리적 측면이 강조되는 편이다 보니 인간적이고 자연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에 대한 갈증이 심하죠. 그래서 부드럽고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로 시를 낭송해보는 것입니다. 한 편의 시는 딱딱한 강의실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단조롭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하죠. 그래서 열린 생각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죠. 그런 분위기에서 상상력이 발동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움트죠.
10년 동안 쭉~주말마다 섬과 등대를 찾아다니는 걸로 아는데
현대 문명의 꽃은 여가입니다. 바야흐로 여가 시대가 활개칠 겁니다. 살 만한 세상이 열리고 있으니까요. 여가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저는 자연을 즐기고 배우는 경우죠. 예술에 오류가 있지만 자연에는 오류가 없다고 했잖아요. 자연의 극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죠. 먼저 마음을 열어야 흘러가는 물줄기 같은 거죠. 늘 바삐 살아가는 여유 없는 일상에서는 그런 물 샐 틈이 없죠. 여유를 애써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한가함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란 말이죠. 자기가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가함은 철학의 어머니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한가함으로 가기 위해서는 과감해야죠. 일상을 다 버리고 훌쩍 떠날 수 있을 때 찾아오는 거죠.
본의 아니게 대형강의가 되서(^^) 수업 관리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아...어려워요. 저마다 제출한 사진을 앨범처럼 붙여주고 매일 외우죠. 이메일이 오면 다시 붙여 놓은 얼굴 한번 보고 강의쪽지 읽으면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그런데 인간적으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137명 학생들을 다 외우지 못하고 있어요. 내 머리가 한계가 있는 가 싶어, 어느 날 다른 대학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원로 선생님을 만나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게 외워지냐? 뭐하려 외우려고 하느냐?’며 웃더군요. 수업 후 피드백 보내고 그날 그날 채점하는 방식이라서 인원 수 때문에 주간반만 2~3시간 정도를 재투자해야하고 야간반까지 합치면 3시간짜리 강의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제가 사람 사귀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사제지간이라기보다는 선후배간에 학문의 길을 함께 가는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항상 수업시간에 역사에 대해 강조 하는데
우리네 인생이란 게 시행착오와 이를 고치면서 그렇게 새로운 길을 열어가듯이 국가도 민족도 역사를 되짚고 잘못을 깨닫고 분석하면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거잖아요? 더욱이 지성인라면 그런 미래를 예견하며 어떤 현상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역사를 이야기하다보면 종합적 패러다임이 그려지고 생각의 프레임이 만들어지잖아요. 거시적이고 종합적 틀에서 들여다보는 눈이 생기죠. 그렇게 사회과학을 공부해보자는 취지죠. 우리가 학문 하는 일도 아웅다웅 사는 일도 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난 발자취를 뒤돌아볼 줄 알아야죠. 서산대사께서 눈길에 함부로 발자국 남기지 말라 했잖아요. 눈 길은 바로 역사의 길입니다. 먼 훗날 후회하고 후대에 비판받지 않을 현재의 길을 가라는 뜻이겠죠. 역사의 함의는 그만큼 크고 중요한 셈이죠.
중간·기말 고사 없이 특강이나 견학, 신문제작 등 실무적인 방식위주 수업을 하고 계신데
이론만 하는 강의는 따분하고 지루하잖아요. 이론과 실무가 동시에 병행되면 이해도 쉽고 흥미가 붙잖아요. 과목명이 ‘취재보도’인 만큼 취재보도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현장 경험이 많은 분의 체험담과 노하우를 섭취하는 길이 실질적인 학습이라고 봐요. 언론쪽으로 취업했을 때도 괴리감이 없게 되구요. 제 자신이 현장에서 10여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그런 판단은 지금도 옳다고 확신해요. 하지만 경험이나 생각이라는 것은 저마다 다양한 것이어서 제 생각과 주장이 다 옳을 수만은 없는 것이죠. 그래서 분야별, 직업별로 다양한 언론인 특강을 접하며 다른 경험과 의견을 듣고 실무를 익히면서 개인 적성을 알아보고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하라는 의미입니다. 또 듣는 것만으로는 잘 잊어버리니까 직접 개인 취재와 팀별 취재를 해보고 팀워크도 기르면서 기사작성과 편집 과정을 익혀보는 거죠.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되죠. 더불어 언론인의 길이 맞는지 등 자기검열이 가능하고 취재와 보도 시스템을 한 눈에 알 수 있죠. 직접 경험이다 보니 이해가 쉽고 대학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으로도 남을 수 있구요.
학생들이 ‘미디어 취재보도’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어 갔으면 좋겠는지
언론의 양면성을 두루두루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론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인이 되었을 때에 대비해 지식인으로서 갖춰야 할 독서량과 비판적 안목을 평소에 길렀으면 좋겠어요. 언론학을 공부하는 것과 언론인이 되는 길은 별개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구요. 평소에 자기만의 특기 하나 정도는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기자도 전문기자 시대이고 세상이 모두 전문가를 원하잖아요. 어디 가든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의 주류가 되고 리더가 되길 바라구요. 민주와 반민주 대결 구도를 살아온 과거를 넘어 이제는 초유의 고학력 실업 시대의 만리장성을 넘고 헤쳐가야 할 여러분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 장도에 맑은 하늘이 필히 열릴 것이라 믿습니다.
조혜선 학생리포터 2067830@hanmail.net 사진 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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